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엄마계의 '레전설', 맹모의 거짓말

만우절이면 생각나는 일화... 자녀 앞에 '사소한 거짓말'이란 없다

등록|2016.04.01 20:25 수정|2016.04.01 20:25

▲ 맹자.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에 있는 그림을 위키피디아 백과사전 중문판에서 캡처했다. ⓒ 위키피디아 백과사전 중문판

'좋은 어머니'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누굴까. 신사임당도 있고 한석봉 어머니도 있다. 또 중국인 어머니도 있다. 바로 맹자의 어머니, 줄여서 맹모(孟母)다. 자식 교육을 위해 이사를 세 번이나 했다는 '맹모삼천지교'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렇게 자식 교육에 열성을 쏟은 맹모도 아들 맹자한테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이 거짓말은 후세 사람들한테 아름다운 거짓말로 기억됐다. 그래서 송나라 때 나온 아동용 유교 교재인 <소학>에도 맹자 어머니의 거짓말 이야기가 수록됐을 정도다. 

맹모가 했다는 거짓말은 중병을 앓는 아이한테 "이 병은 아무것도 아니래"라면서 "힘내!" 하는 식의 거짓말 따위가 아니다. 학업에 재능이 없는 아이한테 "선생님 말씀으로는 네가 소질이 있다니까 열심히 해보라" 하는 식의 거짓말도 아니었다. 이런 거짓말은 처음부터 선의를 갖고 하는 거짓말이다. 맹자 어머니의 거짓말은 그런 선의를 갖고 하는 것은 아니었다. 

<소학> 계고(稽古) 편에 따르면, 맹자가 꼬마였을 때 어머니가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다. 거짓말을 한 시각은 맹자가 집에 있을 때였다. 그때 이웃집에서 식용으로 돼지를 잡았다. 돼지 울음소리도 들리고 냄새도 좀 났을 것이다. 

'맹모삼천지교'에서 엿볼 수 있는 맹자의 가정환경

▲ <소학>에 대한 해설을 담은 <소학집주>. 1967년 한국에서 발간된 책이다. ⓒ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 정보시스템


<소학> 해설서인 <소학집주>에 따르면, 맹자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었다. 고생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한 것이다. 거기다가 맹모삼천지교에서 드러나듯이, 맹자네는 이사를 여러 번 했다. 어쩌면, 기록에서 거론된 세 번보다 더 많이 이사를 했을 수도 있다. 이런 점들은 맹자네가 부유한 집이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고대로 가면 갈수록, 이사를 하는 집은 서민층인 경우가 많았다. 관직을 받거나 장사를 떠나거나 병역을 이행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옛날 사람들은 좀처럼 이사를 다니지 않았다. 태어난 곳에서 그대로 죽는 일이 잦았다.

그것이 국가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었다. 백성들이 툭 하면 토지를 떠나 다른 데로 이주하면, 농업 생산에 차질이 생길 뿐 아니라 그들을 통제하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되면 세금을 거두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백성들이 특정 토지에 묶여 평생토록 그 땅을 일구면서 세금을 꼬박꼬박 바칠 수밖에 없고, 그것이 국가에게는 이로운 일이었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는 돈을 모아 좀 더 비싼 아파트로 이사 가는 이들이 많다. 옛날 부자들이 이런 모습을 봤다면 '저 사람들은 돈이 없나 보다'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관직·장사·병역 등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이사를 가는 사람들은 대개가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맹자 어머니는 수시로 이사를 했다. 마음만 먹으면 아무 때나 이사를 할 수 있는 처지였다. 이것은 그의 교육열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땅이 없거나 직업이 불안정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돼지를 왜 잡는 거죠?"... 맹자 엄마의 대답은

맹자는 그런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랬기 때문에, 평소에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기회가 아무래도 적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웃집에서 돼지 잡는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청각과 후각이 온통 그리로 쏠렸을지도 모른다. 

이때 맹자가 어머니한테 질문을 했다. <소학> 계고 편에 따르면 "이웃집에서 돼지를 잡는 이유가 뭘까요?"라고 물었다. 어머니가 고기를 사줬으면 하는 희망이 있어서였는지 아니면 그냥 궁금해서였는지, 어린 맹자는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어머니는 맹자의 질문을 듣고 '얘가 고기를 먹고 싶은가 보다'라는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아들한테 고기를 먹이고 싶은 마음도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맹모는 "너한테 먹이려고 그러는 거야"라고 대답했다. <소학>에 나타난 정황을 보면, 이 답변은 충분한 생각을 거친 것이 아니었다. 무심코 나온 말로 보인다.

어머니의 대답을 들은 맹자는 잠시나마 행복감에 빠졌을 것이다. 그의 신경은 이웃집 쪽으로 한층 더 집중됐을 것이다. 그런 아들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는지, 맹모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소학>에서는 이 상황을 "어머니가 잠시 뒤에 후회했다"라는 문장으로 표현했다.

정신이 번쩍 든 어머니는 얼른 '지갑'을 챙겨 들었다. 시장에 가서 돼지고기를 사 올 생각이었던 것이다. 물물교환이 적지 않은 시대였으니, 돈 될 만한 물건을 챙겨서 시장에 갔을 수도 있다. 자식한테 거짓말하는 엄마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일념 하에 그는 시장으로 뛰어갔다. 이미 내뱉은 거짓말을 도로 주워 담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자식을 속이는 건 거짓을 가르치는 것"

▲ 돼지를 사냥하는 신석기 시대 사람들의 모습. 서울시 강동구 암사동선사유적지에서 찍은 사진. ⓒ 김종성


그날 맹자는 돼지고기를 맛봤다. 무심코 거짓말을 한 뒤 그 거짓말을 참말로 만들고자 지출을 단행한 어머니 덕분에 맹자가 고기 맛을 보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한동안 맹모의 주머니 사정이 한층 더 팍팍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 뒤 한동안 맹자는 밥상이 이전보다 조촐해진 것을 느꼈을 수도 있다. "어머니, 우리 집 반찬 숫자가 적어진 이유는 뭘까요?"라는 질문이 맹자의 입가를 맴돌았을지도 모른다.

그 날 맹자 어머니가 했다는 말이 <소학>에 소개돼 있다. "옛날에도 태교가 있었다는데, (자식을) 속이는 것은 거짓을 가르치는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 말이 후세 사람들에게 전해진 것을 보면, 어머니가 맹자 앞에서 이 말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랬기 때문에 맹자가 훗날 제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고, 그로 인해 송나라 때 나온 <소학>에까지 기록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맹모의 거짓말은 어찌 보면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 시대의 부모들 중에는 그 정도의 거짓말은 거짓말로 치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맹자 어머니는 자식에 대해서만큼은 사소한 거짓말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자식을 거짓된 사람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맹자는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성장했다. <소학>은 맹자가 대학자가 된 이유 중 하나로 어머니의 자식 교육을 들었다. 거짓말 않는 부모 밑에서 정직한 아이가 나온다는 것이 <소학> 계고 편 이야기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