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10년 기자생활, 49건의 글... 이젠 달라지련다

글쓰기, 정말 어렵고 어렵다

등록|2016.04.28 14:13 수정|2016.04.28 17:04

▲ 시민기자 시작 초기에는 흥분으로 가득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밑천이 드러났다. ⓒ pexels


흐린 하늘, 봄비가 금방 내릴 듯하다. 봄비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감성적으로 위로해 주고, 새롭게 시작하는 대지를 촉촉이 적셔준다. 심신을 달래주고 적셔주는 자양분이다. 이 비가 그치면 더욱 환한 얼굴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어느덧 봄은 그렇게 우리 곁에 와 있다.

2006년 5월 24일, 뭔가에 이끌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됐다. 벌써 10년이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49건, 1년에 고작 5건의 글(기사)을 쓴 꼴이다. 벌써 10년이라는 생각에 49건의 글을 모두 읽어봤다. 부끄러움이 앞섰지만 잠깐 동안 감상에 젖어 추억 속에 빠져들었다. 금연, 집값, 가족(아내·아들·부모님), 직장동료 등 주변의 이야기를 쓰다 보니 일기처럼 지나간 흔적을 보는 것 같아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데뷔하고 나서 처음 얼마간은 뿌듯함과 흥분의 연속이었다. 내가 쓴 글이 딱 하니 기사로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신기해서 흥분했고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읽는지, 어떤 댓글이 달리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처음에는 남들 하는 것 나도 할 수 있지 뭐 하는 생각으로 글 쓰는 것 자체를 그다지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생활 속의 작은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공감하게 될 것이라는, 소재는 그간 살아온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할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막연한 자신감... 잘못을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아 밑천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그게 그거네 늘 비슷한 소재만 머릿속을 맴돌 뿐이었다. '소재 고갈'이라는 큰 장벽을 만나게 된 것이다. 주변에서만 소재를 찾다보니 금방 한계에 부딪혔고, 신선한 소재가 떠오르지 않았다. 글쓰기를 중단 할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또 다른 이유는 삶의 궤적과 같이한다. 인생은 희로애락이 함께하는 것인데, 인생에 굴곡이 없다면 사는 재미가 없을 텐데, 그래서 우리가 사는 일상이 자연스럽게 글의 소재가 될 수 있을 텐데…. 내 생각은 미처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는 책도 찾아서 읽고 짬을 내어 글을 쓰곤 했는데 무언가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만사가 귀찮은 듯 외면하고 글쓰기를 중단해 버렸다. 아픈 이야기 일수록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외에도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모두가 변명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게으름, 관심 내지는 열정 부족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은 관심에서 시작되고 열정이 있어야 한다. 비단 글쓰기뿐만은 아닐 것이다. 비단 의무감에 글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달에 한 건도 쓰지 않은 꼴이니 부끄러움을 넘어 숨어버리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나처럼 하지 말라는 데 있다. 꾸준히 관심을 가져 달라는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다른 매체와 다른 점은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는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다. 글을 써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어짜피 백지 한 장 차이이다. 독자는 공감하는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갖는다.

벌써 10년, 부끄러움이 있지만 솔직히 공개하고 다시금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 반성과 다짐의 시간이다. 10년 후엔 부끄러움보다는 자랑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라고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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