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질문'이 없는 교실, 이렇게 바꿔 보면 어떨까

유동걸 교사의 <질문이 있는 교실> 실천편 - 자유인을 키워내는 사랑의 교실

등록|2016.04.18 09:52 수정|2016.04.18 10:34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 하고도 반이 지났다. 낯선 얼굴들이 이제는 친숙하게 눈에 들어오고 새 교과서로 수업을 구성하는 것도 익숙해져 속도를 내고 있다. 새로 만난 선생님의 간을 보느라 조금 긴장했던 아이들도 이젠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새 중간고사 출제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다.

▲ <질문이 있는 교실> ⓒ 한결하늘

대개 첫 수업을 앞두고는 올해 야심차게 제시할 새로운 목표와 지침을 구상하곤 하는데, 올해는 마침 새 학기를 코앞에 둔 2월 마지막 주에 이 책 <질문이 있는 교실> 실천편을 받아들었다. 작년 가을 유동걸 교사의 책 <질문이 있는 교실>을 인상 깊게 읽은지라 새 학기를 맞기 전에 이 실천편을 꼭 읽어두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어 서둘러 읽었다.

더구나 올해 4월은 세월호 참사 2주기가 아닌가. 오랫동안 토론 수업 정착을 화두로 삼아 온 유 교사가 '질문이 있는 교실'로 방향을 튼 계기가 세월호 참사임을 생각하면, 그 2주기를 앞두고 발간된 이 책이 참사에 대한 문제의식과 무관치 않을 것임은 자명하였다.

민주주의는 정치적으로 여당과 야당의 양당 체제를 근간으로 하며, 양당 체제란 토론하는 문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오랜 권위주의 정치 체제를 청산하고 제일 먼저 일어난 것이 토론 문화에 대한 갈망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창조적 토론 문화를 어떻게든지 소모적 논쟁과 분란으로 격하시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움직임 또한 끊임없이 나타났다.

그런 와중에 세월호 참사라는 어처구니없는 비극이 일어났고, 제자리를 찾지 못하던 토론 문화의 근간에 '올바른 질문의 실종'이라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유 교사가 '토론'에서 '질문'으로 그 초점을 옮긴 시기와 각 시도 교육청에서 '질문이 있는 교실'을 핵심 교육 지표로 제시한 시기가 거의 비슷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인문학의 꽃은 질문이다. 토론은 질문에서부터 시작하고, 토론의 끝은 새로운 질문의 출발점이 된다. 기존의 지식과 질서에 질문을 던졌을 때 새로운 창조적 사고와 방안이 꽃피게 되고, 사고하는 인간은 '가만히 있지 않는' 주체적 존재로서 토론하는 자아로 우뚝 서게 된다. 생떼같은 아이들을 잃고 나서야 '질문이 있는 교실'이 저 아이들을 구할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고, 시대와 역사를 바꾸기 위한 용기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질문이 있는 교실> 전편의 문제의식이라면, 이 책 '실천편'은 유 교사와 뜻을 같이 하며 함께 걸어온 교사들의 땀과 열정을 한 데 모은 사례집이다. 유 교사가 기획했으나, 그 혼자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창의적 실천 방안을 현장에서 실천해 온 교사들의 고민과 노력이 없었다면 이 책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책은 모두 7개의 실천 사례로 이루어져 있다. 15년 경력의 심대현 교사는 지루한 일방적 강의 수업의 활로를 '거꾸로 교실'로 잘 알려진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수업 방식에서 찾았다. 강양희 교사의 '배움의 공동체'는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모둠 활동 수업을 바탕으로 협력과 배려의 교실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보여준다.

최선순 교사는 유대인의 전통적인 교육 방법인 하브루타의 짝 토론을 출발점으로 삼아 하브루타 토론 수업 모형을 만들어냈다. 교육부 인증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이홍배 교사는 수석교사가 된 뒤 질문이 있는 교실과 거꾸로 교실의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팀 기반 학습용 어플리케이션 '팀플 앱'을 활용한 수업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백금자 교사는 독해력과 질문 능력을 향상시키는 단계별 질문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며 지식 전수에 치중하기보다는 학생의 역량을 키워 주는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한창호 교사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모든 걸 다 하는 슬기로운 교사'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행복한 책읽기'를 제안한다.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고 그저 그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환경만 제공할 뿐이라는 한 교사의 독서 교육은 '책 읽고 대화하기'로 진화했고 그 결과물은 책자로 엮이는 결실을 얻었다. 끝

으로 학생들과 함께 웃을 수 있어서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는 강이욱 교사는 자기 힘으로 글을 읽는 능력을 길러 주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요약하고 설명하고 토의하고 질문하는 수업을 고안했다. 학생을 배움의 주인으로 세워 배움의 즐거움을 깨닫고 변화해 가도록 하면 그 과정에서 교사도 행복해진다는 것이 그의 경험에서 나온 지론이다.

이 7개의 사례에 더해, 고등학교 교사로 오랫동안 근무했으며 현재는 대학에서 교육 과정과 수업 평가의 혁신을 고민하고 있는 이형빈 교수가 '질문이 있는 교실'에 적합한 교육 과정과 평가의 전환이 필요함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이 책이 '질문을 위한 교실'의 최종편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구체적 지침서이자, '질문이 있는 교실'을 완성하기 위한 중간 점검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책을 읽고 마음이 바빠진 나는 올해 아이들과의 첫 대면에서 질문을 활용하는 수업, 협력하여 공부하는 수업, 토론을 환영하는 수업을 올해 수업의 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나의 수업 방식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무슨 획기적인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질문'은 '사랑'이고 '사랑'은 실천해야 한다는 명제를 회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교사의 노련한 강의가 갖는 강점을 부정하지도 않고, 특히나 고등학교 교육은 입시와 연동되어 수업 방식을 바꾸는 것이 대단히 민감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질문의 힘으로 이 교실을 깨우지 않으면, 순응주의에 길들여진 우리의 교육을 깨우지 않으면, 위기의 순간을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줄 수 없고, 이것은 교사로서의 직무유기가 될 수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어영부영 한 달을 보내고서야 조금 정신을 차려 한 가지 시도를 했다. 기술적으로 새로운 것들에 끌리는 나의 특성상 내 호기심을 자극한 '팀플 앱'을 활용해 보고 싶어졌던 것이다. '질문을 위한 교실'은 내게 미지의 영역이고, 나는 이제 막 한 걸음을 떼었을 뿐이다. 물론 이 책이 없었다면 그 한 걸음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나보다 경험 많고 적극적인 다른 선생님들에게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세부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민주주의의 미래를 인양하는 굵은 밧줄이 되어 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태풍으로 돌아올 날을 기다리는 교실에서의 작은 날갯짓이 되어 줄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