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작은 마을, 5300년 전 '아이스맨'을 만났다
[맞벌이 가족 리씨네 유럽캠핑 에세이 42] 이탈리아 볼차노
돌로미테 산맥은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에 걸쳐 있는 국가 간 경계이다. 1991년, 이 부근에서 어느 민간인이 5300년 전 인간인 미라를 최초 발견했다. '세기의 대발견'이라 하여 전 세계 과학 분야에서 떠들썩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여러 번 다뤘다.
이렇게 세계의 이목을 한몸에 받은 미라(아이스맨으로 불림)는 오스트리아 국경에서 조금 떨어진 이탈리아 쪽에서 발견되었다. 간발의 차로 오스트리아는 아쉬움을 금치 못했고, 이탈리아는 세계 학자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며 분주해졌다. 작은 마을인 볼차노는 이 일로 갑자기 유명해졌다. 볼차노 대학교의 교수진과 외부에서 영입된 과학자들이 꽤 오랜 기간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연구를 했고, 그 과정이 박물관 모든 자료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었다.
박물관에서 만난 5300년 전 아이스맨, 경이로웠다
흥미로웠다. 발견 당시의 옷, 도구, 장신구 등을 전시하고 간단한 설명을 모두 붙인 후 냉동고에 보관 중인 시체를 보여주었다. DNA 분석가들이 원래 모습을 복원하고자 연구한 과정을 보여주었고, 완전히 복원된 모습을 보았을 때 과학이란 학문과 기술이 경이로웠다.
모든 것이 확실치 않지만, 이 사람은 살해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발견 당시 시체의 상태에서도 알 수 있듯 팔 한쪽이 턱에 붙을 정도로 꺾여 있고 두개골에도 타박상의 흔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그 당시 누구와 다투다가 화살을 맞거나 상해를 입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단다. 그 상태로 조금 위쪽으로 올라와 죽은 후 얼음 속에 묻혔다는 추정이다.
시체와 도구, 장신구 등이 근거리에서 모두 발견되었다. 일부 고고학자와 과학자들은 그가 천연항생제 등 의술과 관련된 다양한 것을 가지고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외치가 '샤먼'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였다.
외치는 당시 도끼를 가지고 있었는데 순도 99.5%의 질 좋은 구리도끼로 이는 그의 서열이 높았음을 보여주는 실례라고 한다. 그 전까지 청동기 시대를 4000년 전으로 예측했으나 외치의 발견으로 오스트리아 접경지 부근에선 이미 5000년 전에 청동기 문화가 있었던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키는 165cm, 몸무게는 50kg으로 체구는 작았다. 죽기 전 먹었던 음식까지 추정하고, 관람객이 볼 수 있도록 씨앗을 화분에 심어 키우고 있었다. 박물관 조명에 의해 자라고 있는지라 발육 상태가 좋진 않았지만 눈으로 그 당시 식물을 직접 보니 '외치(아이스맨 이름)가 5300년 전 그날의 아침에 저런 것을 먹었구나!' 싶었다. 그날이 마치 살아있는 오늘 같다.
복원 과정이 차례대로 정리된 박물관, 눈을 뗄 수 없었다
원래는 2년 정도 일반인에게 전시할 계획이었으나 반응이 좋아서 그런지 연장 전시 중이었다. 박물관 일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으나 관람객의 입장에서 판단하건대 내용뿐 아니라 형식적 측면에서도 수준 높은 전시였다.
참 좋다고 생각한 첫 번째 이유는 외치가 발견될 당시부터 복원하기까지 과정이 곧 관람 순서였다는 점이다.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외치를 보도하는 내용을 영상, 신문자료 등의 전시를 통해 보여줬다. 발견자의 인터뷰 내용에 이르기까지, 마치 그 당시로 돌아간 것처럼 함께 흥분됐다.
일정 수준의 온도와 수분을 유지하며 시체를 보관하고 있는 냉동고를 들여다보는 것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시간의 흥미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다시 관람의 의지를 가지고,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며 어떤 절차를 걸쳐 미라가 복원되었는가를 알고 싶게끔 했다.
실험실에서 DNA를 분석하는 영상자료에서 총 책임자의 인터뷰까지 보고 나면, 마지막으로 복원된 모습이 피날레를 장식하는 듯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선반에는 인간을 복원시키는 데 사용되었던 약품, 물감, 채색 도구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이 전시가 수준 높다고 판단한 두 번째 이유는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코너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의상 입어보기, 편지 쓰거나 그림 그려 벽에 붙이기, 탁구대 같은 곳에 현미경과 엑스레이 프로그램을 두어 뼈의 형태를 보거나 확대해서 볼 수 있도록 하기, 나무껍질 모양 자석을 원통에 붙이고 떼어보기, 화분에 당시 식물 키우기, 사용된 약품 그대로 전시하기, 죽기까지의 과정을 스토리로 짜서 만화로 표현하기 등 다양했다. 완벽한 하나의 박물관 수업을 본 느낌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활동들로 모두 주제와 연관을 가지고 넓게 다룸으로 깊이 있게 사건을 들여다보도록 했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전시, 우리만의 기록을 남겼다
작은 도시라는 선입견 때문에 기대감이 적었으나, 기대하지도 않던 곳에서 내가 관심 없던 분야에 대해 많은 생각과 지식을 얻게 되니 1만4000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현과 쭈는 그림 그리기 코너에서 외치를 그려 벽에 붙였다.
또 내 새끼 자랑하는가 싶어 말을 아끼고 싶지만 다국적 아이들이 그려낸, 사람 형상 같지도 않은 것에 비해 현이가 그려낸 그것은 정말 외치의 특징을 잘 살린 하나의 작품 같아 뿌듯했다. 굳이 붙이지 않고 가지고 나오겠다는 아이를 설득하여 벽에 붙였다. 이 작품은 분명 국위선양에 앞장 설것이기에 국적을 분명히 밝혔다.
캠핑장에 돌아와 문득, 딱 하나 있었던 중국인의 작품에 쓰여진 한자가 떠올라 '나도 한글로 좀 쓸 걸' 하는 후회가 생겼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느 여행지에서든 좋으면 한 번 더 가는 우리의 여행 방법에 따라 시간이 있다면 두 번 정도는 더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모든 것이 흡족한 전시였다.
이렇게 세계의 이목을 한몸에 받은 미라(아이스맨으로 불림)는 오스트리아 국경에서 조금 떨어진 이탈리아 쪽에서 발견되었다. 간발의 차로 오스트리아는 아쉬움을 금치 못했고, 이탈리아는 세계 학자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며 분주해졌다. 작은 마을인 볼차노는 이 일로 갑자기 유명해졌다. 볼차노 대학교의 교수진과 외부에서 영입된 과학자들이 꽤 오랜 기간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연구를 했고, 그 과정이 박물관 모든 자료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었다.
박물관에서 만난 5300년 전 아이스맨, 경이로웠다
▲ DNA분석을 통해 외형을 복원하였다. 나와 비슷한 몸집이었다. ⓒ 남티롤고고학박물관
흥미로웠다. 발견 당시의 옷, 도구, 장신구 등을 전시하고 간단한 설명을 모두 붙인 후 냉동고에 보관 중인 시체를 보여주었다. DNA 분석가들이 원래 모습을 복원하고자 연구한 과정을 보여주었고, 완전히 복원된 모습을 보았을 때 과학이란 학문과 기술이 경이로웠다.
모든 것이 확실치 않지만, 이 사람은 살해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발견 당시 시체의 상태에서도 알 수 있듯 팔 한쪽이 턱에 붙을 정도로 꺾여 있고 두개골에도 타박상의 흔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그 당시 누구와 다투다가 화살을 맞거나 상해를 입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단다. 그 상태로 조금 위쪽으로 올라와 죽은 후 얼음 속에 묻혔다는 추정이다.
시체와 도구, 장신구 등이 근거리에서 모두 발견되었다. 일부 고고학자와 과학자들은 그가 천연항생제 등 의술과 관련된 다양한 것을 가지고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외치가 '샤먼'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였다.
외치는 당시 도끼를 가지고 있었는데 순도 99.5%의 질 좋은 구리도끼로 이는 그의 서열이 높았음을 보여주는 실례라고 한다. 그 전까지 청동기 시대를 4000년 전으로 예측했으나 외치의 발견으로 오스트리아 접경지 부근에선 이미 5000년 전에 청동기 문화가 있었던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키는 165cm, 몸무게는 50kg으로 체구는 작았다. 죽기 전 먹었던 음식까지 추정하고, 관람객이 볼 수 있도록 씨앗을 화분에 심어 키우고 있었다. 박물관 조명에 의해 자라고 있는지라 발육 상태가 좋진 않았지만 눈으로 그 당시 식물을 직접 보니 '외치(아이스맨 이름)가 5300년 전 그날의 아침에 저런 것을 먹었구나!' 싶었다. 그날이 마치 살아있는 오늘 같다.
복원 과정이 차례대로 정리된 박물관, 눈을 뗄 수 없었다
▲ 그 당시 의상을 재현하여 입어 보는 코너가 있었다. ⓒ 이성애
원래는 2년 정도 일반인에게 전시할 계획이었으나 반응이 좋아서 그런지 연장 전시 중이었다. 박물관 일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으나 관람객의 입장에서 판단하건대 내용뿐 아니라 형식적 측면에서도 수준 높은 전시였다.
참 좋다고 생각한 첫 번째 이유는 외치가 발견될 당시부터 복원하기까지 과정이 곧 관람 순서였다는 점이다.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외치를 보도하는 내용을 영상, 신문자료 등의 전시를 통해 보여줬다. 발견자의 인터뷰 내용에 이르기까지, 마치 그 당시로 돌아간 것처럼 함께 흥분됐다.
일정 수준의 온도와 수분을 유지하며 시체를 보관하고 있는 냉동고를 들여다보는 것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시간의 흥미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다시 관람의 의지를 가지고,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며 어떤 절차를 걸쳐 미라가 복원되었는가를 알고 싶게끔 했다.
실험실에서 DNA를 분석하는 영상자료에서 총 책임자의 인터뷰까지 보고 나면, 마지막으로 복원된 모습이 피날레를 장식하는 듯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선반에는 인간을 복원시키는 데 사용되었던 약품, 물감, 채색 도구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이 전시가 수준 높다고 판단한 두 번째 이유는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코너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의상 입어보기, 편지 쓰거나 그림 그려 벽에 붙이기, 탁구대 같은 곳에 현미경과 엑스레이 프로그램을 두어 뼈의 형태를 보거나 확대해서 볼 수 있도록 하기, 나무껍질 모양 자석을 원통에 붙이고 떼어보기, 화분에 당시 식물 키우기, 사용된 약품 그대로 전시하기, 죽기까지의 과정을 스토리로 짜서 만화로 표현하기 등 다양했다. 완벽한 하나의 박물관 수업을 본 느낌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활동들로 모두 주제와 연관을 가지고 넓게 다룸으로 깊이 있게 사건을 들여다보도록 했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전시, 우리만의 기록을 남겼다
▲ 조각 퍼즐을 맞춰 보는 활동이다. ⓒ 이성애
작은 도시라는 선입견 때문에 기대감이 적었으나, 기대하지도 않던 곳에서 내가 관심 없던 분야에 대해 많은 생각과 지식을 얻게 되니 1만4000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현과 쭈는 그림 그리기 코너에서 외치를 그려 벽에 붙였다.
또 내 새끼 자랑하는가 싶어 말을 아끼고 싶지만 다국적 아이들이 그려낸, 사람 형상 같지도 않은 것에 비해 현이가 그려낸 그것은 정말 외치의 특징을 잘 살린 하나의 작품 같아 뿌듯했다. 굳이 붙이지 않고 가지고 나오겠다는 아이를 설득하여 벽에 붙였다. 이 작품은 분명 국위선양에 앞장 설것이기에 국적을 분명히 밝혔다.
▲ 벽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관람객의 작품이 있다. ⓒ 이성애
▲ 현이가 그린 아이스맨, 외치의 모습이다. ⓒ 이성애
캠핑장에 돌아와 문득, 딱 하나 있었던 중국인의 작품에 쓰여진 한자가 떠올라 '나도 한글로 좀 쓸 걸' 하는 후회가 생겼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느 여행지에서든 좋으면 한 번 더 가는 우리의 여행 방법에 따라 시간이 있다면 두 번 정도는 더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모든 것이 흡족한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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