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허가하면 안 되는 이유

등록|2016.04.11 10:18 수정|2016.04.11 10:20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신청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조만간 SK텔레콤이 신청한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승인요청에 대한 입장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승인되면 대기업이 방송통신시장을 독과점하게 되어 공정한 시장경쟁이 제한을 받을 수 있고, 국가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인수·합병 건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기업의 방송통신시장 독과점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관련기관과 단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를 통해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을 보호하고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면밀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기관들과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간에 쫓기듯이 심사보고서를 채택하려는 시도를 하는 있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연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동통신업계 1위 업체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 업계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과 합병하게 되면 이동전화와 초고속 인터넷을 주요 상품으로 하는 결합상품 판매가 더욱 확대될 것이고, CJ헬로비전이 소유하고 있는 23개 케이블TV 권역에서는 SK텔레콤이 막강한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 가입자를 IPTV 가입자로 전환시키려는 시도를 하게 될 것이 뻔하다.

특히, 이러한 이동전화 중심의 결합상품을 통한 할인 경쟁은 주로 방송 상품의 높은 할인율을 통해 이루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결국 국내 방송 콘텐츠 시장의 선순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결과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나아가, 결합판매를 늘리기 위한 방송 콘텐츠의 과도한 할인 경쟁은 중소 PP와 신생 PP의 성장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해 건전한 방송 콘텐츠 제작환경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결합상품을 통한 사업자간 가격경쟁이 시작되면 일시적으로는 낮은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 이익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의 발전이 늦어지고, 경쟁사업자가 시장에서 배제되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이익이 줄어드는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 따라서 경쟁자의 시장배제 효과를 불러오는 결합판매에 대해서는 규제 당국의 면밀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번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유료방송의 채널 배치와 관련해 공익성을 저해 할 수 있는 문제점 또한 가지고 있다. 만약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할 경우, SK텔레콤이 IPTV와 케이블TV 등 다양한 플랫폼을 장악하게 되고, 막강한 방송 플랫폼 장악력을 바탕으로 전략적 경영파트너인 CJ E&M에서 운영하고 있는 tvN, OCN, CGV, 엠넷, 온스타일, 올리브, 투니버스, 캐치온 등 케이블 채널들을 낮은 번호에 우선 배정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공익적인 성격이 강해 규제기관이 의무재전송채널로 지정한 EBS를 포함한 공익채널이 높은 번호의 채널로 밀려나게 되어 시청자들의 시청권이 침해 될 수 있다. 이처럼 방송의 다양성과 공익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의무재전송 채널들에 대해 불리한 채널을 배정할 수 있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은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허가되어서는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는 노동자들의 고용환경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번 합병으로 4만 8000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러한 SK텔레콤의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두 회사의 합병이 이루어질 경우, 도리어 구조조정으로 인해 고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IP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SK텔레콤과 케이블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CJ헬로비전의 업무는 영업·설치·수리 등 주요업무가 대부분 중복된 업무로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CJ헬로비전이 소유하고 있는 23개 지역의 노동자들은 중복지역의 과잉인력으로 분류되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은 허가 되어서는 안 된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은 긍정적인 면 보다 부정적인 면이 훨씬 많다. 특히 공정성과 다양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 방송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인수·합병 승인의 경우, 일반 기업의 인수·합병 승인 보다 훨씬 더 엄격하고 면밀한 검토를 해야 하는데, 이번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은 방송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해칠 위험성이 높고,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큰 만큼 허용하지 않는 것이 맞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최진봉 시민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글은 필자가 머니투데이에 기고한 글을 수정 보완한 글 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