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딸 특혜 의혹... 나경원 의원 이번에도 침묵하나
[총선 게릴라칼럼] <뉴스타파>의 나경원 의원 후속 보도, 의미있다
'총선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 <뉴스타파>의 속 나경원 의원. ⓒ 뉴스타파
"이게 만약 합리적 이성의 서유럽국이나 미국서 일어났다면 나경원은 모든 공직을 사퇴하게 됐을 겁니다. 이런 수준이 국회의원후보, 그것도 동작구 주민의 유력한 후보랍니다. 이 나라 국민은 아프리카 원시부족만도 못한 건가요."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나경원의 의원에 대한 일성이다. 지난 17일 <뉴스타파> 보도 이후 논란과 해명, 사실공방이 이어진 '나경원 딸 성신여대 부정입학' 건이 아니다.
지난 28일, <뉴스타파>는 나경원 의원과 관련한 추가 의혹을 보도했다. 나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는 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인 '글로벌 메신저'의 후보를 추천하면서, 나 의원의 딸 김 아무개씨를 단독 추천했고 공개모집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이 때문에 국내 수백 명의 장애인 선수들은 참여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스페셜올림픽은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이 참가하는 국제경기대회로 1968년에 시작, 4년마다 하계대회와 동계대회로 나뉘어 개최된다. 1988년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으로부터 올림픽·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과 더불어 3대 올림픽대회로 공식 승인을 받았다.
스페셜올림픽 회장의 딸이 단독으로 글로벌 메신저 된 사연
▲ <뉴스타파>의 한 장면. ⓒ 뉴스타파
"스페셜올림픽위원회 국제본부는 지난 2014년 각국의 스페셜올림픽 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글로벌 메신저 후보를 추천하도록 했다. 글로벌 메신저는 지적 장애를 지닌 선수 중에서 선발되며, 각종 국제행사에 초청 받아 연설하고, 시상도 하는 등 장애인 선수를 대변해 일하는 명예로운 자리다. 각국 위원회가 후보자들을 추천하면 7개 지역본부가 이를 취합해 적정 후보를 국제 본부에 보내고, 국제본부가 최종적으로 글로벌 메신저를 선발한다.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메신저 후보 추천권이 있는 스페셜올림픽코리아는 나 의원의 딸을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 모집 공모는 없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송동근 사무총장은 "자격 기준에 맞는 선수가 나경원 의원의 딸밖에 없어 별도의 공모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글로벌 메신저로 최종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추천한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타파 보도의 일부다. <뉴스타파>는 송동근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무총장과 김대경 스페셜올림픽코리아 기획부장을 직접 인터뷰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지적 장애를 지닌 '글로벌 메신저'의 자격과 그런 글로벌 메신저의 활동을 도와주는 '에스코트'의 자격을 혼동하는 등 <뉴스타파> 측 문제제기에 신빙성(?)을 더해줬다. "자격 기준에 맞는 선수가 나경원 의원의 딸밖에 없었다"는 해명의 설득력이 떨어져 보이는 대목이다.
<뉴스타파>는 "반면 글로벌 메신저 자격 요건에는 기본적으로 선수 출신에다 대중연설능력, 훌륭한 인생스토리, 사교성, 효율적 협업 능력 등 4가지가 명시돼 있다"며 "에스코트 자격 요건과는 달리 이 4가지는 사실 상당히 주관적인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수 백 명의 지적 장애인 선수 중 오로지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회장인 나경원 의원의 딸만이 자격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한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측의 설명을 '상식선'에서 납득할 만한 이가 몇이나 될까.
나경원 의원은 어떻게 해명할까
▲ <뉴스타파>의 나경원 의원 관련 보도. ⓒ 뉴스타파
"선거대책위원회 위촉식을 가졌습니다. 어제 발표된 여론조사 언론보도를 두고 많이 격려해주셨는데, 더 많이 듣고 더 열심히 뛰어 보답하겠습니다. 동작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하여!!"
<뉴스타파>의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29일, 나경원 후보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이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의원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나경원 의원은 <뉴스타파>의 후속보도에도 "합리적인 이야기를 해야지 대답을 합니다"라며 취재를 피했다.
<뉴스타파>의 영상 속에는 지지자들이 "글로벌 메신저를 공모 했느냐"라고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몸싸움을 벌이며 막아서는 영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보도가 나긴 직후 나 의원측은 별다른 해명이나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는 지난 25일, 논란이 됐던 '나경원 딸 성신여대 부정입학' 논란(관련 기사 : 나경원 의원의 '고소 드립'과 언론의 두 얼굴 ) 보도 이후, <나경원 의원 딸 면접교수 "실기도 점수에 반영했다">란 리포트를 추가로 보도했다.
논란 이후 이병우 교수와 성신여대 측이 내놓은 반론과 해명에 대해 반박하는 추가 취재를 공개하고, 부정입학 의혹에 문제를 제기했던 성신여대 정보통신학부 이재원 교수를 다시 인터뷰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나경원 의원의 딸 특혜의혹 쟁점 중 "(MR 재생을 위해 CD 플레이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25분간 면접이 중단된 것과 관련) 실기는 단순 참고 사항이었을 뿐 점수에 반영하지 않았다", "('나경원 의원의 딸'이라고 말해 논란이 되는 것과 관련) 자기소개 하는 기회가 없었다", "학과별 모집이 아니었다"는 이병우 교수와 성신여대 측 해명에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뉴스타파>는 이재원 교수와 다른 한 면접위원의 증언을 통해 "연주 실력을 평가해 점수에 반영"했으며, "자기소개 시간은 아예 없었다, 본인의 신분을 노출하는 등의 부정을 막기 위해 사전에 별도의 질문 문항을 만들었다"고 했다. 또 "2012학년도 입시에서는 사회복지학과와 실용음악학과의 합격자 선발 인원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내부고발자'가 되어 버린 이재원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처음에는 많이 망설여졌는데, 그냥 내 마음의 짐을 덜자, 차라리 고백을 하고 잘못은 잘못대로 인정을 하자라고 해서 인터뷰에 응했다. 제 인생에서 한 행동 중에 가장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반성을 했고, 지금도 그 대목에 대해서 누군가 저를 질타한다면 달게 받겠다."
<뉴스타파>의 국회의원 후보자 검증과 '장애인의 엄마' 나경원
▲ 4.16 총선 선거대책위원회 위촉식을 가진 나경원 의원. ⓒ 나경원 후보 페이스북
일각에서는 하필 4.13 총선이 한창인 시기에 나경원 의원과 딸에 관련된 수 년 전 의혹을 꺼내 올린 <뉴스타파>의 보도행태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3선이자 당선이 유력해 보이는 한 여당 후보에게 집중된 검증이 가혹하다거나 장애인인 딸과 연루된 여러 특혜 의혹을 철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여러 이견들이 엇갈릴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뉴스타파>는 2014년 7.30 재보궐선거 직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후보에 대한 검증 보도를 내보낸 바 있다. 이번 보도가 당파적인 '여당 흠집내기'와 결을 달리한다는 반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시점과 관련해서, 지상파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이 4.13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후보들에 대한 갖가지 검증을 게을리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발상의 전환도 가능하다.
논문표절은 기본이요, 갖가지 청탁, 재산 의혹, 욕설 파문 등 여야를 떠나 문제적 후보들이 홍수를 이룬다. 하지만, 공히 거대 정당의 공천 파동과 여야 대결구도, 늦어진 선거구 획정 등 거대 이슈에 묻혀 언론이 유권자를 대신해 후보 개인들의 면면을 검증할 시간들은 촉박하거나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뉴스타파>와 같이 여러 매체들이 각 개별 후보들의 검증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기준은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불공정보도, 흑색선전·마타도어 보도, 경마식 보도, 지역주의·소지역주의 선거보도 등 최근 2016총선보도감시연대가 내놓은 '보도문제 구분법'은 참고할 만 하다. (관련기사: 총선보도감시연대 보도문제 구분법 공개 )
다시 나경원 의원으로 돌아와 보자. 나 의원은 현재도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과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나 의원은 딸 김 아무개씨를 글로벌 메신저에 단독으로 임명해 자신의 우월적 지위와 권력을 남용했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인다.
"서유럽국이나 미국서 일어났다면 나경원은 모든 공직을 사퇴하게 됐을 겁니다"라는 최경영 기자의 지적을 두고 나 의원은 또 뭐라고 해명할 것인가. 이번에도 스페셜올림픽 회장이 아닌 "장애인 딸을 가진 어머니의 심정"을 토로할 것인가. 총선 전, 나 의원은 책임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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