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를 놓으면 마음이 평안해져요"
[인터뷰] 우리 꽃 자수 전시회 연 최향정씨
▲ 여수에 있는 전남학생문화회관에서 우리꽃 자수 전시회를 연 최향정씨가 포즈를 취했다. ⓒ 오문수
전라남도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다문화이해' 강의를 하기 위해 매주(화·목) 들르는 전남학생문화회관에 갔다가 우리 꽃 자수전시회를 연 최향정씨를 만났다.
깨끗한 전시장 벽에 수묵화로 그린 듯한 야생화 꽃들이 포근하게 다가왔다. 최향정, 최영란(서울 거주) 2인 작품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 꽃은 화려하지 않다. 쥐오줌풀, 개시호, 제주수선화, 변산바람꽃, 쑥부쟁이, 복수초 등등.
현재 한국 야생화자수 연구소 회원으로 2015년 전남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여름 야생화 자수 특강'을 하기도 한 최향정씨는 야생화 팬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2월, 최씨는 제주도에 복수초를 만나러 얼음으로 덮힌 오름을 힘들게 올랐다가 하산 길에 한 송이 복수초를 만나 환호성을 지르고 내려오다 미끄러져 깁스를 하기도 했다. 최씨는 야생화를 찾아 우리 산하를 누비고 자수를 통해 아름다운 꽃들을 되살리고 있다.
▲ 아름다운 야생화를 수놓은 전시작품 ⓒ 오문수
"복수초, 노루귀, 얼음을 뚫고 나오는 그 꽃들과 눈 맞추기 위해 매서운 바람결에도 마주했던 제주의 오름들.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쉼없이 올랐던 노고단의 아름다운 능선에서 마주쳤던 흐드러진 산오이풀과 이질풀, 덩굴 꽃마리. 순수한 우리 꽃들을 가슴에 담아 투박하지만 우리 천 무명위에 한 올 한 올 옮겨보았습니다."
작품 구경하는 동안 어릴 적 산과들 시냇가에서 보고 만지며 자란 꽃들에게서 향수를 느끼며 동심으로 돌아갔지만 기자는 자수에 관한한 문외한이다. 그래서 최향정씨로부터 자수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자수에 대한 매력을 느껴 2010년부터 야생화 자수를 시작하게 됐다는 최향정씨의 얘기다.
- 자수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섬유공예의 한 장르인 자수의 매력은 색감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 색실이 갖고 있는 따뜻함이겠지요."
- 자수의 종류는 몇 가지며 왜 하필이면 우리 꽃 자수를 하셨는지요?
"자수의 종류는 기법에 따라 지명에 따라 혹은 재료에 따라 분류방법이 다양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보인 자수의 종류는 기법에 따른 분류로 설명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프랑수 자수기법(지명에 따른 분류)입니다. 프랑스자수 기법에서는 프렌치 넛, 아웃트라인, 롱앤숏 등의 기법을 주로 사용하였으며, 이는 한국자수의 씨앗수, 이음수, 자련수 등으로 불립니다.
이 중 대부분 전시작품은 위 3가지 기법을 야생화 자수에 맞게 좀더 섬세하게 응용해 작업했습니다. 한국자수는 실크천 위에 실크실로 수놓고, 프랑스 자수는 주로 면, 마의 천 위에 면실로 수를 놓아요."
▲ 우리꽃 자수를 놓은 베개들 ⓒ 오문수
▲ 우리꽃 자수를 놓은 가방들 ⓒ 오문수
프렌치 넛 - 씨앗수와 동일하며, 실을 바늘에 감아 매듭지게 놓는 수로 매듭수라고도 한다.
아웃트라인 - 이음수와 동일하며, 선을 표현하는 기본적인 기법으로 잎의 줄기, 나뭇가지,
윤곽선 등에 사용된다.
롱앤숏 - 자련수와 기법이 동일하며, 색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표현하는데 이용되는
기법으로 바늘땀을 불규칙적으로 길고 짧게 뜨면서 면을 메워 표현한다.
비교적 넓은 면적의 꽃잎이나 나뭇잎, 등을 수놓을 때 적합하다.
- 우리 꽃 자수를 하게 된 계기는?
"하얀 천 위에 그림을 그리듯 한 올 한 올 바늘로 집중해서 수를 놓다보면 작업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지요. 우리 꽃 야생화를 찾아 제주의 오름, 지리산, 들꽃들을 찾아다니고 직접 보면서 더 애증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스레 우리 천 위에 자수로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 노리개 작품들 ⓒ 오문수
- 야생화 자수를 하려면 야생화에 대한 전문지식과 안목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야생화 공부는 어떻게 하셨는지요?
"야생화 자수를 놓게 되면서 야생화에 대해 궁금해지고 자세하게 관찰이 필요해 직접 찾아보고 싶어서 우리산과 오름으로 다니게 되었어요. 찾아다니는 동안 자연스레 공부가 되더군요. 그 계절이 되면 꽃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네요."
- 자수를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책상에 앉아서 자수 작업을 마주하면 마음의 평온함을 느낀답니다. 저는 자수보다 산으로 그 꽃들을 만나러 가는 시간이 힘들지요. 시간을 놓치면 야생화들이 살짝 왔다 가버리거든요. 그렇지만 둘 다 소중한 시간들이에요."
▲ 최향정씨가 가장 애착을 가는 여뀌 작품 앞에서 활짝 웃었다. 선이 아름답고 화려한 듯 빈티지한 색의 변화가 사랑스럽다고 한다 ⓒ 오문수
-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이며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선이 아름다운 꽃들을 좋아합니다. 우리 들꽃인 여뀌 작업에 애증을 가져요. 하면 할수록 재밌고 빠져들어요. 여뀌의 화려한 듯 빈티지한 색의 변화들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들꽃의 매력이겠죠."
- 최향정씨가 애용하는 꽃들은 화려하지 않고 은은한 아름다움을 줍니다. 무슨 이유가 있습니까?
"아마도 제가 그리는 자수 작품들 소재가 우리 꽃, 우리 들꽃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재배하는 꽃들이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 버선 작품들 ⓒ 오문수
▲ 자수를 놓은 와인 잔 커버 ⓒ 오문수
- 기계화에 밀려 전통자수가 사라져 가는 이때 굳이 손으로 꽃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 삶 속에서 안정감을 주는 따뜻한 기억의 시간들은 결국 옛 기억의 향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근본은 전통에서 시작하고 그런 정서적 교감들이 핸드메이드의 매력인 것 같아요. 한 땀 한 땀 수를 놓다 보면 나만의 창작의 세계에 빠지죠. 오직 나만의 꽃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유이겠죠."
그녀가 독자들에게 부탁하는 말을 보탰다.
"우리 지역에서도 많은 이들이 야생화 자수를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바느질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취미생활의 즐거움을 누리시길 바라며 침선 소품, 규방 바느질과 야생화 자수 등에 대한 연구회에도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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