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아이들의 표정은 왜 이리 밝을까?
꿈틀비행기 3호를 타고 만난 덴마크의 행복교육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의 모습은 어떨까? UN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지난 2012, 2013년 연속 세계 1위를 한 덴마크에 지난 1월 8박9일간 다녀왔다. 오마이뉴스가 기획한 '꿈틀비행기 3호'를 타고.
이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많은 사전 노력이 필요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쓴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고 독후감을 써야 했고, 왜 가려고 하는지에 대해 오 대표와 사전 인터뷰도 해야 했다. 또한 적지 않은 경비 420만 원이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나는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30명의 꿈틀비행기 탑승자의 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현직 교사인데, 대부분 일정이 여러 종류의 학교 현장을 둘러보는 것이어서 그것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이 글에서도 나는 학교들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점을 나누고자 한다.
첫째, 학생들의 표정이 밝았다. 우리는 덴마크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양한 학교를 방문했는데, 참 신기했다. 초등학생들의 밝고 명랑한 표정이 고등학생들한테도 보였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달랐다. 우리나라에선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밝고 명랑한 모습이 중고등학생이 되면 대체로 사라지는데 덴마크 아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토로세 슬롯츠 에프터스콜을 방문했을 때 나는 학생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에프터스쿨은 우리로 따지면 중3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가지 전에 1년간 쉬어가면서 인생을 설계하는 학교다. 여기에서 피아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 등 4명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밝은 표정으로 얼마나 말을 당차게 잘하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피아는 "스스로 내 인생을 설계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4명의 학생은 우리 일행 33명 앞에서 1시간 가까이 여러 질문에 서슴없이 성실하게 답변했다. 그러는 동안 얼굴에는 계속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표정에서 안정감과 자존감에서 나오는 자신감과 여유를 보았다.
로스킬레 지역에 있는 사립 초중등학교와 공립 고등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의 표정도 밝기는 마찬가지였다. 낯선 외국인들이 다가가도 해맑게 웃으며 인사했다. 어찌 이 나라에도 어두운 아이들이 없겠는가만, 내 눈에 안 보이는 어두운 사연들이야 왜 없을까만, 대부분의 아이들 표정은 대체로 행복해 보였다. 수업시간에 들어가보니 아이들은 발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성적 우수상제도가 없고, 대학은 가고싶은 학생 30%만 가고, 지금 당장 잘하지 않았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표정이 가능하구나 싶었다.
둘째,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며 수업시간에 참관해 봤는데 책상에 엎드려 자거나 조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니 잘 수가 없었다. 수업은 선생님의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토론식이었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수시로 참여했다.
로스킬레 초중등학교에서는 4학년 이상이면 컴퓨터와 스마트보드로 수업을 한다는데, 실제로 수업장면을 참관하니 아이들이 개인 노트북을 책상 위에 놓고 있었다. 8학년 국어수업이었는데 아이들은 5, 6명씩 모둠이 되어 둘러앉아 소곤소곤 대화를 하며 수업에 참여했다. 몇 명의 아이들은 아이폰을 끼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교사는 학생과 동등한 위치에서 수업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셋째,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보장되어 있었다. 중3을 졸업한 학생들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바로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도 있고, 10학년을 다니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준비하는 시간을 갖거나, 1년간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에프터스쿨에 갈 수도 있다.
코펜하겐 길거리에서 만난 이다는 코펜하겐대학에서 수사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중3을 졸업하고 바로 고등학교에 가지 않고 에프터스쿨에서 1년동안 쉬면서 인생을 설계했다고 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유를 가지고 찾아가고 있었다. 대학생이 되자마자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대학생들과는 달랐다.
넷째, '옆을 볼 자유'는 인생 곳곳에 보장돼 있었다. 에프터스콜이 중3 졸업생을 위해 1년간 쉬어가는 시간을 준다면, 고3 졸업생에게도 대학을 가기 전에 6개월 동안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있다. 호이스쿨이 바로 그것이다.
호이스쿨은 덴마크의 아버지라고 볼 수 있는 그룬트비 목사가 '살아있는 교육'을 주창하면서 1840년대에 만들기 시작했는데, 에프터스쿨의 모태가 된 것이기도 하다. 그룬트비는 호이스쿨을 통해 덴마크의 농부들은 '깨어있는 시민'으로 만들어갔다.
우리는 발레킬레 호이스쿨을 방문했는데, 이곳은 게임을 통해 창의성과 호기심을 살린다는 취지로 게임아카데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교사 토마스는 "1년간의 대화보다 1시간의 게임이 사람을 파악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 각종 온라인, 오프라인 게임을 통해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를 구현해내고 있었다. 어쨌든 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으로 직행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실컷 하면서, 옆을 볼 자유를 누리면서, 인생의 다음 단계를 설계하고 있었다.
덴마크의 행복교육의 실상을 보면서 우리나라 교육을 생각하니 우린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래도 학생들이 가고 싶은 즐거운 학교가 하나 둘 더 늘어난다면 우리 아이들의 표정이 좀 변하지 않을까? 나부터라도 어떻게 하면 행복한 교실을 만들 수 있을지, 새로운 씨앗을 뿌리면서 꿈틀거려봐야겠다.
이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많은 사전 노력이 필요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쓴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고 독후감을 써야 했고, 왜 가려고 하는지에 대해 오 대표와 사전 인터뷰도 해야 했다. 또한 적지 않은 경비 420만 원이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나는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30명의 꿈틀비행기 탑승자의 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현직 교사인데, 대부분 일정이 여러 종류의 학교 현장을 둘러보는 것이어서 그것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이 글에서도 나는 학교들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점을 나누고자 한다.
첫째, 학생들의 표정이 밝았다. 우리는 덴마크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양한 학교를 방문했는데, 참 신기했다. 초등학생들의 밝고 명랑한 표정이 고등학생들한테도 보였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달랐다. 우리나라에선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밝고 명랑한 모습이 중고등학생이 되면 대체로 사라지는데 덴마크 아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토로세 슬롯츠 에프터스콜을 방문했을 때 나는 학생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에프터스쿨은 우리로 따지면 중3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가지 전에 1년간 쉬어가면서 인생을 설계하는 학교다. 여기에서 피아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 등 4명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밝은 표정으로 얼마나 말을 당차게 잘하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피아는 "스스로 내 인생을 설계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4명의 학생은 우리 일행 33명 앞에서 1시간 가까이 여러 질문에 서슴없이 성실하게 답변했다. 그러는 동안 얼굴에는 계속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표정에서 안정감과 자존감에서 나오는 자신감과 여유를 보았다.
로스킬레 지역에 있는 사립 초중등학교와 공립 고등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의 표정도 밝기는 마찬가지였다. 낯선 외국인들이 다가가도 해맑게 웃으며 인사했다. 어찌 이 나라에도 어두운 아이들이 없겠는가만, 내 눈에 안 보이는 어두운 사연들이야 왜 없을까만, 대부분의 아이들 표정은 대체로 행복해 보였다. 수업시간에 들어가보니 아이들은 발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성적 우수상제도가 없고, 대학은 가고싶은 학생 30%만 가고, 지금 당장 잘하지 않았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표정이 가능하구나 싶었다.
둘째,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며 수업시간에 참관해 봤는데 책상에 엎드려 자거나 조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니 잘 수가 없었다. 수업은 선생님의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토론식이었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수시로 참여했다.
▲ 덴마크의 학교 수업 모습 ⓒ 정광임
로스킬레 초중등학교에서는 4학년 이상이면 컴퓨터와 스마트보드로 수업을 한다는데, 실제로 수업장면을 참관하니 아이들이 개인 노트북을 책상 위에 놓고 있었다. 8학년 국어수업이었는데 아이들은 5, 6명씩 모둠이 되어 둘러앉아 소곤소곤 대화를 하며 수업에 참여했다. 몇 명의 아이들은 아이폰을 끼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교사는 학생과 동등한 위치에서 수업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셋째,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보장되어 있었다. 중3을 졸업한 학생들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바로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도 있고, 10학년을 다니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준비하는 시간을 갖거나, 1년간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에프터스쿨에 갈 수도 있다.
코펜하겐 길거리에서 만난 이다는 코펜하겐대학에서 수사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중3을 졸업하고 바로 고등학교에 가지 않고 에프터스쿨에서 1년동안 쉬면서 인생을 설계했다고 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유를 가지고 찾아가고 있었다. 대학생이 되자마자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대학생들과는 달랐다.
넷째, '옆을 볼 자유'는 인생 곳곳에 보장돼 있었다. 에프터스콜이 중3 졸업생을 위해 1년간 쉬어가는 시간을 준다면, 고3 졸업생에게도 대학을 가기 전에 6개월 동안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있다. 호이스쿨이 바로 그것이다.
호이스쿨은 덴마크의 아버지라고 볼 수 있는 그룬트비 목사가 '살아있는 교육'을 주창하면서 1840년대에 만들기 시작했는데, 에프터스쿨의 모태가 된 것이기도 하다. 그룬트비는 호이스쿨을 통해 덴마크의 농부들은 '깨어있는 시민'으로 만들어갔다.
우리는 발레킬레 호이스쿨을 방문했는데, 이곳은 게임을 통해 창의성과 호기심을 살린다는 취지로 게임아카데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교사 토마스는 "1년간의 대화보다 1시간의 게임이 사람을 파악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 각종 온라인, 오프라인 게임을 통해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를 구현해내고 있었다. 어쨌든 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으로 직행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실컷 하면서, 옆을 볼 자유를 누리면서, 인생의 다음 단계를 설계하고 있었다.
덴마크의 행복교육의 실상을 보면서 우리나라 교육을 생각하니 우린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래도 학생들이 가고 싶은 즐거운 학교가 하나 둘 더 늘어난다면 우리 아이들의 표정이 좀 변하지 않을까? 나부터라도 어떻게 하면 행복한 교실을 만들 수 있을지, 새로운 씨앗을 뿌리면서 꿈틀거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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