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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기념비는 숨기고, 폄훼했던 이은상은 기리는 꼴"

열린사회희망연대, 기념비 앞 화단-은상이샘 철거 요구... 가고파거리도 지적

등록|2016.04.26 20:22 수정|2016.04.27 16:13

▲ 김영만 전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회장을 비롯한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들이 26일 오후 창원시에서 조성해 놓은 '노산동 가고파거리'를 둘러보고 있다. '노산'은 이은상의 호이고, 가고파는 이은상이 쓴 시조의 제목이다. ⓒ 윤성효


▲ 옛 북마산파출소 앞에 있는 '3.15의거기념비'로, 바로 앞에 나무가 심어진 화단이 조성되어 있어 지나는 사람들은 이곳에 기념비가 있는 줄 모르고 지나칠 정도다. ⓒ 윤성효


[기사보강: 27일 오후 4시 15분]

"3·15의거기념비는 숨기고 3·15의거 폄훼했던 이은상(노산)은 드러내놓고 기리는 꼴이다."

26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노산동 '가고파거리' 일대를 둘러본 김영만 전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회장과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들이 한 말이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3·15의거기념비 가로막은 화단과 '은상이샘'을 당장 철거하고, 이은상 가고파 거리 조성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옛 북마산파출소 앞에 있는 3·15의거기념비와 은상이샘은 나란히 있다. 3·15의거 기념비와 이를 폄훼하고 독재에 빌붙었던 이은상(1903~1982, 문인)을 기리는 조형물이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다.

3·15기념비는 1960년 3월 15일 옛 북마산파출소 주변에서 치열하게 일어났던 의거를 기록한 기념비로, 그해 겨울 인근에 살았던 신동식 옹이 세웠고, 도시재개발로 1999년 6월 3․15의거기념사업회가 이곳으로 옮겨 놓았다.

은상이샘 표지석에 보면, "민족시인 노산 이은상 선생을 기리고, 시민의 얼과 정서를 해맑게 하기 위해 생명의 젖줄 은상이샘을 이 자리에 옮겨 복원합니다. 1999년 5월. 마산시"라고 새겨져 있다.

3·15의거기념비 앞 화단, 은상이샘 철거 요구

▲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들은 26일 오후 옛 북마산파출소 앞에 있는 '3.15의거기념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15의거 기념비 가로막은 화단과 은상이샘을 당장 철거하고, 이은상 가고파 거리 조성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 옛 북마산파출소 앞에는 3.15의거 기념비(왼쪽)와 '은상이샘'이 나란히 있다. ⓒ 윤성효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은상이샘'과 3·15의거기념비 앞 화단을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기념비 앞에 화단이 조성되었고, 우거진 나무로 인해 기념비가 잘 보이지 않는다. 현장을 본 김영만 전 회장은 "기념비를 숨긴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이 단체는 "마산의 자랑스러운 3·15의거 기념비가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에 가려져 이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이 전혀 볼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또 이 단체는 "우리는 그동안 은상이샘이라는 유구를 같은 공간에 존치해 놓았다는 것은 3.15의거를 모독하는 일이라며 이 샘을 철거하는 요구를 해왔다"며 "화단이 조성된 것은 아마 말썽 많은 이 기념비를 나무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가려져 버릴 것이라는 속셈에서 만들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고 밝혔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은상이샘이라는 이름 자체에 신빈성이 없다. 이은상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문인들이 농네 어른들이 불렀다고 증언하는 '은새미'(샘=새미)를 변용하여 이은상 신화 날조에 이용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창원시에 대해 "기념비를 가로 막고 있는 화단을 즉각 철거할 것"과 "기념비와 같은 공간에 동거 존치시킨 은상이샘을 즉각 철거할 것"을 촉구했다.

'노산동 가고파거리' 조성 두고 논란

▲ 창원시는 지난해 도시재생사업으로 '노산동 가고파거리'를 조성하면서 이은상을 소개해 놓았다. 김영만 전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회장이 이은상 안내판을 보며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 창원시는 지난해 도시재생사업으로 '노산동 가고파거리'를 조성해 놓았다. 노산은 이은상의 호이고, 가고파는 이은상의 시조 제목이다. ⓒ 윤성효


창원시는 지난해 '도시재생사업'으로 노산동 가고파거리를 조성했다. 이곳은 3·15의거기념비에서 도로 건너편에 있다. '가고파거리' 안내판은 3개가 있고, 도로 안쪽에는 공원을 만들어 이은상 등 5명의 인물에 대해 설명안내판을 붙여 놓았다.

'노산'은 이은상의 호, '가고파'는 그의  시조 제목이다. 마산 출신인 이은상은 3·15의거를 폄훼했다. 이로 인해 마산에서는 이은상 기념사업을 두고 계속 논란이다. 옛 마산시는 '이은상(노산)문학관'을 만들려다가 시민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노산문학관'을 버리고 '마산문학관'을 만들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이은상은 박정희의 10월 유신을 지지한 인물로 10·18부마민주항쟁과도 철저하게 반대의 입장을 취해 여러 차례 마산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시민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준 사람"이라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은상이 우리 문학사에 일정한 공헌을 했을지는 몰라도 그의 친독재 행적과 기회주의적 삶에 동의하지 않는 시민들이 많다는 것은 그동안 여러 차례 확인되었다"며 "공공의 영역에서 그를 기리거나 시민혈세로 이은상의 기념사업을 하게 되면 엄청난 반대에 부딪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했다.

한편 창원시는 지난해 '가고파거리'에 소공원을 조성했다. 그런대 소공원 뒤편에 3가구가 살고 있다. 정정숙(71)씨는 "공원을 만든다면서 나무로 담장을 만들어 놓아 집을 가리고 있어 생활에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지난해 여러 차례 창원시청을 찾아갔지만, 해결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세금을 들여 만들어 놓은 공원이지만 이용하는 사람들도 얼마 되지 않는다. 차라리 비좁은 주차 공간을 시원하게 확보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창원시가 설치해 놓은 이은상 안내판에서 여러 약력을 적어 놓고 "3·15의거를 폄훼하는 등 친독재 전력이 있다"는 표현도 있다. 이에 대해 김영만 전 회장은 "시민단체에서 하도 문제제기를 하니까 이런 표현을 해놓은 모양인데, 면피하기 위한 의도다"고 말했다.

▲ 창원시는 지난해 도시재생사업으로 '노산동 가고파거리'를 조성해 놓았다. 노산은 이은상의 호이고, 가고파는 이은상의 시조 제목이다. 공원 뒷면에 3가구가 살고 있는데, 이곳 주민들은 높은 나무담장 등으로 인해 생활 불편 등을 제기하고 있다. ⓒ 윤성효


▲ 창원시는 지난해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노산동 가고파거리'를 조성해 놓았다. '노산'은 이은상의 호이고, 가고파는 이은상이 쓴 시조의 제목이다. ⓒ 윤성효


창원시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테마거리의 하나로, 2014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가고파거리를 조성했다. 인물의 공과도 함께 설명해 놓았고, 찬양 일색은 아니다"며 "앞으로 이은상 시비 등 기념물을 세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가고파' 명칭에 대해 그는 "마산하면 가고파 고장으로 알려져 있고, 그곳은 오래된 집들이 많아 밝은 느낌을 주는 거리를 조성하자는 차원에서 붙여진 이름이다"고 설명했다.

소공원 뒤 주택과 관련한 민원에 대해, 그는 "조성할 때 민원이 있어 높이를 2m 정도로 낮추었다"며 "주민들은 도로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지만 여러 여건 때문에 들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안상수 시장 "이은상 동상 건립 시민 동의 없이 안해"

안상수 창원시장은 27일 "이은상과 김동진(가고파 작곡가) 동상 건립은 시민 동의가 없는 한 시가 주도해서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병석 창원시 공보관은 이날 아침 간부회의 때 안 시장이 지시한 사항을 브리핑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가 하루 전날 '가고파 거리' 등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연 것과 관련해, 안 시장이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안 시장은 "이은상 미화사업은 시민들의 합의 없이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이 시장으로서 확고한 입장"이라며 "이와 관련한 논쟁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김 공보관이 전했다.

3.15의거기념사업에 대해, 안 시장은 "김주열 열사 시신이 떠오른 장소인 신마산서항친수공간에 김주열 열사와 3.15 기념공원을 조성할 것이고, 이를 계기로 마산이 3.15의 성지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킬 것"이라며 "노산동에 있는 3.15의거기념비 주변을 정비하여 소공원으로 만들어 3.15정신을 계승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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