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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소투표신고서에 '수감자', 누가 투표하려 할까

중앙선관위 "수형자 인권배려 방안 찾아볼 것"

등록|2016.03.28 19:01 수정|2016.03.28 19:01

▲ 거소투표 신고서에는 교도소 수감자임을 밝히는 신고사유와 함께 교도소 또는 구치소의 장의 직명을 쓰도록 규정돼 있다. ⓒ 심규상


▲ '거소'란에는 교도소?구치소에 수용ㆍ수감된 사람은 그 기관ㆍ시설명과 함께 해당 교도소(구치소) 시설의 명칭과 교도소장(구치소장)의 직명 또는 성명을 적고 직인을 찍도록 규정하고 있다. ⓒ 심규상


모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A 씨. 그는 거소투표신고 마감일인 지난 26일, 신고서를 들고 몇 번을 망설였다. 20대 총선 관련 거소투표를 신청할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A 씨에 따르면 신고서 내 신고사유에는 '교도소 수형자'임을 표기하게 돼 있었다. 신고서에는 'OO교도소장'이라는 고무인 글씨까지 찍혀 있었다. 신고서는 물론, 겉봉투에는 수인번호를 적도록 했다.

A 씨는 "누가 봐도 거소투표 신고인이 교도소에 갇혀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지적은 28일, A씨를 면회한 가족이 기자에게 전해왔다.

거소투표는 선거인이 투표소에 직접 가지 않고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교도소(구치소)에서 거소투표신고를 하면 해당 동 주민센터나 읍·면사무소에서 신고서를 접수한 후 선거인명부에 표시하게 된다. 신고서는 다시 관할 선관위로 넘겨져 선관위에서 회송용 봉투에 담긴 투표용지를 보낸다.

당연히 주민센터나 읍·면사무소 직원에게 신고인이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는 사실이 공개될 수밖에 없다.

A 씨는 "투표를 하기 위해 거소투표 신고를 하면 주민자치센터나 읍·면사무소에서 교도소 수감자임을 알 수 밖에 없다"며 "교도소 같은 건물 내 수감자 대부분이 수형자 신분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거소투표신청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주민자치센터에 교도소 수감자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면서까지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수형자 인권을 배려하지 않은 신고서가 투표권 행사를 가로막고 있다는 얘기다.

▲ 일부 교도소의 경우 거소투표 신청인란에 수인번호까지 기재하도록 했다. ⓒ 심규상


A 씨는 "수형자들이 마음 놓고 거소투표를 할 수 있도록 신고서 양식과 거소투표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거소투표신고서 양식에 수형자임을 표기하고 교도소 책임자를 기재하게 돼 있다"며 "인권 침해라는 문제 제기가 있는 만큼 관련 부서와 논의해 거소투표신고인이 수형자임이 드러나지 않도록 개선방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신고서에 수인번호를 쓰도록 한 것은 선거법과 무관하게 해당 교도소에서 임의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교정본부와 재발 방지 방안을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교정본부에 대해서도 이 같은 A 씨의 지적과 함께 개선 방안에 대해 서면 질의한 상태다. <관련 기사/청각 장애인은 경선 여론조사 참여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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