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 훈화 같았다" 미스터피자 회장 사과 논란
가맹점주들 "해결책 없는 훈화성 사과", 본사직원 사전 입단속까지
▲ 미스터피자 가맹점주 "정우현 회장, 갑질 사과하라"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MPK그룹 본사 앞에서 "경비원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정우현 MPK그룹 회장을 대신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협의회 측은 "정우현 회장과 MPK그룹도 정중하게 사과할 것을 강력이 촉구한다"며 "단지 경제력과 힘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폭행하고 폭언하는 갑질은 반드시 근절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 남소연
정우현 MPK(미스터피자코리아) 회장이 지난 6일 결국 점주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40여 명에 이르는 가맹점주들은 MPK 본사 직원에게 "심한 발언을 자제하라"는 입단속을 받은 뒤에야 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정 회장은 이달 초 건물의 문이 잠겨 있다는 이유로 경비원 A씨(58)의 뺨을 두 차례 때려 '갑질' 논란의 대상이 됐다. MPK 본사와 체결한 상생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분노하던 미스터피자 점주들은 정 회장의 갑질을 추가로 폭로했다.
다섯 시간 진통 속 어떤 내용 오갔나
상생협약 개선을 요구하던 점주들은 뜻밖의 역풍을 맞았다. 정 회장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6일 협의회는 MPK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을 대신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후 회장의 진정성있는 사과를 받기 위해 MPK 본사로 진입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대다수 가맹점주들이 10여년 넘게 미스터피자 매장을 운영해 왔지만 항의방문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원만한 해결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당초 가맹점주들은 항의방문이 30분 안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저녁 8시를 넘기는 장시간 면담이 이어졌다.
이날 본사에 들어간 점주들은 직원들에게 뜻밖의 교육을 받게 됐다. MPK 본사 쪽 직원이 점주들에게 '사전 입단속'을 시킨 것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MPK 직원은 점주들에게 회장이 이번 사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심신이 쇠약해져 있으니 심한 말을 하지 말라는 교육을 했다"며 "누가 더 상처를 받고 피해를 입었는지 고려하지 않은 대처"라고 비판했다.
점주들은 입을 다물었고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이후 정 회장이 얼굴을 비췄다. 그는 사과의 뜻을 전하며 점주들과 악수를 했다. 하지만 화가 난 일부 점주들은 문제를 해결하기까지는 악수를 하고 싶지 않다며 거부했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관계자는 정 회장의 면담 방식에 대해 "교장선생님이 훈화를 하는 줄 알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 회장은 줄곧 원론적인 얘기만 할 뿐 협의회가 요구한 내용에 대한 해결책은 전혀 내놓지 않았다"며 "진전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긴박한 미스터피자, 협의회 존재 부정?
MPK 본사는 연일 긴박하게 돌아갔다. 전일 면담에 이어 7일 오전에는 내부에서 회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협의회가 말한 대로 달라진 점은 없었다.
그럼에도 협의회쪽에선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 아닌 만큼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봤다. 협의회 관계자는 "(상생계약이나 치즈 값 폭리 등) 세부 내용은 조율을 좀 더 해봐야 하겠지만 무리한 요구가 아닌 만큼 해결이 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하지만 MPK 본사는 한꺼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협의회쪽이 주장하는 내용 중 단 한 가지도 인정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가맹점주들의 모임인 협의회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어감도 풍겼다.
이날 MPK 관계자는 "상생계약의 경우 일부 점주들은 이해를 해줬는데 협의회 차원에서 다시 들고 나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점주 개인과 합의를 한 것도 있는데 협의회는 마치 점주들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하고 있다"며 "대응을 하고는 있지만 난감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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