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산란기, 알 낳기는커녕 떼죽음
[현장] 죽음의 강으로 변한 금강... 실지렁이·깔따구 득시글
▲ 공주보 상류 200m 지점에는 팔뚝만 한 강준치가 죽어서 썩어가고 있다. ⓒ 김종술
4~5월은 물고기 산란기다. 낮은 여울이나 자갈밭, 수초, 나뭇가지 등에는 물고기들이 산란을 위해 찾아드는 곳이다. 그런데 4대강 준설로 수초대가 사라지고 백제보, 공주보, 세종보 등 콘크리트에 가로막혀 산란 장소를 찾지 못한 물고기들이 죽어가고 있다.
15일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과 김성중 팀장이 모니터링을 위해 금강을 찾았다. 이 단체는 5월 21일 '세계 물고기 이동의 날'을 앞두고 어도 효율성 조사를 하러 방문했다.
오전 9시에 첫 번째로 찾은 '명승 제21호' 공주 고마나루 문화재 보호구역은 중장비 소음으로 가득하다. 대형 굴착기와 크레인, 콘크리트 구조물을 실어온 대형 트레일러까지. 입구부터 차량의 무게에 짓눌린 바닥은 바퀴 자국으로 움푹 파여 아수라장이다(관련기사: 공주시, 산책로 보수공사 위해 국가 명승지 파헤쳐).
발길 닿는 곳마다 죽은 물고기로 악취
▲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공주보, 백제보 주변에는 죽은 물고기가 간간이 눈에 띄었다. ⓒ 김종술
시끄러운 소리에 서둘러 공주보 인근 수상공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른 팔뚝만 한 강준치가 허연 배를 드러내고 썩어가고 있다. 몇 발짝 옮기자 40cm가 넘어 보이는 붕어도 허리가 구부러져 물가에 둥둥 떠다닌다. 보 주변 둔치침식을 막기 위해 쳐놓은 철망에 끼여서 죽어간 붕어도 눈에 들어온다. 밖으로 나오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을 쳤는지 주변에는 물고기 비늘이 널브러져 있다.
▲ 공주보 50m 지점 둔치 침식을 막기 위해 설치한 철망 사이에 붕어가 끼어서 죽어있다. ⓒ 김종술
▲ 유수성 어종의 물고기들이 공주보 콘크리트에 막혀 상류로 오르지 못하고 수력발전소 인근에 양식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때로 몰려있다. ⓒ 김종술
물고기 길로 통하는 콘크리트 어도에는 몇 마리가 힘겹게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공도교를 건너 수력발전소 밑에는 유수성 어종인 강준치와 눈불개 등 물고기 수천 마리가 주변을 맴돌고 있다. 상류로 오르기 위해 힘껏 점프를 해보지만,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 물속으로 곤두박질치기를 반복한다.
▲ 부쩍 따뜻해진 기온에 강물의 수온이 오르면서 봄부터 조류 사체가 떠오르고 있다. 사체를 밀어내기 위해 공주보 선착장에서는 물고기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수차를 돌리고 있다. ⓒ 김종술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가라앉았던 조류 사체가 떠오르자 수력발전소 쪽으로 유입을 막으려고 붉은 오탁 방지막을 쳐 놓았다. 밀려드는 조류 사체와 부유물 유입에 선착장에는 물고기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수차까지 동원하여 힘겹게 조류를 밀어내고 있다.
상류 2km 지점 쌍신공원을 찾았다. 어김없이 죽은 물고기가 눈에 들어온다. 산란기인데도 10여 명의 낚시꾼들이 물고기를 잡으려고 연신 떡밥을 갈아 던지고 있다. 주변엔 온통 쓰레기 천지다. 멋쩍은 낚시꾼이 "고기가 안 나와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장화를 신고 물속에 들어가 보았다. 죽은 나무와 수초 밑동에는 깨알 같은 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끼벌레 포자도 드문드문 눈에 띈다. 불행하게도 물고기 산란장과 이끼벌레 서식하는 장소가 겹치면서,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이끼벌레 때문에 올해도 알에서 깨어날 물고기를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강바닥에 쌓인 펄층 때문에 발목까지 푹푹 빠진다. 바지 장화를 신고 온 양흥모 처장이 삽으로 물속 흙을 퍼올리자 시큼한 시궁창 냄새로 숨쉬기가 어렵다. 시커먼 펄 흙 속에는 붉은 생명체가 꿈틀거린다. 환경부가 수생태 4급수 오염지표 종으로 지정한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다. 낮은 물속에는 물벼룩까지 득시글하다.
악취 때문에 서둘러 백제보로 이동했다. 붕어, 마자, 눈불개 등 죽은 물고기가 널린 것은 공주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야생동물이 한 짓인지 머리가 사라진 물고기와 뼈만 앙상하게 남은 사체가 있다. 강물은 하얀 물거품에 검은색 기름띠까지 보인다.
▲ 공주보 상류 강바닥은 시커먼 펄 바닥으로 변했다. 펄 속에서는 환경부 수 생태 수질오염 지표종 4급수에서 서식하는 실지렁이와 깔따구 유충이 가득하다. 양흥모 처장이 삽으로 펄을 퍼 올리고 있다. ⓒ 김종술
양흥모 처장은 "찬란한 봄이 아닌 침묵의 봄, 죽음의 금강이다. 물고기 산란기에 강을 거슬러 오르고 산란지를 찾아 생명을 잉태해야 할 시기에 강변엔 죽은 물고기 천지다"며 "산란기 고기잡이에 나선 낚시꾼까지 금강을 뒤덮으면서 생명력이 넘쳐야 할 금강이 죽음으로 가득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금강의 생명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강물이 흘러야 한다, 물길을 가로막은 수문을 하루 빨리 개방하고 철거하는 것 외에는 대책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현장에서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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