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과 투표 인증샷 찍을 수 있는 방법
제20대 4.13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체험... 서울역 홍보관에서 6일까지
21세기에 지구촌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와 선거에 대한 환멸이 확산되고 있으며, 투표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금융위기로 인해 많은 나라에서 선거 결과 정권이 바뀌었지만,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경기는 개선되지 않았다. 유권자들이 주류 정치에 등을 돌리면서, 정치적인 '극단주의'가 여러 국가에서 부상한 것도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정치 관련 토론은 점차 악의적 대치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정치와 사회구성원들 간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미국의 신진 언론 '복스(Vox)'의 보도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치러진 2014년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가계소득이 3만 달러 이하인 저소득층 18~24세 유권자의 투표율은 고작 13%였고, 가계소득이 15만 달러가 넘는 고소득층 65세 이상 유권자의 투표율은 무려 73%였다고 한다. 나이가 들었으며 돈이 많은 백인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계속해서 높거나 더 높아지는 반면, 저소득층이며 유색 인종이고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정체돼 있거나 오히려 떨어졌다는 말이다. 아마도 이게 요즘 미국 대선의 '트럼프 현상'을 상당 부분 설명해 주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2012년의 '미국 선거 연구(American National Election Studies, ANES)' 프로젝트 자료를 보면, 투표를 한 사람과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의 견해차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안정적인 일자리에 훨씬 더 민감하고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하는 반면, 투표한 유권자들은 정부가 그렇게까지 다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투표소에 간 사람들보다 투표소에 가지 않은 사람들이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을 지금보다 더 많이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도, 서유럽 12개 나라를 1830년부터 1938년까지 분석한 연구 결과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른 투표 제한이 점점 철폐됨에 따라 정부 지출이 늘어났다고 한다. 또한 1960년부터 1982년까지를 살펴본 연구 결과도 역시, 투표율이 높을수록 복지 지출이 높은 패턴은 꾸준히 유지됐다(저소득층 유권자들의 투표율 상승은 대부분 예외없이 복지 지출 증대로 이어졌단다). 결국, 투표율의 수준이 정부의 복지 지출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투표한 유권자들의 견해가 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견해보다 더 많이 반영된다.
20대 총선, 대한민국 모든 정당의 핵심 공약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많은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듯이, 투표율과 정부 지출의 상관 관계는 꽤 높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투표율이 상당히 낮은 편이고, 그래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복지 수준이 전반적으로 형편없이 낮다.
투표율이 낮은 나라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정도가 심각해져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지 않는 반면, 투표율이 높은 나라에선 불평등 지수가 높아지면 이를 낮추기 위한 정책을 정부가 능동적으로 들고 나온다. 결론적으로, 투표율이 높아지면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시키는 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셈이다.
'헬조선'으로 불리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 나라의 그 어떤 정당도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전부 다 핵심 정책의 목표로 내세우고 있으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자기들을 뽑아주면 이를 위해 애쓰겠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보수정당을 지지하든 진보정당을 지지하든 상관없이, 4.13 총선의 주요 화두가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라고 볼 수 있다. 결국엔 한마디로, 투표율이 무조건 높아져야 하는 것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돈이 많든 적든, 여당 지지자와 야당 지지자를 막론하고 우리 모두가 다 투표소로 가야 한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는 사전투표제도
사전투표는 선거 당일 투표에 참여할 수 없는 유권자가 별도의 신고를 하지 않고도 정해진 기간 동안 전국의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할 수 있는 제도다. 이런 사전투표제가 전국 단위로 처음 실시된 게 2014년 6.4 지방선거 때였다. 2014년 이전에는 선거일 당일에 부득이하게 다른 일이 있는 경우, (부재자 신고를 하지 못했을 시에는) 아무리 본인이 투표를 하고 싶어도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그래서 이때까지만 해도 투표를 '못' 했다는 말이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사전투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선거일 5일 이전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어디에서나 편하게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별도의 신고 절차도 전혀 없고, 자신의 주소지로 찾아갈 필요도 없다.
그냥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곳 근처에 설치된 사전투표소로 가서 신분증만 제시하면 된다. 사실상 투표를 '안' 하는 경우는 있어도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투표를 '못' 했다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고, 만약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건 그저 본인이 '안' 한 것일 뿐이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한 사전투표 체험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는 4월 1일 오후 3시 서울역에 투표참여 홍보관을 개관하고, 사전투표를 모의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서울역 모든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투표참여 홍보관은 1일부터 6일까지 엿새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사전투표일인 8일과 9일에는 서울역을 이용하는 전국의 모든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소로 이용할 수 있다(해외 여행객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도 사전투표소가 운영된다).
사전투표는 '관내선거인(자기 주소지의 사전투표소를 이용하는 유권자)'과 '관외선거인(다른 지역의 사전투표소를 이용하는 유권자)'의 투표 방법이 약간 다르다. 관내선거인은 말 그대로 자신의 지역구에 설치된 사전투표소를 이용하는 사람(원래 주소지에 살면서 4월 13일 이전에 투표할 사람)인데, 어차피 주소지가 동일하니 회송용 봉투(주소가 적힌 봉투)가 필요 없다. 그래서 평소에 투표할 때와 똑같이, 투표용지만 2장(지역구-후보자, 비례대표-정당) 받아서 기표하면 된다.
하지만 관외선거인은 타지역에 살면서 사전투표를 하는 사람(예를 들어 서울로 여행온 KTX 승객이나 해외 여행을 가는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이기 때문에, 투표용지를 회송용 봉투에 넣어야 한다. 그래서 사전투표소에 가면 투표용지만 주는 관내선거인 부스와 회송용 봉투도 함께 주는 관외선거인 부스가 따로 분리되어 있다. 자신의 주소지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 간 유권자를 제외하면, 다른 모든 사람들은 관외선거인 부스로 가서 투표를 해야 한다.
아무런 별도 신고 절차도 필요 없이 그냥 사전투표 기간에 신분증만 들고 가면 되고, 관내 · 관외 구분만 하면 된다. 사전투표소는 주로 각 읍·면·동 주민센터에 설치되는데, 그래도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사전투표소의 정확한 위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의 사전투표소 현황을 방문해서 자신이 현재 머무르고 있는 '시·도'와 '구·시·군'을 입력해서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약도도 볼 수 있다).
투표를 하기 위해 본인 확인을 하는 방법에는 서명(화면에 나타난 자신의 이름을 전자펜을 이용해 그대로 따라 쓰면 된다)과 손도장(엄지손가락을 대고 지문을 스캔하면 된다), 이렇게 2가지 방법이 있다.
관내 · 관외 각 부스에 가면 본인확인기가 있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을 선택해서 정상적으로 확인이 완료되면 투표용지 발급기에서 자신의 해당 지역구 투표용지가 출력된다. 그러면 기표소에 들어가서 투표용지 2장에 각각 기표하고, 기표용구 인주가 다른 곳에 묻지 않도록 세로로 접어서 투표함에 넣으면 된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참여 홍보관에서 사전투표 체험 외에도 투표절차 등 선거정보제공 및 선거역사(위원회 발자취 50년) 홍보, 대형 TV를 통한 공명선거·투표참여 홍보영상물 방영, 포토존 및 사진 인화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우선 선거역사에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 70여 년간 투표용지 · 기표용구 · 투표함 변천사와 대한민국 선거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여러 그림판이 서울역 3층 대합실에 설치됐다.
선관위는 공명선거·투표참여 홍보영상물도 다양하게 제작했는데, 걸그룹 에이핑크를 온라인 홍보대사로 임명해 인터뷰 영상을 찍기도 했고 선거 UCC 콘테스트를 통해 일반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토크콘서트 등 각종 선거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투표 분위기 조성에 활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 방면으로 재밌는 영상을 본 기억이 별로 없는데, 최근엔 선거관리위원회도 최대한 흥미롭게 미디어를 이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선관위는 홍보모델로 AOA 설현을 기용했는데, 서울역의 투표참여 홍보관에 가면 최근에 한 이동통신 회사에서 광고에 활용해 큰 화제가 됐던 설현의 등신대가 포토존에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사진출력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그 자리에서 직접 무료로 출력할 수도 있다. 요즘 설현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은 듯한데, 서울역에 가서 사전투표 체험도 하고 사진인화 서비스도 받으면 되겠다.
투표율과 선거 결과의 상관 관계
정치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유권자들의 표다. 미국에서는 부유층의 정치자금 기부가 일상이 되었다고 하며, 이런 고소득층은 꾸준히 정책을 보고받기도 한단다. 정치인들의 출신 이력도 갈수록 부유층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아지고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어차피 고소득층에 비해 서민들의 투표율이 낮다면, 정치인들은 이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소득·인종·나이에 따라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유권자들의 견해가 다르다는데, 아마 한국도 나이와 소득에 따라 많이 다를 것이다.
그래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2년 6월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제19대 총선 투표율 분석 내용 중 특히 주목되는 부분이 바로 연령대별 선거인수 비율과 투표자수 비율이다. 어차피 19세 이상의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투표권을 가지므로, 연령별 선거인수 비율은 우리나라의 인구 비율을 그대로 보여주는 수치일 테고, 투표자수 비율은 그 중에서 실제로 투표를 한 사람들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다. 단순히 연령대별 투표율을 참고하는 것보다는 이 두 가지 수치를 비교하는 게, 투표 결과에서 연령대별로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는가를 좀 더 명확히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왜냐하면 선거인수는 외부적인 상황과 무관하게 원천적으로 이미 정해져있는 것이고 투표자수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기에, 선거인수 비율과 투표자수 비율의 차이를 보면 연령대별로 어느 정도까지 투표 결과에 대한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는가를 보다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19대 총선에서 선거인수 비율과 투표자수 비율이 가장 비슷한 40대를 분기점으로 해서 그 이하인 2030세대의 투표자수 비율은 선거인수 비율보다 낮았고, 50대 이상의 투표자수 비율은 선거인수 비율보다 높았다.
결국 젊은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들에 비해 투표를 적게 한 셈이고(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남성' 투표율은 모든 연령을 통틀어서 제일 낮은 수준이었다), 이는 선거 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총선에서 일부 지역구는 연령별 투표율 편차에 따라 선거 결과에서 여야의 승리에 차이가 있었고,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세대별로 투표율에 그다지 편차가 없었던 지역에서는 특이점이 나타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연령별 투표율에 따른 선거 결과 변화가 어느 정도는 입증된 셈이다.
여기서는 지난 국회의원 선거의 연령대별 선거인수 비율과 투표자수 비율만 살펴봤는데,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기준으로 투표율을 분석해 보면 해당 선거 결과와의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는 누군가의 정치적 견해와는 무관하게 그냥 사실 그대로의 자료로서 의미가 있는 내용이고, 어떤 식으로 보든 투표율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우리가 사전투표제를 실시하는 것도 역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정치참여 거부에 대한 형벌 중 하나는 자신보다 하등한 존재에 의해 지배당하는 것이다."
- 플라톤
미국의 신진 언론 '복스(Vox)'의 보도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치러진 2014년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가계소득이 3만 달러 이하인 저소득층 18~24세 유권자의 투표율은 고작 13%였고, 가계소득이 15만 달러가 넘는 고소득층 65세 이상 유권자의 투표율은 무려 73%였다고 한다. 나이가 들었으며 돈이 많은 백인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계속해서 높거나 더 높아지는 반면, 저소득층이며 유색 인종이고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정체돼 있거나 오히려 떨어졌다는 말이다. 아마도 이게 요즘 미국 대선의 '트럼프 현상'을 상당 부분 설명해 주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2012년의 '미국 선거 연구(American National Election Studies, ANES)' 프로젝트 자료를 보면, 투표를 한 사람과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의 견해차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안정적인 일자리에 훨씬 더 민감하고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하는 반면, 투표한 유권자들은 정부가 그렇게까지 다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투표소에 간 사람들보다 투표소에 가지 않은 사람들이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을 지금보다 더 많이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도, 서유럽 12개 나라를 1830년부터 1938년까지 분석한 연구 결과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른 투표 제한이 점점 철폐됨에 따라 정부 지출이 늘어났다고 한다. 또한 1960년부터 1982년까지를 살펴본 연구 결과도 역시, 투표율이 높을수록 복지 지출이 높은 패턴은 꾸준히 유지됐다(저소득층 유권자들의 투표율 상승은 대부분 예외없이 복지 지출 증대로 이어졌단다). 결국, 투표율의 수준이 정부의 복지 지출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투표한 유권자들의 견해가 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견해보다 더 많이 반영된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슬로건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대 총선, 대한민국 모든 정당의 핵심 공약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많은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듯이, 투표율과 정부 지출의 상관 관계는 꽤 높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투표율이 상당히 낮은 편이고, 그래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복지 수준이 전반적으로 형편없이 낮다.
투표율이 낮은 나라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정도가 심각해져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지 않는 반면, 투표율이 높은 나라에선 불평등 지수가 높아지면 이를 낮추기 위한 정책을 정부가 능동적으로 들고 나온다. 결론적으로, 투표율이 높아지면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시키는 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셈이다.
'헬조선'으로 불리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 나라의 그 어떤 정당도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전부 다 핵심 정책의 목표로 내세우고 있으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자기들을 뽑아주면 이를 위해 애쓰겠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보수정당을 지지하든 진보정당을 지지하든 상관없이, 4.13 총선의 주요 화두가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라고 볼 수 있다. 결국엔 한마디로, 투표율이 무조건 높아져야 하는 것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돈이 많든 적든, 여당 지지자와 야당 지지자를 막론하고 우리 모두가 다 투표소로 가야 한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는 사전투표제도
사전투표는 선거 당일 투표에 참여할 수 없는 유권자가 별도의 신고를 하지 않고도 정해진 기간 동안 전국의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할 수 있는 제도다. 이런 사전투표제가 전국 단위로 처음 실시된 게 2014년 6.4 지방선거 때였다. 2014년 이전에는 선거일 당일에 부득이하게 다른 일이 있는 경우, (부재자 신고를 하지 못했을 시에는) 아무리 본인이 투표를 하고 싶어도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그래서 이때까지만 해도 투표를 '못' 했다는 말이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사전투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선거일 5일 이전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어디에서나 편하게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별도의 신고 절차도 전혀 없고, 자신의 주소지로 찾아갈 필요도 없다.
그냥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곳 근처에 설치된 사전투표소로 가서 신분증만 제시하면 된다. 사실상 투표를 '안' 하는 경우는 있어도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투표를 '못' 했다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고, 만약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건 그저 본인이 '안' 한 것일 뿐이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사전투표 안내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한 사전투표 체험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는 4월 1일 오후 3시 서울역에 투표참여 홍보관을 개관하고, 사전투표를 모의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서울역 모든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투표참여 홍보관은 1일부터 6일까지 엿새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사전투표일인 8일과 9일에는 서울역을 이용하는 전국의 모든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소로 이용할 수 있다(해외 여행객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도 사전투표소가 운영된다).
▲ 서울역에 설치된 투표참여 홍보관 ⓒ 정혁
사전투표는 '관내선거인(자기 주소지의 사전투표소를 이용하는 유권자)'과 '관외선거인(다른 지역의 사전투표소를 이용하는 유권자)'의 투표 방법이 약간 다르다. 관내선거인은 말 그대로 자신의 지역구에 설치된 사전투표소를 이용하는 사람(원래 주소지에 살면서 4월 13일 이전에 투표할 사람)인데, 어차피 주소지가 동일하니 회송용 봉투(주소가 적힌 봉투)가 필요 없다. 그래서 평소에 투표할 때와 똑같이, 투표용지만 2장(지역구-후보자, 비례대표-정당) 받아서 기표하면 된다.
▲ 413총선 지역구 투표용지와 비례대표 투표용지 예시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하지만 관외선거인은 타지역에 살면서 사전투표를 하는 사람(예를 들어 서울로 여행온 KTX 승객이나 해외 여행을 가는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이기 때문에, 투표용지를 회송용 봉투에 넣어야 한다. 그래서 사전투표소에 가면 투표용지만 주는 관내선거인 부스와 회송용 봉투도 함께 주는 관외선거인 부스가 따로 분리되어 있다. 자신의 주소지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 간 유권자를 제외하면, 다른 모든 사람들은 관외선거인 부스로 가서 투표를 해야 한다.
▲ 서울역 투표참여 홍보관에 설치된 관외선거인 부스와 관내선거인 부스. ⓒ 정혁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내선거인, 관외선거인 사전투표 안내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내선거인, 관외선거인 사전투표 안내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따로 구분되어 있는 관내투표함과 관외투표함 ⓒ 정혁
아무런 별도 신고 절차도 필요 없이 그냥 사전투표 기간에 신분증만 들고 가면 되고, 관내 · 관외 구분만 하면 된다. 사전투표소는 주로 각 읍·면·동 주민센터에 설치되는데, 그래도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사전투표소의 정확한 위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의 사전투표소 현황을 방문해서 자신이 현재 머무르고 있는 '시·도'와 '구·시·군'을 입력해서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약도도 볼 수 있다).
▲ 투표소에 설치되어 있는 본인확인기. 본인확인은 서명과 손도장으로 할 수 있다. ⓒ 정혁
투표를 하기 위해 본인 확인을 하는 방법에는 서명(화면에 나타난 자신의 이름을 전자펜을 이용해 그대로 따라 쓰면 된다)과 손도장(엄지손가락을 대고 지문을 스캔하면 된다), 이렇게 2가지 방법이 있다.
관내 · 관외 각 부스에 가면 본인확인기가 있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을 선택해서 정상적으로 확인이 완료되면 투표용지 발급기에서 자신의 해당 지역구 투표용지가 출력된다. 그러면 기표소에 들어가서 투표용지 2장에 각각 기표하고, 기표용구 인주가 다른 곳에 묻지 않도록 세로로 접어서 투표함에 넣으면 된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참여 홍보관에서 사전투표 체험 외에도 투표절차 등 선거정보제공 및 선거역사(위원회 발자취 50년) 홍보, 대형 TV를 통한 공명선거·투표참여 홍보영상물 방영, 포토존 및 사진 인화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우선 선거역사에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 70여 년간 투표용지 · 기표용구 · 투표함 변천사와 대한민국 선거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여러 그림판이 서울역 3층 대합실에 설치됐다.
▲ 서울역 투표참여 홍보관에 전시되어 있는 국내 선거 투표함 변천사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서울역에 설치된 국내 선거 역사 안내판 내용 중 일부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관위는 공명선거·투표참여 홍보영상물도 다양하게 제작했는데, 걸그룹 에이핑크를 온라인 홍보대사로 임명해 인터뷰 영상을 찍기도 했고 선거 UCC 콘테스트를 통해 일반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토크콘서트 등 각종 선거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투표 분위기 조성에 활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 방면으로 재밌는 영상을 본 기억이 별로 없는데, 최근엔 선거관리위원회도 최대한 흥미롭게 미디어를 이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선관위는 홍보모델로 AOA 설현을 기용했는데, 서울역의 투표참여 홍보관에 가면 최근에 한 이동통신 회사에서 광고에 활용해 큰 화제가 됐던 설현의 등신대가 포토존에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사진출력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그 자리에서 직접 무료로 출력할 수도 있다. 요즘 설현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은 듯한데, 서울역에 가서 사전투표 체험도 하고 사진인화 서비스도 받으면 되겠다.
▲ 서울역 투표참여 홍보관에 설치된 설현 포토존 ⓒ 정혁
▲ 서울역 투표참여 홍보관에 설치된 투표 일정 안내판 ⓒ 정혁
투표율과 선거 결과의 상관 관계
정치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유권자들의 표다. 미국에서는 부유층의 정치자금 기부가 일상이 되었다고 하며, 이런 고소득층은 꾸준히 정책을 보고받기도 한단다. 정치인들의 출신 이력도 갈수록 부유층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아지고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어차피 고소득층에 비해 서민들의 투표율이 낮다면, 정치인들은 이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소득·인종·나이에 따라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유권자들의 견해가 다르다는데, 아마 한국도 나이와 소득에 따라 많이 다를 것이다.
그래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2년 6월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제19대 총선 투표율 분석 내용 중 특히 주목되는 부분이 바로 연령대별 선거인수 비율과 투표자수 비율이다. 어차피 19세 이상의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투표권을 가지므로, 연령별 선거인수 비율은 우리나라의 인구 비율을 그대로 보여주는 수치일 테고, 투표자수 비율은 그 중에서 실제로 투표를 한 사람들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다. 단순히 연령대별 투표율을 참고하는 것보다는 이 두 가지 수치를 비교하는 게, 투표 결과에서 연령대별로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는가를 좀 더 명확히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왜냐하면 선거인수는 외부적인 상황과 무관하게 원천적으로 이미 정해져있는 것이고 투표자수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기에, 선거인수 비율과 투표자수 비율의 차이를 보면 연령대별로 어느 정도까지 투표 결과에 대한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는가를 보다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19대 총선에서 선거인수 비율과 투표자수 비율이 가장 비슷한 40대를 분기점으로 해서 그 이하인 2030세대의 투표자수 비율은 선거인수 비율보다 낮았고, 50대 이상의 투표자수 비율은 선거인수 비율보다 높았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 분석 자료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결국 젊은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들에 비해 투표를 적게 한 셈이고(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남성' 투표율은 모든 연령을 통틀어서 제일 낮은 수준이었다), 이는 선거 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총선에서 일부 지역구는 연령별 투표율 편차에 따라 선거 결과에서 여야의 승리에 차이가 있었고,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세대별로 투표율에 그다지 편차가 없었던 지역에서는 특이점이 나타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연령별 투표율에 따른 선거 결과 변화가 어느 정도는 입증된 셈이다.
여기서는 지난 국회의원 선거의 연령대별 선거인수 비율과 투표자수 비율만 살펴봤는데,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기준으로 투표율을 분석해 보면 해당 선거 결과와의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는 누군가의 정치적 견해와는 무관하게 그냥 사실 그대로의 자료로서 의미가 있는 내용이고, 어떤 식으로 보든 투표율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우리가 사전투표제를 실시하는 것도 역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정치참여 거부에 대한 형벌 중 하나는 자신보다 하등한 존재에 의해 지배당하는 것이다."
- 플라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미디어 홍보단'으로 참여하며 작성했고, 필자는 소정의 원고료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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