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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 "대권 생각있지만, '부산 부활'이 우선"

[인터뷰] '부산 돌풍' 주역 "신공항 김부겸에 양보 없다"

등록|2016.04.25 10:51 수정|2016.04.25 10:51

▲ 김영춘 부산진갑 당선자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민 스스로 깜짝 놀라고 감동하는 충격적인 선거결과를 만들어냈다”면서 “시민들의 선거 혁명이라 말해도 좋을 거 같다”라고 이번 총선의 의미를 설명했다. ⓒ 정민규


지난 13일 밤 개표상황을 지켜보는 김영춘의 표정은 선거에 이긴 사람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확실히 기뻐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22일 다시 만난 그에게 그때의 표정에 대한 질문부터 꺼냈다. 김영춘 부산진갑 당선자는 "기쁘고 환호하는 마음이 아니라 주마등처럼 지난 시간이 지나가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 교차했다"고 털어놓았다.

"8년간의 야인 생활은 저로서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겸허히 세상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호흡하고 교감하는 자세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었죠.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구체적인 삶에 가까이 다가가서 많은 걸 보고 배우는 충전의 시간이 됐습니다. 8년이란 시간은 상실의 시간이 아니라 멋진 재생의 시간이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김영춘은 8년의 원외 생활을 마무리하고 국회로 복귀한다. 서울 출마를 포기하고 부산에서 지역주의의 벽에 맞부딪혀온 지 4년 만의 일이다. 부산진구 인본사회연구소에서 김 당선자를 만나 그의 포부와 지금 그가 생각하는 큰 꿈을 들어봤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큰 꿈은 대권이다.

부산시당위원장으로 선거를 지휘한 김 당선자는 우선 더민주가 다섯 지역구에서 승리한 이번 부산 선거 결과를 "위대한 부산시민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민 스스로 깜짝 놀라고 감동하는 충격적인 선거결과를 만들어냈다"면서 "시민들의 선거 혁명이라 말해도 좋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부산서 앞으로 어느 정당이든 안심하지 못할 것"

▲ 김영춘 부산진갑 당선자가 지난 14일 지지자들의 성원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그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총선에 승리한 날 “기쁘고 환호하는 마음이 아니라 주마등처럼 지난 시간이 지나가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 정민규


그는 이번 총선에서 부산이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김 당선자는 "4년 전만 해도 나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고, 이름만 알지 내가 부산 출신인 걸 모르는 사람도 많았지만 이번 선거는 골목에서 확인한 길거리 민심에서 내가 확실히 우위였다"고 전했다.

극적 변화를 불러온 새누리당 참패의 원인이 궁금했다. 그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는데 첫째는 "척박한 부산의 현실이 시민 불만의 폭발 배경이 됐다"는 것이었다. 쇠퇴하는 부산 경제에 대한 징벌적 성격이 담긴 투표였다는 말이었다.

이어 그는 "시민들이 새누리당 일당 독점이 곤란해 야당도 당선시켜 경쟁시켜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현역 전원을 공천한 사상 최초 물갈이 없는 공천은 새누리당 골수 지지자들까지 야당에 투표하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것만으로 부산이 과거 3당 합당 이전의 '야성'을 되찾았다고 보지는 않았다. 13 대 5 라는 현격한 점수 차이가 이 생각을 뒷받침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앞으로 어느 정당이든 (부산에서) 안심하고 선거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야권끼리 대화 통로 필요, 가교 역할 하겠다"

▲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부산 지역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중앙공원 충혼탑을 참배한 김영춘 부산진갑 당선자가 방명록을 쓰고 있다. 그는 방명록에 "부산 부활의 선봉이 되겠다. 위대한 시민의 승리에 보답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 정민규


최근 더민주 비대위원으로 임명된 김 당선자는 당 대표 경선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당 대표 합의 추대는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당선자는 "김 대표가 본인을 추대해달라고 하지도 않은 데 필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는 건 김 대표를 모욕하는 이야기"라며 "(합의 추대 논란은) 일부 언론이 우리 당을 분열시키려는 작업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야권통합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김 당선자는 "서로 경쟁하는 체제로 가는 게 맞다"라면서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말하는 대선 결선 투표제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야권후보 단일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야당끼리 신뢰 있는 대화의 통로가 필요하다"면서 자신이 "가교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선거 기간 동안 신공항 부산 유치를 전면에 내세웠던 김 당선자는 이날도 거듭 신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로 정부가 "대구·경북의 안방 눈치만 봐서 부산 신공항을 무시하는 짓을 못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더민주 소속인 김부겸 대구 수성갑 당선자에게도 신공항만큼은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구 시민들도 대구의 필요성에 의해 공군기지를 옮겨야 하는 만큼 김부겸 당선자가 이 의견을 어떻게 외면하겠나"라면서 "설득은 안 될 것이다, 같은 당이지만 양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권,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 김영춘 부산진갑 당선자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나라가 선진 일류 국가로 가는 길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면 국민적 지지가 쌓일 거고, 그 힘으로 대선에 도전한다는 목적을 세워야 한다"면서 대권 도전 계획을 밝혔다. ⓒ 정민규


부산 지역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부산국제영화제(BIFF) 파행 위기와 관련해서도 김 당선자는 분명한 생각이 있었다. 그는 "부산시장이나 시청이 시 차원의 자존심이나 시장의 기분을 내세워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애초 시발점이 영화 <다이빙 벨> 상영 때문인데, 그 평가는 관객에게 맡겨야지 왜 부산시가 개입을 하냐"고 쓴소리를 냈다. 

3선으로 부산·경남 당선자 중 맏형이 된 그는 국회에서 하나하나 목소리를 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부산·경남 지역의 대변자로서 역할을 하겠다"면서 "부산 부활 프로젝트를 책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통해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 있음도 숨기지 않았다.

"(대권에) 전혀 생각 없는 건 아닙니다. 다만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죠. 조급하게 해서 뭐가 되겠냐는 생각이 있습니다…부산 출신 대통령은 부산 발전에 엄청난 역할을 할 수 있죠. 대통령을 서둘러 하겠다는 생각은 없고 정치 개혁을 위해, 이 나라가 선진 일류 국가로 가는 길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면 국민적 지지가 쌓일 거고 그 힘으로 대선에 도전한다는 목적을 세워야 합니다"

끝으로 그는 "부산 시민들이 저와 함께 부산을 한국의 상하이, 한국의 홍콩으로 만드는 큰 꿈을 꿔 봤으면 좋겠다"면서 "서울에서 떡고물을 받아오는 정치를 바라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부산에서 계속 경쟁이 살아나고 팽팽한 긴장을 주는 선거를 하면 부산은 무조건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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