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의 청춘이여, 천국행 유람선 오션킹을 타라
프랑스 소설 <오션킹>을 읽고
지난 2월 말 한 매체를 통해 알려진 맥도날드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맥도날드에서 일한 아르바이트생의 증언에 따르면, '초' 단위로 짜여진 매뉴얼 대로 햄버거를 만드는데 화상을 입는 등 다치기도 부지기수이고, 심지어 직급에 따라 식사 대용으로 제공되는 햄버거를 차별하는 '버거 카스트 제도'까지 이뤄졌다고 한다.
최저시급을 받으며 고된 노동을 견뎌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먹을 것까지 계급을 나누다니, 헬조선이 따로 없다.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동철(박중훈 분)은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는 세진(정유미 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착해요. 테레비 보니까 프랑스 백수 애들은 일자리 달라고 때려부수고 지랄을 떨던데,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다 지 탓인 줄 알아요. 다 정부가 잘못해서 그런건데."
동철의 말대로 '프랑스 애들'은 프랑스의 사상가 스테판 에셀의 말을 잘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에셀은 그의 저서 <분노하라>에서 전후 프랑스 민주주의의 토대가 된 레지스탕스 정신이 반세기 만에 무너지고 있다며 프랑스가 처한 작금의 현실에 '분노하라!'고 일갈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사회 양극화, 외국 이민자에 대한 차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금권 등에 저항할 것을 주문했는데,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이며 인권을 위협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찾아가 기꺼이 힘을 보태라는 뜨거운 호소도 남겼다.
프랑스에 스테판 에셀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살아있는 천상병'이라 불리는 풍운아 채현국 선생이 있다. 채현국 선생은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이 헬조선이 된 이유로 꼰대들을 꼽았다.
"봐주지 마라.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것을 잘 봐두어라. 너희들이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까닥하면 모두 저 꼴 되니 봐주면 안된다."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알바노조뿐 아니라 맥도날드 측도 채현국 선생의 조언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에셀과 채현국 선생의 조언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면 책 한 권을 권하고 싶다. 최근 출간된 프랑스 소설 <오션킹>이 바로 그 것이다.
<오션킹>의 주인공 왐은 알제리와 프랑스의 핏줄이 반반씩 섞인 흙수저다. 오랜 기간 백수 탈출을 위해 면접을 보러 갔다가, 짧은 영어실력 탓에 유람선 '오션킹'에 일명 '조커'라 불리는 잡부로 취직한다. 꿈에 부푼 시간도 잠시, 왐에게 펼쳐진 세계는 헬조선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악몽이야. 내가 꿈꾼 건 <러브 보트>였는데 돌아온 건 <레미제라블>의 리메이크판이라니!"
초호화유람선 '오션킹'에는 인종차별이 존재한다. 유럽인들은 배에서 감독하는 일을, 흑인과 인디언들은 음식을, 아시아인들은 손재주가 필요한 일을, 짜증나는 일들은 남미인들 담당이다.
이도저도 아닌 주인공 왐은 샤워실의 넘치는 물을 닦아내고, 기관실의 바퀴벌레를 박멸하며, 하수관에 낀 때를 닦아내는 것도 모자라 바지가랑이에 매달리는 개 플러키의 성욕도 해결해 줘야 한다. 이런 '졸라 빡치는' 현실에 내뱉는 왐의 자조는 애처롭기만 하다.
"영화도 마찬가지야. 람보는 당연히 스탤론이지. 딴 배우는 안돼. 만델라 역이라면, 모건 프리먼이 나아, 우디 앨런이 나아? 이런 게 바로 우리가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는 증거야. 인간은 평등하지 않아. 평등하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계급사다리의 맨 밑에 있는 왐은 마치 설국열차의 꼬리칸에 있는 것만 같다. 도무지 앞칸으로 나아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인생은 아이러니라고 했다. 개 플러키는 자신의 성욕을 해결해 준 왐에게 보답을 한다. 플러키와 함께 개뼈다귀 인형을 쓰고 공연을 하는 왐의 슬랩스틱에 관객들이 환호하고 나선 것이다.
왐의 공연과 관객들의 환호를 지켜본 매니저는 왐에게 허드렛일을 그만두고 플러키와 공연만 하도록 지시한다. 플러키와의 공연으로 유명세를 탄 왐은 우연히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를 웃기게 되는데, 맙소사 이 아이의 부모가 오션킹의 선주와 친구인 것. 이제 아이 부모의 도움으로 설국열차 앞칸으로 진출한 왐은 거칠 것이 없다. 유한마담을 꼬시기 위해 경쟁하는 중년의 게이와 노년의 제비간 세대 갈등을 중재하기도 하고, 평소 자신을 갈구기에 여념이 없었던 유람선 십장 존 쿠퍼에게는 빅엿을 날린다.
<오션킹>은 픽션이다. 그러나 최저 시급을 받는 비정규직의 밑바닥 생활을 보고 있노라면, 헬조선의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이 생각나 논픽션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착각이 든다.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언어다.
거칠고 활기차고 수다스러우면서도 유머와 위트, 은유로 가득한 저자의 언어는 우리에게 진부함과 우울, 농담, 부조리와 가식으로 채워진 유람선 안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러니 헬조선의 젊은이들에게 고한다. 고된 현실 속에서 <오션킹>이라는 망중한을 즐겨봄이 어떠한가.
▲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 中 ⓒ (주)JK필름
최저시급을 받으며 고된 노동을 견뎌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먹을 것까지 계급을 나누다니, 헬조선이 따로 없다.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동철(박중훈 분)은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는 세진(정유미 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착해요. 테레비 보니까 프랑스 백수 애들은 일자리 달라고 때려부수고 지랄을 떨던데,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다 지 탓인 줄 알아요. 다 정부가 잘못해서 그런건데."
동철의 말대로 '프랑스 애들'은 프랑스의 사상가 스테판 에셀의 말을 잘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에셀은 그의 저서 <분노하라>에서 전후 프랑스 민주주의의 토대가 된 레지스탕스 정신이 반세기 만에 무너지고 있다며 프랑스가 처한 작금의 현실에 '분노하라!'고 일갈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사회 양극화, 외국 이민자에 대한 차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금권 등에 저항할 것을 주문했는데,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이며 인권을 위협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찾아가 기꺼이 힘을 보태라는 뜨거운 호소도 남겼다.
프랑스에 스테판 에셀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살아있는 천상병'이라 불리는 풍운아 채현국 선생이 있다. 채현국 선생은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이 헬조선이 된 이유로 꼰대들을 꼽았다.
"봐주지 마라.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것을 잘 봐두어라. 너희들이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까닥하면 모두 저 꼴 되니 봐주면 안된다."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알바노조뿐 아니라 맥도날드 측도 채현국 선생의 조언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에셀과 채현국 선생의 조언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면 책 한 권을 권하고 싶다. 최근 출간된 프랑스 소설 <오션킹>이 바로 그 것이다.
▲ <오션킹> ⓒ 니케북스
"악몽이야. 내가 꿈꾼 건 <러브 보트>였는데 돌아온 건 <레미제라블>의 리메이크판이라니!"
초호화유람선 '오션킹'에는 인종차별이 존재한다. 유럽인들은 배에서 감독하는 일을, 흑인과 인디언들은 음식을, 아시아인들은 손재주가 필요한 일을, 짜증나는 일들은 남미인들 담당이다.
이도저도 아닌 주인공 왐은 샤워실의 넘치는 물을 닦아내고, 기관실의 바퀴벌레를 박멸하며, 하수관에 낀 때를 닦아내는 것도 모자라 바지가랑이에 매달리는 개 플러키의 성욕도 해결해 줘야 한다. 이런 '졸라 빡치는' 현실에 내뱉는 왐의 자조는 애처롭기만 하다.
"영화도 마찬가지야. 람보는 당연히 스탤론이지. 딴 배우는 안돼. 만델라 역이라면, 모건 프리먼이 나아, 우디 앨런이 나아? 이런 게 바로 우리가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는 증거야. 인간은 평등하지 않아. 평등하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계급사다리의 맨 밑에 있는 왐은 마치 설국열차의 꼬리칸에 있는 것만 같다. 도무지 앞칸으로 나아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인생은 아이러니라고 했다. 개 플러키는 자신의 성욕을 해결해 준 왐에게 보답을 한다. 플러키와 함께 개뼈다귀 인형을 쓰고 공연을 하는 왐의 슬랩스틱에 관객들이 환호하고 나선 것이다.
왐의 공연과 관객들의 환호를 지켜본 매니저는 왐에게 허드렛일을 그만두고 플러키와 공연만 하도록 지시한다. 플러키와의 공연으로 유명세를 탄 왐은 우연히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를 웃기게 되는데, 맙소사 이 아이의 부모가 오션킹의 선주와 친구인 것. 이제 아이 부모의 도움으로 설국열차 앞칸으로 진출한 왐은 거칠 것이 없다. 유한마담을 꼬시기 위해 경쟁하는 중년의 게이와 노년의 제비간 세대 갈등을 중재하기도 하고, 평소 자신을 갈구기에 여념이 없었던 유람선 십장 존 쿠퍼에게는 빅엿을 날린다.
<오션킹>은 픽션이다. 그러나 최저 시급을 받는 비정규직의 밑바닥 생활을 보고 있노라면, 헬조선의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이 생각나 논픽션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착각이 든다.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언어다.
거칠고 활기차고 수다스러우면서도 유머와 위트, 은유로 가득한 저자의 언어는 우리에게 진부함과 우울, 농담, 부조리와 가식으로 채워진 유람선 안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러니 헬조선의 젊은이들에게 고한다. 고된 현실 속에서 <오션킹>이라는 망중한을 즐겨봄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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