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 메시아>겉표지 ⓒ 포이에마
당시 로마의 지배를 받던 유대지역의 풍경을 묘사해야하고, 예수가 가지고 있던 심리상태나 내면, 정신세계도 함께 표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예수'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이 선뜻 그를 허구의 세계로 끌어들이기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역사와 종교를 함께 아우러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작품을 쓰기 위해서 우선 참고해야할 자료는 신약성서의 4대 복음서다. 여기에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성서를 연구한 학자들 중 일부는 이 4대 복음서가 예수가 사망하고 몇 십 년 후에 쓰여진 것이라고 한다.
사진기나 녹음기도 없던 2000년 전에, 예수에 관한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을 것이다.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도 있고 오류도 있다. 그리고 4대 복음서에는 예수가 성인이 된 후의 행적을 위주로 묘사하고 있다. 예수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는 상상력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린 예수의 감추어진 시간
미국의 소설가 앤 라이스는 자신의 2005년 작품 <영 메시아>에서 예수의 어린 시절을 복원해낸다. 작품에서 예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등장한다. 예수의 나이는 7살. 예수는 어머니 마리아, 아버지 요셉과 함께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살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 예수는 아버지와 가깝지 않다.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고 '요셉'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의 도입부에서 예수의 가족은 알렉산드리아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스라엘로 돌아가려 한다.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 그들의 고향인 나사렛으로 가려고 하는 것이다. 요셉은 예수에게 '그곳에 가면 사람들이 널 찾지 못할 거야'라고 말한다.
예수에게는 7살 때부터 무언가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자신을 화나게 만든 친구를 말 한 마디로 죽였다가 다시 살려내기도 한다. 말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기적을 그때부터 행했던 셈이다. 하지만 예수는 이 능력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왜 자신에게 이런 힘이 생겼는지. 이 능력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한다. 자신이 태어나던 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하고, 왜 요셉이 자신을 숨기려고 하는지도 이상하게 느껴진다. 예수는 온갖 의문들을 품고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로 귀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알려고 노력하기 시작한다. 자신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작가가 묘사하는 2000년 전 유대의 모습
앤 라이스는 2000년 전 알렉산드리아와 이스라엘의 풍경을 당시 예수의 모습과 함께 묘사한다. 거대한 도시 알렉산드리아와 예루살렘의 화려한 성전, 온갖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판매하는 시장의 골목. 그 안에서는 하루도 싸움이 멈추는 날이 없다. 어린 예수는 성전을 보고 감탄하며, 랍비들과 문답을 주고 받기도 한다.
목수인 요셉을 따라다니며 집을 손보고 마구간을 고치기도 한다. 양고기와 콩으로 만든 음식으로 푸짐한 식사를 할 때도 있다. 이런 일상을 본다면 일반 어린아이들과 별다를 게 없는 셈이다. 그래도 예수는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자신의 탄생의 비밀에 집착하는 것이다.
<영 메시아>는 작가가 집필하는 '그리스도 시리즈'의 첫 번째 편이다. 그리스도교를 믿는 신자이건 아니건, 작가의 상상으로 복원해낸 한 인물로서 예수의 삶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예수가 알렉산드리아와 나사렛을 오가면서, 자신에 대한 고뇌를 하며 유년기를 보냈을지도, 그리고 10살이 되기 이전에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덧붙이는 글
<영 메시아> 앤 라이스 지음 / 이미선 옮김. 포이에마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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