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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 살해한 부모 심정 이해한다고요?

활짝 피는 꽃과 함께 장애인의 삶도 활짝 필 날 있겠죠?

등록|2016.04.07 11:59 수정|2016.04.07 11:59

▲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 2015년 9월 24일 오후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 및 고속버스의 교통약자 접근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후 참가자들이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 조정훈


4월이 되면 장애인은 조금 심란해집니다. 이제는 모두가 잘 아시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있기 때문이죠.

장애인을 위한 날, 그래서 장애인 주간행사도 많고, 기념식도 있는 그 날이 되면 우리는 왜 헛헛해질까요. 아마도 수십 년간 반복되는 '장애인의 날'에만 집중되는 관심 때문 아닐까요. 364일 차별 속에 살아가는 장애인, 그 날 하루만 바쁩니다. 정부 주도의 기념식도 있고요, 각 지역에서 열리는 기념행사도 있고요, 장애를 잘 극복했다며 상도 주기도 하고, 영화를 공짜로 보여주기도 하고, 장애인 콜택시도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모두 이해해 주시겠지요? 장애인들도 365일 1년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래서 장애인들은 4월에 투쟁을 합니다. 이미 지역별로 순회투쟁에 들어간 곳도 있고 4월 20일이 되면 길거리에서 권리를 외치는 장애인들을 보시게 될 거예요. 혼란스러울 수도 있어요. TV에는 장애인들을 위해서 정부, 지자체, 민간에서 잔치를 열어주고 있는데 한편에선 목청 높여 거리로 나선 장애인들이 있을 테니까요.

길을 막는다고 시끄럽다고 눈살을 찌푸리시기 전에 장애인들이 여러분들과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 번 되돌아봐 주시기 바라는 마음에 최근 소식 몇 가지 전해드려요.

먼저 잊을 만하면 기사로 나오는 장애아동을 살해하고 자살한 부모의 이야기입니다. 경찰관이라고 합니다. 다운증후군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아들은 20살이지만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장애인을 키우는 가족이 죄인도 아닌데 늘 미안하다고 합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가족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들이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오죽하면 그랬을까, 그 가족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합니다. 저는 거꾸로 묻고 싶습니다. 우리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장애인으로 태어난 그 사람과, 그 가족의 비극적 운명일까요 아니면 장애인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장애인 가족과 함께 살아가기가 힘겨운 사회일까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최근 장애인시설에 대한 폐쇄 권고를 내렸습니다. 장애인시설 거주인들 간의 성추행·성폭행이 끊이지 않는 모 시설이 더 이상의 자정능력이 없다며 시설 폐쇄를 권고했습니다. 또 다른 장애인거주시설에는 24시간 돌봄 없이 장애인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개선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많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분리된 채, 지역사회에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활짝 핀 벚꽃을 마냥 좋게 바라볼 수 없는 4월, 언제쯤이면 장애인도 함께 마음껏 웃을 수 있을까요. 4월, 장애인들은 거리로 나옵니다. 지나가다 마주치게 되면 봄꽃 구경 함께할 수 있는 날을 앞당기기 위함임을 공감해주시고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잔치가 아니라 권리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정지영 씨는 현재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국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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