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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으로 쓴 주유비로 지구를 돌면 835바퀴

[19대 정치자금 봉인해제37] 차량-주유

등록|2016.04.08 21:28 수정|2016.04.15 10:03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br> <br><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디자인]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바로가기- '19대 정치자금 봉인해제' 특별면

[수정 : 9일 오후 2시 50분]

19대 국회의원들이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약 3년간 '차량-주유' 비용으로 지출한 정치자금은 총 50억8866여만 원이었다. 여기에는 의원뿐 아니라 보좌진(지역구 포함)의 출장 주유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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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의석수가 많은 새누리당의 비용 지출이 압도적으로 높아 30억7878만여 원이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18억9435만여 원을 주유비로 썼다. 그밖에 통합진보당 5657만 원, 진보정의당 3286만 원, 무소속 2610만 원이었다.

19대 국회의원들이 쓴 주유비 50억8866만 원을 2014년 한국 휘발유 가격(리터당 평균 1825원)과 그랜저 평균 연비인 리터당 12km로 환산해봤다. 이는 지구를 약 835바퀴 돌 수 있는 비용이었다. 평균 시속을 60km로 잡으면, 63년 6개월(23236일)간 쉬지 않고 운전만 해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가 나온다.

문제는 이미 국회 사무처에서도 출장지원비로 차량 유류비를 따로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수증을 내야 주는 후지급 방식이긴 하나, 국회는 이미 2015년 기준 국회의원 1인당 연 1320만 원의 차량 유류비로 책정했다.

의원들이 국회로부터 한 해 얼마를 받는지를 명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국회의원 1인이 수당·상여금 등을 합쳐 1년간 받는 급여는 총 1억3796만 원, 공공요금·유류비 등 의원실 운영비 명목으로 받는 금액은 국회의원 1인당 연 1억 원(9829만 원)에 다다랐다(관련 기사: 국회의원 차량 유류비·유지비만 연 1749만 원).

그러나 19대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으로 쓴 주유비는 이를 제외한 또 다른 비용 지출이다. 285명 의원이 1인당 쓴 주유비는 월평균 61만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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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윤 5556만 원-이강후 5429만 원-김재경 5265만 원

주유비 지출 총액 1~5위를 꼽아보니 4명이 새누리당(정갑윤·이강후·김재경·정병국), 1명이 새정치민주연합(김춘진)이었다. 정갑윤(울산 중구) 새누리당 의원은 5556만여 원을 주유비로 지출해 1위에 올랐고, 같은 당의 이강후(강원 원주시을) 의원이 5429만여 원, 김재경(경남 진주시을) 새누리당 의원은 5265만 원을 써 그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정병국(경기 여주시양평군가평군) 의원이 5093만 여원을 써 4위에, 김춘진(전북 고창군부안군) 새정치연합 의원은 5018만 원을 주유비로 사용해 지출 총액 5위에 올랐다.

특히 정병국 의원은 지난 2009년에도 정치자금으로 3768만283원어치 주유비를 썼다고 신고해, 실제 사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정 의원은 당시 <한겨레>에 "지역구인 양평·가평군이 서울의 2.5배로 넓어 주유비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주유비 미납액' 명목, 한 번에 500만 원 입금도

주유비를 밀렸다가 한꺼번에 내는 의원들도 보였다. 일례로 김성태(서울 강서구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2년 7월과 9월 '주유비 미납액'이라며 경일주유소에 각각 500만 원과 300만 원을, 같은 당 장윤석(경북 영주시) 의원도 지난 2012년 5월 21일 '2, 3월 주유대'라며 각각 317만 원, 320만 원을 영주주유소에 입금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치자금 카드가 하나뿐이다 보니 종종 몰아서 결제하곤 한다"고 답했다.

또 김재원(경북 군위군의성군청송군) 새누리당 의원은 '주유비 환불'이라며 지난 2014년 9월 1일 신한카드로부터 487만 원을 환불받아 다시 입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정치자금으로 주유비를 지출한 285명 의원 가운데 62명은 각각 3000만 원 이상을 주유비로 썼다. 반면 100만 원을 채 쓰지 않은 의원도 37명이나 됐다. 게다가 주유비 지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의원들도 있다. 이는 국회 예산에서 지원되는 주유비를 활용했거나 자비로 충당했다는 뜻이 된다.

유기홍(서울 관악구갑)·은수미(비례대표)·임수경(비례대표) 새정치연합 의원은 정치자금으로 단 한 차례씩만 주유비를 썼다. 임수경 의원은 지난 2012년 6월 '보좌직원 워크숍'으로 6만 원을, 유기홍 의원은 같은 해 7월 '유류대' 명목으로 4만7000여 원, 은수미 의원은 지난 2013년 4월 보좌관의 '의원 수행'과 관련해 3만 원을 주유비로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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