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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개표기 오작동으로 개표에 14시간 걸려

개표 신속성과 정확성 위해 도입한 개표기, 세 차례 재분류하느라 지연돼

등록|2016.04.14 21:50 수정|2016.04.14 21:50
전남 여수의 총선 개표가 14일 오전 8시를 넘어서야 비로소 끝났다. 개표 막바지인 오전 4시 30분께 투표지분류기의 오작동으로 득표수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그러자 이를 바로잡으려고 기기를 다시 돌리면서 개표 종료가 지체되었다.

여수지역 20대 총선 개표는 쌍봉동 흥국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지난 13일 오후 6시 30분경부터 시작됐다. 개표 초반 사전투표함에 투표록이 부착돼 있지 않아 조금 시간이 지체됐다. 이것 외에는 한동안 개표가 순조로웠다.

여수 개표개표 막바지에 투표지분류기를 돌리는 장면 ⓒ 정병진


일부 투표지분류기에서 30% 넘는 미분류표가 나왔다. 하지만 심사집계부 단계에서 수작업으로 분류해 바로잡아서 큰 문제는 아니었다. 선관위가 이번 총선에 처음 도입한 '투표지심사계수'의 경우도 1분당 100매 정도로 속도를 설정하여 투표지분류기를 거쳐 나온 투표지들에 대한 육안 확인 심사에도 무리는 없어 보였다.

개표사무원 대부분 귀가했는데, 개표상황표보다 늘어난 투표지 '1매'

개표 이후 자정을 넘길 무렵부터 여수선관위 사무국장은 작업이 끝난 개함부의 개표사무원들부터 순차적으로 귀가하도록 했다. 이리하여 오전 4시 30분경에는 개표사무원과 참관인은 불과 몇 명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 정당비례대표 관외 사전투표지 1만2천여 매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개표상황표에 적힌 투표지 수보다 실제 투표지 수가 1매 더 많이 나온 것이다. 여수선관위는 상급 위원회인 도 선관위에 이 사실을 보고하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상의했다. 그 결과 정확성을 위하여 투표지분류기로 재분류하기로 결정했다.

개표상황표보다 1매가 더 나온 원인을 밝히고자 투표지분류기로 전부 다시 분류하느라 1시간 30분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본래 전산으로 체크된 매수보다 2매가 더 많았다. 이 때문에 투표지분류기를 바꿔 다시 분류하였고 그 과정에서 잼이 종종 발생하여 시간을 더 지체시켰다.

개표가 끝난 14일 오전 6시가 넘어가자 장시간 개표에 지친 한 선관위 위원은 "16년 넘게 선관위 위원을 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여수선관위가 개표의 정확성을 위하여 투표지분류기로 세 차례에 걸쳐 재분류 작업을 한 것은 높이 살 일이다. 하지만 이번 여수의 장시간 밤샘 개표는 개표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위해 도입한 투표지분류기의 오작동이 오히려 개표 시간을 한정 없이 지체시킬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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