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과반은 기적, '호남 자민련'은 없다
[주장] 한국일보 이계성 칼럼 ‘안철수의 착각’에 대한 반론
▲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금남시장에서 중-성동을 정호준 후보와 함께 유세를 벌이고 있다. ⓒ 이희훈
한국일보 이계성 논설실장은 '안철수의 착각'이라는 2016. 4. 4. 자 칼럼을 통해서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20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여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그렇다 한들 호남 중심의 의석 때문에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고, 국민의당이 호남지역의 국회의원들로 구성되어 야권 통합을 외치는 상황에서는 안 대표가 흔들려 호남의 맹주로서 자리 잡기도 힘들 것이며, 또한 새누리당이 180석 이상을 차지할 경우 3당 체제의 의미가 미미해지는 대신 야권의 패배가 후보단일화의 실패 때문에 발생한 것이어서 오히려 안철수 대표의 책임론이 비등해질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필자는 위 칼럼에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자 한다.
우선 이번 선거와 관련하여 새누리당이 160석, 더불어민주당 90석, 국민의당 28석, 정의당 7석, 무소속 15석 안팎에서 의석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것이라는 점과 호남이 국민의당을 지지하더라도 곧바로 안철수 대표에 대한 호남맹주의 자리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달리한다.
먼저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의회 운영에 있어서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임은 틀림없다. 지금까지는 양당이 모든 의사일정을 합의해서 결정하는 형국이었지만 제3의 원내교섭단체가 있을 경우에는 3면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므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일부 야권 통합론자들은 새누리당이 180석을 확보할 경우에는 그러한 교섭단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지만, 두 교섭단체를 모두 무시하고 절대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의사일정을 일방적으로 진행하였을 경우 닥쳐올 여론의 질타는 훨씬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그 만큼 의사진행에 있어서 더 큰 부담을 갖게 되는 것이다.
18대 국회에서 여권은 185석(새누리당 153석, 자유선진당 18석, 미래희망연대 14석)이었고, 야권은 89석(민주통합당 81석, 민주노동당 5석, 창조한국당 3석), 무소속이 25석이었다. 그리고 무소속 대부분은 여권의 성향이었다. 여권이 절대다수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 후 19대 국회에서는 여권 157석(새누리당 152석, 선진통일당 5석), 야권의 경우 138석(민주통합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 무소속 5석이었다. 야권이 강화된 19대 국회가 18대 국회에 비하여 얼마나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의석수가 아니라 강력한 의지력을 갖고 있느냐의 여부가 아닐까? 결국은 여권의 의석수가 180석을 넘느냐의 문제보다는 야권의 교섭단체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 여권에 대하여 의회 운영에 있어서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비록 호남에서 국민의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더불어민주당을 압도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안철수 대표에 대한 확고한 지지라 생각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우선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 대한 반발심에서 국민의당에 지지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해 왔음에도 호남에 대해서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정권창출을 하지 못하였다는 점, 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하여 끌려 다니기만 할 뿐 강력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였다는 점에 대한 반발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에 대한 지지는 반사적인 효과에 불과한 셈이다.
따라서 야권의 다른 대선후보가 등장할 경우 언제든지 안철수 대표에 대한 지지가 새로운 후보에게 옮겨갈 개연성이 크다. 필자는 오래전에 '문재인과 안철수의 다른 듯 같은 길'이라는 칼럼에서 같은 내용의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다. 결국 호남에서 안철수 대표에 대한 지지가 높다 하더라도 과거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지지처럼 언제든지 연기처럼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계성 실장은 위 칼럼에서 야권 통합론자들이 안 대표를 흔들어 댐으로써 그 지지가 확고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야권 통합론자들의 주장은 선거를 앞두고 당선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었고, 만일 선거가 끝나서 자신들이 모두 당선되고, 국민의 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에는 굳이 야권 통합을 외쳐야 할 이유가 없게 된다. 자신들이 분열주의자가 아니고 강력한 야권통합론자임을 내세움으로써 지역에서 득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야권통합을 외쳤던 것에 불과하다. 교섭단체를 구성한 국민의당이 국회에서 제3당으로 일정한 역할이 주어질 것이 자명한 상태에서 굳이 야권 통합을 외치면서 안철수 대표를 흔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또한 안철수 대표를 흔들 경우 다른 대안이 없게 된다. 문재인 의원의 경우 안철수라는 대안이 있었기 때문에 흔들림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비록 호남출신 국회의원들이 다수를 이룬다 하더라도 야권 통합을 내세우면서 안철수 대표를 흔들어야 할 이유도 명분도 없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국민의당에서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친안 세력이 패권화되어 당의 운영을 좌지우지 할 경우에는 국민의당이 걷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질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 대표가 흔들리냐의 문제는 단지 호남 중심의 의원들 때문이 아니라 안철수 대표의 패권화 여부에 달려 있다.
선거가 끝난 후 새누리당이 180석 가까운 의석을 차지할 경우 후보단일화에 소극적이었던 안철수 대표에 대한 비난이 비등할 것이라는 점도 동의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수단이다. 선거 패배가 야권의 분열로 인한 것이고, 분열의 주된 책임이 안철수 대표에게 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벗어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 또 하나는 야권 통합을 외침으로써 야권의 위기의식을 고취시키고, 당선 가능성 있는 야권 후보에게 표를 결집시키려는 선거 전략이다. 또한 지금의 상태로는 새누리당이 180석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도 커 보이지 않는다. 이미 공천실패로 상당한 내상을 입고 국민들의 마음이 떠난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것만 해도 이미 기적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야권 단일화 논의는 국민들에게 더 이상 감동을 주지도 못한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점은 국민의당이 등장함으로써 호남에서 제대로 된 선거가 치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호남에서 민주당이 후보로 지명하면 곧바로 당선이었다. 후보들은 당에 잘 보이면 되는 것이고 주민들을 상대로 활동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대구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만일 주민들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진박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공천을, 비박이라는 이유로 낙천을 할 수 있었겠는가. 결국은 야권의 분열 못지않게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선택권을 돌려주었다는 점도 크게 생각해야 한다. 또한 각 정당은 자신의 정강정책에 맞는 후보를 내세우고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다. 복수정당제도는 우리 헌법적 가치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이 후보를 내는 행위 자체를 분열주의로 몰아붙일 문제는 아니다. 각 정당이 경쟁해서 좋은 후보를 내세우고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다음 자신들의 이념과 정책 방향에 따라서 국정운영 과정에서 연대를 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야권은 선거 때마다 오로지 단일화만을 외치면서 반새누리당 전선을 형성해 선거를 치러왔다. 그리고 매번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차라리 야권이 경쟁을 통해서 건강해졌더라면 보다 강력한 야당의 지형을 형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야권이 분열된 지금의 상황에서도 월등하게 앞서가는 야당 후보가 있는가 하면, 야당에 유리한 선거구에서 야권 후보가 분열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여당후보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다. 결국은 야권 통합이 승리의 공식이 아니라 후보의 경쟁력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야권의 후보가 여러 명이라면 더 강력한 경쟁력과 선명성을 갖추어서 돌파해 나가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강력한 야당이 형성되고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한 곳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한 가지 첨언해 두고자 한다. 비록 국민의당이 호남지역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 중심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한다 하더라도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하지는 않는다. 호남세력은 호남지역 뿐만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선거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또한 수도권 지역의 상당수 정치인들도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섭단체를 구성한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더 강력한 경쟁을 통해서 야당의 자리를 두고 혈투를 벌이게 된다. 그만큼 야권도 예전처럼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국민들의 마음을 잃게 되는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결국 일부 야권의 '호남 자민련'이라는 표현은 아무런 노력이나 경쟁 없이 하나의 야당으로 안주하겠다는 것으로 상대 야당을 폄훼하는 단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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