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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생, 정말로 방생입니까

방생이라는 자기 합리화를 통해 벌어지는 유기

등록|2016.04.13 10:20 수정|2016.04.13 10:20
그날은, 그저 그런 일요일이었다. 봄답게 미세먼지가 조금 많았으며, 슬슬 꽃이 피고 있으니 단원들끼리 개들을 데리고 소풍을 가는 중이었다. 병원과 사무실에서 기르는 토끼 세 마리도 같이 유모차를 타고 소풍을 나갔다. 40명이나 되는 단원들 때문에 조금 정신이 없었으며, 개들도 산책이라는걸 아는지 묘하게 들떠있었다. 이때까지는 몰랐다. 우리가 데리고 나간 세 마리의 토끼가 돌아올 때엔 여섯 마리가 되어 있을 거라고는.

소리 지르는 사람과 토끼몰이

거의 열 마리에 가까운 개들을 데리고 수십명의 사람이 수원천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쉽게 시선을 끌기 마련이다. 난간이나 다리에서 내려다 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가끔 힘내라는 응원이나 예쁘다며 소리를 지르시는 분들도 계신다. 처음엔 그저 그런 상황인 줄 알았다. 그런데 조금 달랐다. 모두 다 한 구간에서 멈춰버리더니. 한 성인봉사자가 애타게 같이오신 수의사 선생님을 불렀다.

" 선생님, 좀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

거리에서, 혹은 방치속에서 있던 아이들이 많다보니 병을 갖고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또 누가 아파 쓰러졌나 하고 생각했는데, 부르는 목소리에 다급함보다는 당황이 서려있었다. 당황할 만한 상황이 뭐가있지? 하고 그쪽으로 다가가고 나서야 알았다.

" 거기! 거기에 몇 마리가 있어요! 세 마리 쯤 되는 거 같아요."

뭐가 세 마리라는걸까. 세 마리라고 소리 지르는 남자는 난간에 딱 붙어서는 어느 수풀을 가리켰다. 전에 토끼들과 산책을 갔을 0때도 토끼들이 수풀 속으로 들어가버려 당황한 적이 있어서, 우리가 데려 나온 토끼가 뛰쳐나갔나 하고 유모차를 보는데 웬걸, 세 마리 다 유모차에 안락하게 앉아있는 것이었다. 강아지들도 다 있었다. 수의사 선생님이 빗자루를 들고 출동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러고선 알았다.

토끼를 수풀에서 빼내고 있다. 토끼라는 생물은 귀에도 모세혈관을 갖고있다. 귀를 잡는것은 옳지 않은 방법.귀가 아니라 목덜미를 잡아서 구출 하고 있다. ⓒ 김은모


새 하얀 몸에, 까만 점박이의 토끼가 수의사 선생님의 손에 딸려 나왔다.

유기동물이 즉석에서 신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우리는 혼자서 생활해서 혼자 유모차를 쓰고 있었던 '끼끼'에게 다른 토끼가 동승해도 괜찮겠냐고 물은 후 그 토끼를 실었다. 그 토끼 말고는 찾기가 힘들어, 그냥 걸어가며 찾다가 두 마리를 추가로 발견했다. 그렇게 토끼는 출발할 때의 두 배가 되어 돌아왔다.

구조된 세 마리세 마리 모두 다 순하고 사람 손을 타본 듯 한 토끼였다. 누군가 방생이라는 이름으로 유기한듯 해 마음이 아팠다. 이번 기사를 쓰게 된 계기들 ⓒ 김은모


방생, 정말로 방생입니까?

방생이라는건, 어떻게 보면 날이 따뜻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날이 추운 겨울에 방생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 날이 따뜻해지고 풀이 나기 시작하면, 물속이고 땅이고 방생이라는 이름의 유기가 시작된다.

이번에 발견한 토끼의 경우에는 순하고 얌전한 동물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토끼는 사나운 동물이다. 초식동물로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자리하고 있어, 누군가가 잡으려고 하면 온갖 발버둥을 친다. 생존본능이 그만큼 강하다는 소리. 실제로 주인이라고 하더라도 잘못 잡으면 온몸이 토끼에게 긁히기 쉽상이다.

이것 말고도, 좁은 곳에서 기르기엔 냄새가 심하기도 하고 암수 한쌍을 기르다 보면 토끼 농장을 해야할 정도로 수가 금방 불어나기도 한다. 평생 이가 자라는 동물이기 때문에 이를 철저히 관리해주지 않으면 이가 뚫고 나오기도 하고, 과일량이나 건초량을 늘리면 급수량을 줄이는 등 관리가 복잡한 동물이기도 하다. 이런걸 잘 모르고 귀엽다며 기르다가, 감당하기 힘들어지니 " 난 방생하는거야!"라며 아이들에겐 유기와 다름 없는 행동을 한다.

방생이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풀어 주는 것은 맞으니까. 하지만 바깥은 생각보다 위험하다. 호기심에 돌아다니다가 차에 치이고, 길고양이에게 사냥 당할 수 있으며, 농약이 뿌려진 풀을 먹고 그렇게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풀어주니까 방생이지만, 아이들에겐 사망선고다.

방생의 최고봉인 거북이 같은 동물들은 강에서 쉽게 발견되기도 한다. 거북과 같은 동물은 불교계에서 방생법회라는 이름으로 기도를 해주고 오래살라는 부적을 붙여서 내보내기도 하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다.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자 라며 하는 방생이지만 이게 진짜로 생명을 위한 것인지는 한번쯤 더 생각해 주길 바란다.

민물 거북을 바다에 방생해 놓고 좋은 곳 가라며 기도하는 것은, 아이들을 죽음에 내던지고 좋은데 가라는 것과 다름없다. 방생법회 전부에서 거북을 방생하는 것도 아니며, 일종의 종교적 행사은 틀림없지만,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방생, 학대입니다.

물론 방생이 모두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동물원과 같은 경우에는 철저히 훈련하고, 준비한 후에야 방생을 진행한다. 아이들이 방생 된 후에도 헤매거나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철저한 훈련과 준비 속에 진행되는 방생은 오히려 학대라기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집에서 기르던 동물을 갑자기 너무 컸다, 냄새가 심하다 라는 이유로 밖에 두고 오는 것은 방생을 빙자한 학대이다.

"변한것은, 정말로 너무 커버리고 냄새가 심해진 동물입니까? 아니면 당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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