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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네 살' 손녀의 재롱, 어쩐지 마음이 아프다

[하부지의 육아일기 69 ]콩콩이의 세번째 생일에 다시 새겨보는 어린이 헌장

등록|2016.04.26 15:18 수정|2016.04.26 15:18

콩콩이천방지축 뛰어다닌다. 미운 네살이다. 언니의 말투와 행동을 그대로 배운다. ⓒ 문운주


"싹트네. 싹터요, 내 마음에 사랑이~"

지난 19일 손녀 콩콩이의 세 번째 생일, 콩콩이가 언니에게 배운 노래를 흥얼거린다. 유치원 다녀오는 길이다. 엄마가 예쁜 옷을 사주고 공주 머리띠를 해 주었다. 가족과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도 이날을 축하해 주었다. 오늘은 콩콩이가 최고로 기분이 좋은 날이다.

셔틀버스에서 내리면 잠이 덜 깬 탓에 보채기 일쑤다. 인근 마트나 놀이터로 가자고 할아버지와 승강이를 벌인다. 아직은 어린애, 하부지가 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오늘은 제법 의젓하다. 생일이 무슨 날이냐고 물었더니 "태어난 날"이라고 대답한다. 그래, 세상에서 제일 귀한 손녀 콩콩이가 태어난 날이다.

영산홍봄은 꽃의 계절, 꽃보다 예쁜 손녀 콩콩이다. 벚꽃이 지고 여기저기 자산홍, 영산홍이 활짝 피었다. 유원지 마다 상춘객으로 붐빈다. ⓒ 문운주


봄은 꽃의 계절이다. 벚꽃이 지고 영산홍이 집 주변, 놀이터, 공원 등을 빨갛게 물들였다. 계절의 순환이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만 계속될 줄 알았더니 봄이 왔다. 싹이 트기 시작했다. 희망이 보인다. 어둠의 땅에도 조금씩 서광이 비친다.

"하부지는 얼굴이 아프니까 먹으면 안 되지."

놀이터 가는 길이다. 할아버지는 아프니까 과자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주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서 혼자서만 먹는다. 얼굴 위에 점을 보고 아프다는 진단을 내렸다. 오물쪼물 먹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네 살 어린아이가 하는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어린이놀이터에 아이들이 가득 찼다. 도심과는 다르게 이곳은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는 희망의 소리다. ⓒ 문운주


아이들도 모처럼 놀이터에 나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몰려다닌다.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그네도 탄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깔깔거리며 뛰어다닌다. 봄이 아이들을 유혹한 것일까. 아이들이 봄을 부르는 걸까. 흥겨워하는 콩콩이를 그네에 태웠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어른도 재잘재잘 어린 아이가 된다.

콩이와 콩콩이자매가 신이 났다. 앞서 달리는 언니를 따라 달린다. 이마에는 땀방울, 보는 나는 행복하다. ⓒ 문운주


콩콩이앞을 향하여 달려야 한다. 끄게 바로 꿈이다. 어렸을 때는 꿈을 꿔야만 한다. ⓒ 문운주


자매가 신이 났다. "날 잡아 봐라" 하고 언니가 달린다. 뒤따라가는 콩콩이 이마에 땀이 송알송알 맺혔다. 뛰어노는 언니와 동생의 모습, 즐거움이 가득하다. 그래, "어린이는 마음껏 놀아야 하는 거야".

"할아버지가 싫어."
"할아버지 집에 가."

아직 혼자서는 서툴다. 밥도 먹여주어야 하고 화장실에도 데려가야 한다. 그때마다 고집을 부린다. "오늘은 엄마하고 밥 먹을 거야", "할아버지가 싫어 집에 가"라고 하다가도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 하면서 달려든다. 그야말로 미운 네 살이다. 토라져서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어린이 헌장


① 어린이는 인간으로서 존중하여야 하며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올바르게 키워야 한다.

② 어린이는 튼튼하게 낳아 가정과 사회에서 참된 애정으로 교육하여야 한다.

③ 어린이에게는 마음껏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④ 어린이는 공부나 일이 몸과 마음에 짐이 되지 않아야 한다.

⑤ 어린이는 위험한 때에 맨 먼저 구출하여야 한다.

⑥ 어린이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악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⑦ 굶주린 어린이는 먹여야 한다. 병든 어린이는 치료해주어야 하고, 신체와 정신에 결함이 있는 어린이는 도와주어야 한다.

⑧ 어린이는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과학을 탐구하며 도의를 존중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⑨ 어린이는 좋은 국민으로서 인류의 자유와 평화와 문화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


우리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볼 때 마다 세월호 참사로 어이없이 희생된 아이들이 생각나 마음이 아프다. 이제라도 마음껏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어린이가 위험할 때는 맨 먼저 구출해야 한다.

봄은 희망의 계절이다. '싹트네' 노랫말처럼 모든 아이들에게 사랑이 파도처럼 밀려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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