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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면 술 한잔이 '땡기는' 책

[1분 신간] 진하게 읽은 깊은 맛, 김양수 글/그림 <한잔의 맛>

등록|2016.05.03 12:47 수정|2016.05.03 12:47
책을 읽지 않은 시대라고 하지만, 책은 끊임없이 계속해서 나옵니다. 독자들이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지만, 이렇게 소개된 책을 읽는 독자들도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씁니다. [편집자말]
"선배, 맥주 먹었더니 엄청 배부르네요. 말랑한 거 먹으러 가요."
"말랑한 거? 그래 가 보자."

말랑한 거 먹으러 가자더니, 후배 녀석이 고른 건 고작 병맥주. 나는 평소 먹지 않는 '말랑한' 거를 시켰다. '갓파더(Godfather)'라 불리는 칵테일 한 잔.

바에서 일하는 청년이 유리잔에 얼음을 가득 넣고 콩알만큼의 조니워커 블랙과 전혀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뭔가(나중에 찾아보니 아몬드 향이 나는 리큐어인 아마레토Amaretto라고)를 섞은 뒤 혼신을 다해 "쉐익 쉐익" 해서 만들어준 갓파더.

'갓' 수준의 맛은 아니었지만 최근 '위스키 한 잔에 담긴 우리의 인생 이야기' <한잔의 맛>(글/그림 김양수, 바텐더 김정우 감수, 예담)을 읽은 탓인지 이 술에 얽힌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 <한잔의 맛> 겉표지. ⓒ 예담


▲ <한잔의 맛> 속지. ⓒ 예담


그러나 나는 그 집 단골이 아니었고, 소심한 직장 여성인지라 훈남 바텐더에게 차마 그 사연을 물을 순 없었다. 대신 다시 이 책을 폈다.

<생활의 참견> 김양수가 그린 이 만화는 재밌고 유익하다. 만화니까 가볍게 술술 읽히는 건 기본이요, 내공이 느껴지는 바텐터 김정우씨의 이야기(위스키가 어떤 술이고, 위스키와 같이 곁들이면 좋을 음악, 하이볼/싱글몰트 등등 이름은 들었지만 잘 모르는 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가 적절히 무게감까지 잡아주니 그럴 밖에.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술 맛도 깊게 느껴질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이 책을 읽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 폭탄주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란다. 맥주에 위스키 한 잔을 잔째로 넣어 마시는 술을 '보일러메이커'라고 한다는데 영화 <흐르는 강물에서> 노동자들이 보일러메이커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고.

이 밖에도 다양한 술 만큼이나 다양한 사연이 등장하는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책에 등장하는 바 옐로 마스크에 한번 가보고 싶다. 그날은 또 어떤 이야기가 시작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비싼 술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모든 술은 각자의 맛을 낸다. 마치 여기 앉아 있는 우리처럼. 그런 우리, 앞으로의 날들을 위해 건배.' - 책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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