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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직원들은 언제 투표할까?

[주장] 보통은 '사전투표'로... 하지만 업무특성상 실제 투표할 시간은 태부족

등록|2016.04.08 15:09 수정|2016.04.10 20:34

사전투표여수의 한 사전투표소 ⓒ 정병진


8일~9일 이틀간 전국에서 20대 총선 '사전투표'가 실시된다. 본 투표일인 13일에 투표하기 힘든 유권자는 전국의 각 동사무소 등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에서는 총선 사전투표를 관리하느라 '비상근무'를 하는 중이다.

여기서 문득 의문이 생긴다. 그럼 선관위 직원들은 자신의 소중한 권리인 투표권을 언제 행사하는 걸까? 과연 선관위 직원들의 투표할 시간이 잘 보장되는 것일까?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이런 의문을 기자가 갖는 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 이후 불거진 '개표부정' 의혹을 취재하다가 어느 지역 한 관리계장과 통화할 때 "투표 당일 선관위 직원들은 정작 투표할 틈이 거의 없다, 나도 투표를 못했다"는 말을 들은 바 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활용해 투표해야"

사전투표여수의 한 총선 사전투표소 ⓒ 정병진


의문을 풀고자 8일 오전, 전라남도 선거관리위원회와 중앙선관위 공보과, 관리과 등에 문의해 보았다. 담당 주무관들은 이구동성으로 "보통 점심시간 같은 때를 활용해 사전투표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선관위 직원들의 투표시간 보장에 관한 내부 지침을 지금껏 내린 적 없다"고 한다. "각 위원회별로 직원의 개인 사정에 따라 각자 알아서 틈틈이 투표를 한다"고 했다.

전국 선관위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투표율 통계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직원의 투표 여부를 조사하면 투표를 '안 한' 혹은 '못한' 직원에 대한 인사상의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중앙선관위 관리과의 한 주무관은 선관위 직원들이 분주한 업무 때문에 정작 본인들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있음을 인정하였다. 그는 "'거소투표'(우편투표)를 하면 가장 좋은데 대상자가 아니라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선관위 직원들만이 아니라 비행기 승무원 등 업무의 특성상 투표를 하기 힘든 사람들에 대한 '거소투표'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였다.

현재 선관위는 투표시간을 보장해 주지 않는 고용주에 대해서는 1천 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공직선거법 261조). 하지만 정작 선관위 직원들의 투표권 보장에는 그동안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는가 싶다. 전국 선관위의 정규직 직원은 약 3천 명이다.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에 가장 모범을 보이면 투개표관리 업무도 더욱 신경 쓰게 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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