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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원유철 비대위는 부적절하지만 고육지책"

단 하루 만에 탈당자 모두 복당 허용 결정까지, 비대위 구성 놓곤 신경전

등록|2016.04.15 09:57 수정|2016.04.15 11:09

잔뜩 찡그린 김무성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20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뒤 원유철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새누리당이 빠르게 총선 참패를 수습하고 나섰다. 김무성 당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물러나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고 위원장엔 원유철 원내대표를 추대하기로 했다. 특히 유승민·윤상현 등 무소속으로 출마해 생환한 탈당파들에 대한 복당을 모두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단 하루 만에 내린 결정이다. 당 지도부는 14일 저녁 여의도 당사에서 김무성 대표 주재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같이 결정했다.

이와 관련, 김태호 최고위원은 "당헌당규상 절차를 밟기 위해 최대한 가까운 시일 내에 전국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라며 "여기에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을 비롯한 모든 일정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6월부터 임기를 시작할 신임 원내대표는 20대 총선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논의해 아마 5월 중 결정될 것"이라며 "이는 전당대회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원 원내대표는 조만간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15명 이내의 비대위원을 추천할 예정이다. 상임전국위원회가 이를 의결하면 '원유철 비대위'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

마음 급한 새누리 "국민이 선택한 사람이면 낙천 사유 관계 없다"

관심을 모았던 탈당파 복당 허용 문제 역시 큰 이견 없이 종료됐다. 앞서 친박 측은 "하루 만에 무소속 당선자를 입당시키는 것은 국민에게 겸손하지 못한 태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등 이들의 복당 문제에 부정적 입장을 취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혀 공천에서 배제됐던 유승민 의원 등이 돌아오게 된다면 이번 총선 참패 이유를 친박 측에서 주도한 공천 문제로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놓고 선거 패배에도 반성하지 않고 친박·비박 계파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대 국회 원 구성에 앞서 '몸집 불리기'의 필요성도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원내 1당의 지위를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면서 국회 운영을 주도할 의장 자리를 빼앗긴데다, 향후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에서도 여당 몫 상임위원들을 줄여야 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의당도 "과거 새누리당에 몸담았던 인사라도 합리적·개혁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포용, 힘을 합치겠다(천정배 공동대표)"면서 '이삭줍기'에 나서겠단 입장까지 밝힌 바 있다.

결국, 새누리당 입장에선 탈당파 복당 문제를 두고 내부에서 다툴 수 있는 '여유'가 전혀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 김 최고위원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인 마무리의 중요성에 동의하고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해 개혁적 보수의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에게 문호를 대개방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결정이 유승민 의원 등을 '당 정체성 부적합자' 혹은 '당헌·당규 위반' 등으로 낙천 시켰던 것과 배치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민이 판단해서 선택된 사람이라면 그걸 뛰어넘는 명분이 충분히 주어질 수 있다고 해석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원유철 비대위' 성격 놓고 친박·비박 은근한 신경전

다만, 지도부의 일원으로 공천파동의 책임을 함께 지고 있는 원유철 원내대표를 현 상황을 수습할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한 것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이 비대위에 외부인사가 포함될 수 있느냐 여부를 두고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차기 대선까지 당을 이끌어 갈 새 지도부를 구성할 전당대회를 준비할 비대위의 위상에 대한 계파 간 신경전이기도 하다. 

친박 홍문종 의원은 15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이와 관련, "(원유철 비대위원장 추대는) 고육지책이라 생각한다"라면서 "(이번에 추대된) 비대위원장은 무슨 권한을 행사하거나 당의 틀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당대회를 그냥 관리하는 수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금 상황에서 외부인사를 들여다가 전당대회까지 관리하는 것도 좀 궁색해보인다"라면서 "저희가 당 문제를 수습하지도 못하는 나약한 모습, 책임 못 지는 모습(을 보이는) 이런 것이 오히려 더 반감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도 말했다.

즉, 지난 2012년 총선 전 꾸려졌던 '박근혜 비대위'와는 달리 조기 전당대회를 관리하기 위한 '임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외부인사까지 투입해 비대위의 위상이 강화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 전날(14일) 복당 의사를 밝힌 안상수 의원(무소속)은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 "일단 외부인사로 참신하게 구성해서 우리 당의 지도부를 결정해야 한다"라며 "현재 있는 분들 중에서는 그 누구도 이 (참패)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것은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하고 국민들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외부인사가 와서, 적어도 공정하게 (조기 전당대회를) 관리하고 그 기간만이라도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을 잘 봉합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즉, 새로 구성될 비대위가 현 당내 권력구도에 기반해 '조합' 되는 수준이라면 신뢰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비박 성향의 이혜훈 당선자(서초갑)도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짧은 기간 안에 빨리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얘기하니 (원유철 비대위원장 추대를) 일정 부분 이해할 수도 있다"라면서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면 공천파동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는 건 부적절한 면이 크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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