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월호 계기수업 한 교사다"
입으로는 추모, 행동으로는 징계, 교육부 장관의 이중잣대
▲ 세월호 참사 2주기 계기수업 진행학생들은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것, 오직 진실뿐입니다"의 문장이 가장 가슴에 와 닿는다고 했습니다. ⓒ 세월호 실천활동 인증샷
교육부가 징계 운운하며 사실상 금지 조치를 내렸음에도 경기도를 비롯 전국의 많은 학교에서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교과서>(4.16교과서)를 활용한 계기수업과,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다양한 추모 행사 즉 기억, 공감, 실천활동들이 활발하게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교조 416특위 관계자는 "4.16교과서가 18일 기준 9000여 권이 넘게 판매됐다"고 말했다.
"더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외침, 수업 등 다양한 교육활동으로 보여준 것"
"저희학교는 지난 일주일을 4.16추모주간으로 학사일정에 넣고 다양한 추모행사를 했어요. 머리 허연 분이 교장 샘입니다."
"저도 세월호 참사 2주기 계기수업 진행했습니다. 작년처럼 노란 테이블로 공감하기, 성찰하기, 약속하기, 실천하기 등의 내용을 아이들과 함께 나눴습니다. 다음 주에는 아이들과 자치시간에 노란 리본 만들기 활동예정입니다."
"오늘 마침 블록수업이 있어 2-1단원, 2-2단원을 각각 1시간씩 이어서 해 보았습니다. 416교과서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마음으로! 고3 아이들이라 세월호 사건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고, 전반적으로 집중도 잘 하고 토론도 진지했습니다."
▲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전국의 많은 학교에서 열린 ‘다양한 추모와 기억, 공감, 실천사례 ⓒ 세월호 실천활동 인증샷
"저는 한문시간에 진행하였습니다. 교과교육과정을 재구성할 때 4월 1, 2주 정도에 진행하려고 미리 교육과정에 포함시켰구요. 易地思之(역지사지)와 共感(공감)을 바탕으로 활동지를 제작하였습니다. 동영상은 'SBS 특별한 졸업-학교를 떠날 수 없는 아이들'을 편집해서 사용했어요."
"저도 오늘 416계기수업으로 <'기억, 공감, 실천' 세월호 나무 만들기>를 해봤습니다. 5교시에는 학생회 아이들이 준비한 세월호 관련 영상을 보고, 6교시에는 안전 관련 교육과 세월호 리본 만들기를 했습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건 저절로 되는 게 아니겠지요."
"저도 세월호 주제로 편지쓰기 국어 수업했어요. 목걸이도 만들어서 걸었네요. 그런데 영상보다가 눈물의 수업을... 애들이 위로해주네요. 4학년이라 이뻐요~!!"
"세월호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학생들은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것, 오직 진실뿐입니다"의 문장이 가장 가슴에 와 닿는다고 했습니다.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세월호 참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정부, 진실을 감추고 지우려는 정부를 향해 이제는 더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외침을 교사의 기본권인 수업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다가가도록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다채로운 수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국의 많은 교사들과 학생들이 정말 다양한 추모 행사 및 실천사례를 인증샷으로 보내주었다.
▲ 세월호 2주기, 다채로운 실천 사례교육부가 사실상 금지 조치를 내렸음에도 전국의 많은 학교에서 계기수업과, 다양한 추모 행사, 실천활동들이 펼쳐졌다. ⓒ 세월호 실천활동 인증샷
신발 마련부터 나무심기, 대합창, 단식까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에서 저희 학생들이 신발 304개를 마련하여 희생자 이름과 함께 노란 바람개비를 전시하였습니다."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한 점심 동조단식, 오늘 단식 23일차, 안양ㅇㅇ학교 아이들과 안양의 선생님들과 아이들도 세월호와 별이 된 아이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 세월호를 기억하는 교사들."
"세월호 관련 영상과 글을 보고 난 후, 기억의 나무에 쪽지를 남기고 노란리본을 만들어 봅니다. 그 기억나무를 중앙게시판에, 304명의 사진과 416인권선언 내용을 함께 게시합니다."
▲ 학생들이 정성들여 마련한 추모식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에서 저희 학생들이 신발 304개를 마련하여 희생자 이름과 함께 노란 바람개비를 전시하였습니다 ⓒ 세월호 실천활동 인증샷
"오늘 아침 6학년 학생들이 등굣길의 후배들과 학부모들에게 '세월호 리본 달기 캠페인'을 했습니다. 한쪽에선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리코더로 합주하고, 한쪽에선 노란 리본을 달아주며 "세월호 참사 잊지 말아요" 라며 알려주고, 또 한쪽에선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나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 또는 잊지 않겠다는 자기 다짐을 메시지로 써보는 활동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학급회의 때 이런 아이디어를 내어 얼마나 기특했는지요.^^ 리코더 선율이 슬프지만, 아름다운 아침이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학생회가 피케팅과 함께 구호도 외쳤습니다.
'우리가 기억이 됩시다!'
'우리가 기다림이 됩시다!'
"ㅇㅇ중 세월호 교내 행사입니다. 나쁜 나라 상영회와 유가족 간담회도 진행했습니다.
"두 번째 봄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노란종이배 만들고 노란 벽에 추모의 글도 쓰고..."
"별이 된 아이들의 담임이 된 마음으로, 약속 콘서트에서 유가족들을 만나 뵙기 위해 1박 2일 도보행진을 하고 있는 선생님들입니다. 지금 안양을 향해 걷고 있습니다. 내일 일정은 8시 인덕원역부터 시작합니다. 11시 남태령역, 13시 동작역, 15시 용산역, 19시 광화문에서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 기억하겠습니다두 번째 봄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노란종이배 만들고 노란 벽에 추모의 글도 쓰고... ⓒ 세월호 실천활동 인증샷
"저는 정읍에 내려와 '피어라 이팝 304그루' 생명꽃 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3반 유혜원 학생을 기억하는 282번 나무을 심고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점심시간 이용한 노란리본공작소 모습과 세월호 스티커 타투한 모습입니다."
"선생님들과 마음을 모아 유가족들께 힘이 되고자, '세월호 2주기 행사 4160인' 후원금을 보냈습니다. 2주기가 되도록 밝혀진 것이 하나 없는 현실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그 과정에서 유가족들이 많은 상처를 입었고, 가장 많은 상처를 준 것이 학교라는 사실이 너무 속상합니다."
"ㅇㅇ고등학교 학생들이 416 추모주간에 전시한 추모작품 사진 올립니다."
"4.16 걷기, 단원고 들러 아이들 교실과 2학년 교무실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신 선생님들 자리들을 보니 또 다시 눈물이 왈칵~ 울 둘째 아들과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라 더 남의 일 같지 않았던 거 같아요. 지금 살았다면 20살 청년..."
▲ 기억, 약속, 행동을 다짐하는 대합창 모습416명의 아이들과 함께 원주횡성시민들이 기억, 약속, 행동을 다짐하는 대합창 모습 ⓒ 세월호 실천활동 인증샷
"여기 강원도에서도 416 2주기를 맞아 416명의 아이들과 함께 원주횡성시민들이 기억, 약속, 행동을 다짐하는 대합창 모습입니다. 장관이었고 승리의 함성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를 담은 서명운동과 세월호 리본 배지 나눔, 세월호 온전한 인양을 바라는 풍선 소망, 세월호 추모 공연을 준비하는 12인치(12시 런치타임) 동아리 학생들, 학생회 주관의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 세월호 추모 그림전시회를 준비하는 그림 동아리 학생들... 이렇게 ㅇㅇ고의 밤이 깊어갑니다."
교육부는 여전히 4.16계기수업 교사 징계하겠다
4.13총선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참패로 끝났고,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은 총선 결과를 두고 "국민 민의를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다. 또 지난 주말 세월호 2주기를 맞아 전국적인 추모열기와 민심을 확인했음에도 교육부는 세월호 계기수업을 했다는 이유로 경기 광명시의 A고등학교 ㄱ교사와 경기 시흥시의 B초등학교 ㄴ교사에 대해 이르면 이번 주 중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 술 더 떠 교육부는 19일까지 전국적으로 세월호 계기수업 실태를 파악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실태 파악 결과에 따라 추가 징계 대상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ㄱ교사는 "교육부 장관이 지난 주말 '기억식'에서 말한 취지 그대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의미에서 수업 한 것을 징계하겠다는 것은 유체이탈의 교육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답답해했다.
▲ 교육부 장관, 말 따로 행동 따로, 이중잣대 논란이준식 교육부장관은 “원통하고 비통한 마음으로 더욱 가슴이 아프다. 고개 숙여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추모의 뜻을 밝혔고, “못다 핀 꽃들의 희생을 결코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 학생이 가는 길이 가장 안전한 곳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김형태
한편 이준식 교육부장관은 지난 16일 경기도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에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 서니 원통하고 비통한 마음으로 더욱 가슴이 아프다. 고개 숙여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추모의 뜻을 밝혔고, "절대 잊지 않겠다. 못다 핀 꽃들의 희생을 결코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학생이 가는 길이 가장 안전한 곳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을 한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이석태 4·16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에게는 박수가 터져 나왔으나, 이준식 교육부 장관의 발언에는 박수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누가 봐도 불청객이었고 무언의 항의 표시였다.
기억식 현장에 있었다는 ㄴ교사는 "이 분이 여기 왜 온 걸까요? 세월호 계기수업 탄압하는 수장 입에서 희생자 추모 발언이 나오고... 정말 화가 납니다"라고 통탄한 뒤, "앞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뒤에서는 징계의 칼날을 들이대는, 전형적인 이중잣대 아니냐"고 되물었다. 아울러 "이번 총선과 세월호 2주기에서 확인된 민심을 생각해서라도 징계 계획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내가 세월호 계기수업 한 교사다해당교사는 “앞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뒤에서는 징계를 칼날을 들이대는, 전형적인 이중잣대 아니냐”고 되물었다. ⓒ 김형태
▲ "내가 세월호 계기수업 한 교사다"ㄴ교사는 “이 분이 여기 왜 온 걸까요? 세월호 계기수업 탄압하는 수장 입에서 희생자 추모 발언이 나오고... 정말 화가 납니다”라고 통탄했다 ⓒ 김형태
한편 이준식 교육부장관이 분향을 하는 동안 징계 대상으로 지목된 ㄴ교사 등 교사들은 "내가 세월호 계기수업 한 교사다" "교육부장관은 세월호 수업 막지 마라"라는 손팻말을 들고 교육부의 징계방침에 강도높게 항의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ㄷ교사는 "2주기 기억식에 왔다가, 이준식 장관이 뻔뻔하게도 사회부총리 자격으로 참가한 것을 보고, 이에 분노한 교사들이 즉석에서 손팻말을 만들어 항의행동을 했다"며 "이준식 장관은 항의에 밀려 뒷문으로 도망치듯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계기수업 교사 징계 문제에 대해,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교재를 어떻게 쓰고 어떻게 편성할 것인가는 교장과 교사에게 주어진 권한"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도 "교재 사용 전 학교장 승인지침을 어긴 부분은 징계해야 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