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어버이연합 자금줄? 경제민주화로 막아야"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 인터뷰 ③] "우리가 잘할 거라는 확신 없어"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최근 불거진 '전경련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과 관련해 "경제 세력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 남소연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를 들고나왔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후보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장직을 맡았던 김 대표는 줄곧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며 대선을 진두지휘했다. 1987년 개헌 이후, 헌법 안에 잠들어 있던 경제민주화란 개념은 김 대표에 의해 다시 날개를 달았고,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었다.
최근 <광주일보>가 진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광주·전남 유권자의 27.5%가 경제민주화를 '20대 국회에 바라는 사항'으로 꼽았다. 민생(34.3%)에 이어 두 번째다. 경제민주화가 여론조사 질문 항목에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민생에 이어 두 번째 요구사항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더구나 여론조사 대상인 광주·전남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표를 몰아준 곳이다. 이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당은 가장 높은 지지도(54.1%, 더민주는 30.7%)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더민주의 슬로건인 경제민주화가 20대 국회에 바라는 사항으로 꼽혔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총선 후 일주일이 지난 20일, 김 대표를 국회 더민주 대표실에서 만났다. 기자들 사이에서 '단답형 인물'로 유명한 김 대표는 경제 문제와 관련된 질문엔 많은 말을 쏟아냈다.
"경제민주화는 힘 있는 경제 세력의 전체 지배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시장경제가 효율적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지금 문제는 시장이 효율만 따지고, 이에 따라 파생하는 문제를 의회가 해결하지 못하는 데 있다. 1987년 경제민주화를 헌법 속에 넣었던 이유는 이전까지 소위 경제성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헌법에 넣어두면 어쨌든 정치집단은 표를 먹고 사는 집단이니, 표를 먹기 위해서라도 자연적으로 (경제민주화를 위해) 애쓸 줄 알았다. 하지만 28년이 지나는 동안 의회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경제심판론으로 총선 승리"
지난 대선 이후,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쓰임을 받지 못했다. 청와대는 사실상 경제민주화를 외면했다. 김 대표도 "죄송하다"며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경제민주화를 지난 대선 때 써먹고, 이번 총선 때 또 써 먹냐고 이야기하는데, 이 정부가 제대로 했으면 우리가 또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할 이유가 없다."
김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더민주가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선 국민의 마음을 사야하고, 그래서 이번 총선의 슬로건을 '문제는 경제다'라고 정했다"라고 강조했다. 선거 승리의 이유도 경제심판론으로 꼽았다.
김 대표의 대선 전략 역시 경제민주화다. 하지만 김 대표는 '박근혜 정권보다 더민주가 경제민주화를 더 잘 할 수 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을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의원들은 철두철미해야 한다"라며 "지금 진행되는 과정으로 봤을 때, 솔직히 의원들이 (철두철미하게) 할 것인 지에 대해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입법방해 로비"와 "쓸데없는 이야기로 분주하신 (의원) 분들"을 그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김 대표는 최근 불거진 '전국경제인연합의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과 관련해 "경제 세력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 걸 못하게 하는 게 경제민주화다. 정치민주화, 사회민주화에 이어 경제민주화가 제일 마지막인데, 이걸 안 하면 거꾸로 돌아가서 정치민주화도 안 되고 사회민주화도 안 되는 것이다. 그게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돈을 가진 세력이 어떤 작동이든 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이 인터뷰는 20일 오후 국회 더민주 당 대표실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안홍기·소중한 기자가 진행했다. 다음은 김종인 대표와 한 인터뷰 중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상법·공정거래법 손 대야"
- 문재인 전 대표의 설득으로 비대위 대표를 맡았다. 당시 '당이 어렵다고 하니 돕자'라는 소극적 차원이 아니라,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꽃피워보자'라는 적극적인 마음이 있었던 거 아닌가.
"수권정당을 만들기 위해 왔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기 위해선 국민의 마음을 사야한다. 이번 선거의 슬로건을 '문제는 경제다'라고 정하고, 경제심판론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 경제 문제를 짧은 유세시간 동안 집약적으로 말하기 힘들었을 텐데.
"언론에서 (더민주가 말한 경제 정책에) 구체성이 없다고 한다. 근데 그 짧은 시간에 대략적인 것만 설명해야지 구체적으로 말하면 유세를 할 수 없다. 하나하나 열거하면 구체적인 것들이 나온다."
- 더민주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정책을 입안하고 여당 쪽에 제안도 할 건데.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특히 2011년 포용적 성장이란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따지고 보면, 경제민주화 없이 포용적 성장도 없다. 포용적 성장에서 강조하는 게 의회의 조정 기능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래야 자본주의 사회의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현실을 보면, 포용적 성장과 경제민주화 없이 우린 경제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 기본적으론 이해가 되는데, 20대 국회에서 구체적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상징적인 법안을 제시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법과 상법 등이 있다. 지난 대선 때 약속해 법무부가 상법 개정안을 만들었는데 보고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적절치 않다고 해 이뤄지지 못했다. 상법 개정을 통해 큰 기업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설정할 지, 이사회 구성은 어떻게 할 지, 기업의 의사결정에 민주적 절차를 도입할 지 고민해야 한다.
또 현재 공정거래법을 보면, 공정거래위원회만 불공정 사례를 심사해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지난 대선이 끝나고 그걸 고치긴 했는데, 기껏 감사원, 중소기업청 등 겨우 관료집단에 고발할 수 있는 권리를 나눠줬을 분이다. 이전과 달라진 게 없는 거다. (20대 국회에선) 이런 것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경제민주화 없이, 정치·사회민주화도 없어"
- 지난 대선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경제민주화를 주장한 바 있고, 지금 더민주에서 그것을 더 강조하고 있다. 더민주에 올 때,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보다 더민주가 경제민주화를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던 건가.
"솔직히 말해 그건 좀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거 같다. 최근 나타난 현상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포용적 성장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의회가 로비집단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은 월가를 규제할 법안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상하원 의원 70%의 정치자금을 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월가가 의회에 로비를 하도 많이 해서 관련 법안이 안 나오는 거다.
우리도 그런 상황까지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때문에 더민주라고 해서 경제민주화를 꼭 잘할 것이란 확신은 없다. 그런데 국민에게 약속한 뒤, 그걸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 이번 총선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나. 지난 3년 간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니 이번 총선의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얼마 전 어느 여론조사를 보니,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 1위가 민생, 2위가 경제민주화더라. 이제 국민들 뇌리에 경제민주화라는 게 대충이라도 박힌 것이다."
- 대선 후보 뿐만 아니라 더민주 집단의 경제민주화 준비와 공부도 절실할 거 같다.
"내가 보기에 의원들도 철두철미해야 한다. 입법을 많이 해야하니까."
- (의원들이 잘 하도록) 대표가 앞으로 많은 노력을 해야할 텐데.
"지금 진행되는 과정으로 봤을 때, 솔직히 의원들이 (철두철미하게) 할 것인 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 대표가 좀 더 샅바를 부여잡고 이끌어야 하는 거 아닌가.
"쓸데없는 이야기로 분주하신 분들인데 어떻게 샅바를…."
- 최근 전경련이 극우단체 어버이연합에 자금줄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경제민주화를 강조하고 있는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나.
"경제 세력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려고 한다. 그걸 못하게 하는 게 경제민주화다. 정치민주화, 사회민주화에 이어 경제민주화가 제일 마지막인데, 이걸 안 하면 거꾸로 돌아가서 정치민주화도 안 되고 사회민주화도 안 되는 것이다. 그게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돈을 가진 세력이 어떤 작동이든 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1990년에 부동산 대책(토지공개념)을 내놓으면서 재벌 보유 부동산 5700만평을 매각(5ㆍ8 조치 : 기업 보유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조치)시켰는데 그때 내가 '야, 잘못하다간 내가 갑자기 날라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다고 대통령한테 나보고 경호 붙여달라 할 수 없고. 집에 돌아가면 엘레베이터에 누가 먼저 타고 있으면 타질 않았다. 사회가 그 정도 까지 심각하게 갈 수도 있는 걸 전제해야 한다."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 : <광주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16일 광주·전남 성인남녀 1012명 대상으로 조사,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유·무선 자동읍답전화(ARS)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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