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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야동도 아니고, 왜 금지하나

[우리는 불복종한다 1 ] 청소년 선거운동 금지하는 선거법, 왜죠?

등록|2016.04.05 16:13 수정|2016.04.06 13:01
현 선거법에 따르면, 청소년의 선거운동은 불법이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 혹은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행위는 모두 선거운동으로 간주되므로 청소년이 정치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가 금지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SNS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린 청소년이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아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고, 선관위에서 청소년이 선거 관련 UCC를 만드는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규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청소년의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며, 청소년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선거법에 대한 불복종행동에 나선 청소년들이 있다. 본 연재에서는 그들이 직접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밝히며 현 선거법의 문제를 짚는 기고문들을 싣는다. 4월 9일에는 '청소년 선거운동 금지에 대한 불복종 행동 기자회견'이 진행될 예정이다. - 기자 말

▲ 노동당 공식 홈페이지. ⓒ 노동당


나는 노동당을 지지한다. 이 말을 하면 흠칫 놀라실 분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노동당은 지금 글을 읽고 계실 많은 분들이 생각하고 계실 북한의 조선로동당이 아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실제로 한국에 존재하고 있는 노동당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노동당이라니, 어쩐지 이름도 불온(?)해 보이는 이 당을 지지한다고 하니 꽤 놀라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이 당의 열렬한 지지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까지 써가며 이 당을 지지하는 것은 내가 이 당의 정책들에 많은 부분 동의하고 지지하기 때문이다. 노동당에는 많은 정책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공감되는 두 분야의 정책들을 먼저 이야기 해 보겠다.

청소년인 나, 노동당을 지지하는 이유

첫번째는 노동이다. 노동당은 "주당 법정노동시간 35시간 상한제, 연장근무 5시간 상한제"와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먼저 근로시간부터 보자. 한국의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285시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이 일한다.

OECD 평균인 1770시간 보다는 515시간 더 일하는 셈이다. 한국의 노동자들의 19%를 차지하는 357만명은 심지어 연장근로 시간까지 초과해 가며 일했다.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휴일에 일을 시켜도 딱히 벌칙을 적용받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받는 임금은 어떠한가? 2016년 기준으로 시간당 최저임금은 6030원이다. 한 시간 일하면, 겨우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아주 많이 일하고, 아주 적게 번다는 소리다.

두번째는 교육이다. 이 부분은 가장 나에게 맞닿아있는 부분인데, 타 당들과 달리 비교적 청소년 인권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었다. 내가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 부문에서 특히 학생인권법 제정, 학습시간 및 학습부담 줄이기 부분을 주목하여 이야기 하겠다.

한국의 청소년 인권은 어디에서나 침해받지만, 학교에서는 더욱 더 심하게 침해받고 있다. 직간접적 체벌이 만연하게 남아있는 것은 물론, 머리, 복장까지 제한당하지 않는 것이 없다. 학생인권조례가 들어선 곳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전과 다를 바가 없다. 전반적인 학생 인권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학생인권법 제정은 꼭 필요하다.

한국 청소년들의 학습시간은 노동시간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지난해 발표한 학습시간 및 학습부담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초등학생은 6시간 20분, 중학생은 8시간 3분, 인문고 계열 학생은 12시간 1분, 특성화고 학생은 10시간 4분으로 법정노동시간보다도 긴 학습시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조사에서는 일반고 고등학생의 72.8%가 쉬고 있을 때도 불안감과 초조감을, 절반 정도의 학생이 학습량과 내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리고 위의 내용은 나도 예외가 아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모두가 과로하고 있다. 온갖 제재를 겪어내며 12시간씩 공부해 노동시장에 나왔더니, 행복이나 자아실현은 커녕 또 하루의 절반을 일한다. 그렇게 일해도 고용은 불안정하고 임금은 적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다운 삶이 가능할 리 없다. 몸 어딘가가 이상한 것 같아도 아주 중한 것이 아니면 병원에 갈 수 있는 시간도 없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더라도 '열심히 일해서 병원에 다 쓰는' 셈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이런 인간답지 못한 삶을 인간답게 바꿔보자는 노동당을 지지한다. 내게 가장 직면한 문제를 가장 현실성있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투표권 없다고 할말이 없진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하나 있다. 공직선거법 60조에 따르면 19세 미만의 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뜬금없이 이 이 이야기가 왜 나오냐고? 나는 19세 미만의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트위터에 청소년이 누구누구를 지지한다고 한 마디만 올려도 선관위 트위터가 와서 불법 선거운동이라며 제재한다. 이 60조의 근거는 아마도 청소년은 '휩쓸리기 쉬운 미성숙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생각해보자. 좁은 집단 내에서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모두가 '예'라고 이야기 할 때 '아니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은 몇명이나 되는가? 나의 이해관계에 맞추어 내게 가장 이득이 되어보이는 공약에 표를 던지는 게 뭐가 잘못 되었는가? 특정 연령대의 사람들을 묶어 '놀기 바쁘고 미성숙한 이'로 호명하는 것은 얼마나 오만한가? 특히 국가가 나서서 그에 앞장선다면 이게 코미디가 아니고 무엇인가? 투표권이 없다고 해서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나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하는 노동당을 지지하고, 그런 나의 입을 틀어막는 선거법에 반대한다.

청소년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선거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아울러 선거권과 피선거권, 정당가입을 할 권리 등 청소년의 참정권이 전방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청소년도 이 나라에, 이 동네에 함께 살고 있는 국민이지 주민이며, 국민의 당연한 권리는 청소년에게도 당연히 보장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봄은 왔지만, 과연 평등한 민주주의의 봄은 왔는가? 청소년의 참정권을 지지한다면 '평등한 민주주의의 봄을 바라는 청소년 참정권 요구 선언'에 서명해주시라. 서명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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