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세월호의 도시', 새누리당 아성으로 바뀌나?
야권분열로 새누리 우세, 야권 지지층 결집이 변수
▲ 세월호 피해지역인 안산 단원갑에 출마한 김명연 후보가 서청원 최고위원과 유세를 하고 있다. ⓒ 김명연 후보 선거사무소
▲ 10일 저녁 안산에 지원 유세 온 문재인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후보들 ⓒ 손창완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세월호 참사 2주기가 며칠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4.13 총선 안산의 막판 판세가 새누리당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면서 진상규명 작업이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안산의 시민단체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힌다는 마음으로 투표해 주길 바란다'며 시민들에게 야권 후보에 대한 전략적 지지를 부탁했다.
선거 종반에 접어든 11일 각 당의 판세 분석과 그간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안산 4개 선거구 중 단원갑과 단원을, 상록갑은 새누리당이 경합 우세를 보이는 분위기고 상록을은 여야가 초박빙으로 누구도 승리를 장담치 못하고 있다. 현재 안산의 여야 의원이 1:3이라면 3:1이나 4:0으로 역전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선거 시작 전에는 야권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야권후보의 난립으로 일여다야 구도가 형성되면서 여당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야당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의 일반적인 구도처럼 국민의당 후보들의 야권표 잠식이 새누리당 우세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지역 정당 관계자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안산시민단체 단일화 거부 '국민의당' 비판
19대 총선에서 야당이 여유 있게 승리한 지역도 야권분열 여파 속에, 이번 총선에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부자 몸조심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우위에 있지만 막판 변수는 늘 야당에게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한껏 낮은 자세를 나타냈다.
▲ 안산 단원갑에 출마한 국민의당 김기완 후보와 단원을에 출마한 부좌현 후보가 안철수 대표와 함께 유세를 하고 있다. ⓒ 부좌현 후보 선거사무소
야권은 지지층의 전략투표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적극적인 투표 참여와 전략적 선택을 요청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의 모임인 '4.13총선 야권단일화 촉구 안산시민회의' 11일 성명을 발표해 '투표를 통한 단일화'를 호소했다.
안산시민회의는 "세월호 참사 지역 안산에서 새누리당이 당선되면 안 된다는 것이 단일화를 추진한 목적"이었다며 "이제 세월호를 비롯한 박근혜 정권 심판의 몫은 시민들에게 맡겨졌다"고 밝혔다.
또한 야권분열의 책임을 국민의당 후보들에게 돌리며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뿌리치고 당리당략을 내세우며 단일화를 이루어내지 못한 그들이 다시 시민들의 신망을 얻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안산시민회의에 따르면 상록갑은 국민의당 박주원 후보가 단일화에 동의하지 않았고, 상록을과 단원은 국민의당 김영환 후보와 김기완 후보가 단일화를 거부했다. 단원을은 단일화 방식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안에 대해 국민의당 부좌현 후보가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최종 결렬됐다.
당선권에 근접한 후보들이 없는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어부지리에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습이다. 국민의당 후보들은 부좌현 후보만 여론조사 2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3위권으로 당선가능성이 희박하다. 하지만 그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5% 이상 나오고 있어 적잖은 야권표를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당 후보들이 완주하면서 어려움이 많지만 유권자들의 전략적 선택을 해 준다면 대역전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막판까지 유권자들에게 절박함을 호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진상규명 외면하는 새누리당
▲ 지난 6일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진행된 20대 총선 후보자 협약식. 새누리당 후보들은 모두 불참했다. ⓒ 4.16연대
선거 판세에 세월호 2주기를 맞는 유족들의 마음도 편치 않아 보인다. 세월호 진상규명 작업에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관련 '20대 총선 후보자의 약속' 협약식에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모두 불참했다.
여권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세월호 진상 규명 작업이 총선 이후 더 이상 진척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 후보들에게 세월호 문제는 관심 밖이다.
한 단원고 희생자 학부모는 "선거에 대해 뭐라 말하기가 어렵지만 유가족들이 야권단일화를 요구한 것은 진상규명 작업 등 때문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단원고가 위치해 있고, 희생자 유족들이 몰려있는 단원갑과 단원을의 판세는 유가족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만드는 분위기다.
안산 단원지역은 사전투표율도 전국 평균인 12.19%보다 낮은 9.36%로 나타나 투표율 제고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지난 총선 때도 투표율이 44% 정도에 머물 만큼 투표 포기자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각 당의 조직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막판 지지층의 결집 여부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단원갑의 경우 현역의원으로서 친인척 보좌관 채용 문제가 나오는 것이 부담"이라며 새누리당 김명연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후보 간 고소고발에 대해 부담스런 시선을 내비쳤다. 양측은 김명연 후보의 부동산을 통한 재산증식 의혹과 동서에 대한 보좌관 채용, 고영인 후보의 도의원 시절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대한 문제로 선거 막판 날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9일 단원갑 지역인 와동에서 만난 한 40대 지역 주민은 "투표를 할 생각이지만 주변에 '선거에 관심 없다는 사람이 많다'며, "세월호 이슈가 많이 약해져 큰 변수가 될지 모르겠으나 새누리당이 된다는 것은 피해지역으로 자존심 문제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