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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에서 벗어나는 열 개의 문

[서평] <중독이 나를 힘들게 할 때>

등록|2016.04.15 16:48 수정|2016.04.15 16:48
아직 016, 2G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016이냐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 좋은 스마트폰을 왜 사용하지 않느냐는 말도 많이 듣습니다. 가까운 친구들은 꼴통이라고 합니다. 혹시 어떤 비밀이 있어 전화를 바꾸지 않는 것이냐고 짓궂게 굴면, "첫사랑이 이 번호로 전화를 할까 봐 못 바꾸는 거"라며 농담 아닌 농담으로 맞장구를 쳐줍니다.

아주 조금만 생각해 보면 휴대폰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시기쯤이면 필자 나이가 첫사랑을 할 나이가 훨씬 넘었을 거라는 게 충분히 짐작됩니다. 하지만 '진짜 그러냐?'며 그럴싸하게 속아주는 사람들이 꽤나 됩니다.

28년째, 1988년 4월 28일부터 시작한 금연도 지금껏 담배 한까지 피지 않고 잘 지키고 있습니다. 그 좋아하던 술도 몇 년째 입도 대지 않고 있습니다. 이따금 만나는 친구들은 독한 놈이라 하고, 속을 모르는 사람들은 의지력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아직껏 2G폰을 사용하는 건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게 겁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그 냄새가 구수하게 느껴지는 담배, 배가 고파지면 어느새 빈 속을 짜릿하게 해줄 한잔 술이 그리워지는 유혹을 참고 또 참는 것 역시 술과 담배에 다시금 중독되는 게 두렵기 때문입니다.

손이 떨리도록 술을 마셨고, 한 대 피워야만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골초였던 필자는 뭔가에 잘 빠져드는 성격입니다. 그러니 웬만한 사람은 다 빠져드는 스마트폰이 예외일 리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고 있는 중입니다.  

온갖 중독이 넘실 대는 세상입니다. 마약중독, 도박중독, 알코올중독, 담배중독, 커피중독, 탄산음료중독, 섹스중독, 게임중독, 스마트폰중독, 운동중독, 쇼핑중독… 드디어 일중독까지. 중독됐다는 사람치고 건강하게 온전히 생활하고 있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중독은 고통이고 파멸입니다.

방치해도 될 중독은 없습니다. 중독은 고통의 깊이, 파멸의 정도를 점점 더해가는 불행의 늪입니다. 따라서 중독은 개인, 가정, 단체, 사회, 국가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치료되어야 할 질병입니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

▲ <중독이 나를 힘들게 할 때> 표지 ⓒ 불광출판사

<중독이 나를 힘들게 할 때>(지은이 토마스 비엔, 비버리 비엔, 옮긴이 이재석, 펴낸곳 불광출판사)는 중독의 늪에 던져진 지푸라기입니다.

중독이 의심스러운 사람, 중독 중인 사람 모두가 정신과 치료를 받기 전에 꼭 한 번은 매달려 봐야 할 중독 해독제 같은 내용입니다.

심리학자이자 마음챙김 지도자인 저자는 마음챙김을 통해 중독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냥 학술적이고 이론적인 주장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임상실습을 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례별 안내입니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은 중독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입니다. 중독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면 스스로를 진단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됩니다. 스스로가 중독돼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는 바탕은 마음입니다. 마음은 스스로를 진단할 수 있는 바탕일 뿐 아니라 중독을 회복시키거나 치료할 수 있는 전부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 책에서 의도하는 바는, 독자를 기독교와 유대교를 배격하는 불교 신자로 만들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서양에서 말하는 종교와 철학의 정의로 볼 때, 불교는 종교도 아니고 철학도 아니다. 불교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해방의 길(path of liberation)일 뿐이다.' -24쪽

'우리는 독자들이 저마다 신앙 혹은 무신론을 견지하면서도 이 책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마음 챙김에 대한 독자의 이해가 깊어짐에 따라, 자신이 믿는 종교 전통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마음 챙김의 측면에 대한 이해도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수는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고, 오늘의 어려움은 오늘로 족하게 하라"고 했다. 이것은 어쩌면 마음챙김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27쪽

책에서는 지긋지긋한 중독에서 벗어나는 마음챙김 기술, 마음챙김을 통해 캄캄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열 개의 문을 제시하고 가이드해 줍니다. 일기 쓰기, 명상, 여가와 자연, 사랑, 꿈꾸기… 아주 일상적이고 지극히 평범한 생활에 속에 중독을 벗어날 수 있는 문이 있습니다.

'종이나 일기장에 배우자, 친구, 소중한 가족 구성원 등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의 이름을 세로로 죽 적는다. 우선 목록의 맨 위에 적은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숨을 자각하며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면서 당신이 곧 그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가 느끼는 느낌을 그대로 느끼고, 그의 삶을 똑같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219쪽 

여섯 번째 문으로 설명하고 있는 '사랑'을 연습시켜주는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절박하지 않아도 됩니다. 조금 진지한 마음으로 일로준 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됩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내면의 소리가 들릴 수 있습니다.

이 문도 들어가 보고 저 문도 기웃거려 보십시오. 산발한 머릿결처럼 좀체 다소곳이 있지 못하던 마음이 점점 잔잔해지며 중독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자화상이 실체를 더해가며 어림됩니다. 

지푸라기 같고 삼태기 같은 마음챙김 기술

뒤죽박죽이던 마음이 마음챙김이라는 그릇에 담겨 반영의 그림자를 맺을 정도로 맑게 잔잔해지면 끈끈이 풀처럼 달라붙어 있던 이런 저런 중독 또한 어느새 농도와 강도를 덜게 됩니다. 응어리진 마음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는 걸 자각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하다 보면 나를 힘들게 하던 중독 강도가 엷어지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다 보면 나를 고통스럽게 하던 중독의 늪조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책에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터득할 수 있는 마음챙김 기술만 챙겨주는 게 아니라 행복까지도 챙길 수 있는 튼실한 마음, 중독 없는 삶을 삼태기처럼 담아 낼 수 있는 건강한 마음도 챙길 수 있습니다.  

중독이 나를 힘들게 하거나, 중독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에게는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가기 전에 꽃 한 번은 챙겨 읽어봐야 할 마음챙김 기술, 어떻게라도 잡아야 할 지푸라기 같은 중독 해독제가 들어있는 책이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중독이 나를 힘들게 할 때> (지은이 토마스 비엔, 비버리 비엔 / 옮긴이 이재석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6년 4월 11일 / 값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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