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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봉투 실명제? 황당무계한 수원 영통구

[주장] 쓰레기 줄이는 것도 좋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 부작용 불보듯 뻔해

등록|2016.04.28 10:53 수정|2016.04.28 10:53

▲ 수원시 영통구청의 쓰레기봉투 실명제 정책이 논란이다. ⓒ 연합뉴스


경기도 수원이 시끄럽다. 일명 '생활쓰레기 봉투 실명제' 때문이다. 수원시 영통구는 "자원 재활용 확대와 생활쓰레기 감량을 통해 자원순환 사회 구현"을 하고자 오는 5월 2일부터 종량제 봉투에 전용 스티커와 유성팬을 이용해 아파트 동호수를 기재한 후 배출할 것을 주민들에게 요청했다. 이를 위해서 9백만 원을 들여 스티커를 제작해 쓰레기 봉투 판매처에서 배부하기로 했다.

영통구민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수원시 영통 쓰레기에 상세 주소를 쓰라니요? 저는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에 4400명이 넘는 사람이 서명했다. 대부분 누리꾼은 개인정보의 유출을 걱정했고, 일부는 "주민소환제"를 언급했다. 영통구민이라 밝힌 누리꾼은 유인물을 보고 "황당했다"고 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붙은 "생활쓰레기 봉투 실명제" 안내문을 보고 대부분 주민들 역시 분개했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퇴근 후 처음 아내에게서 쓰레기 봉투 실명제 소식을 들었을 때 "설마 그렇게 했으려고"라며 반신반의했다. 그렇지만 다음날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안내문을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미쳤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2016년 가장 황당한 사건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스쳐지나갔다.

다행히도 수원시 영통구의 이 정책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영통구도 전면 시행은 아니라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니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다. 그렇지만 뒷맛은 게운치 않다. RFID를 이용한 음식물 쓰레기 실명제를 이미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햐지만, 다음에 또 무슨 이상한 대책을 들고 나올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원 재활용률과 생활쓰레기 배출량이 과연 실명제를 도입해야 할 만큼 우려스러운 수준일까? 통계자료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1인당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고, 쓰레기 재활용률은 61%로 독일, 오스트리아 등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다(OECD, 2011). 그러니 영통구에서 생활쓰레기 실명제 도입을 위해 내건 당위는 전형적인 마른걸레 쥐어짜기 정책에 불과하다.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수거를 잘하는 것은 환경보전과 자원재활용을 위해 중요하다. 지자체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지지를 보낸다. 그렇지만 개인의 자유와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기회에 수원시에서는 기존에 추진하고 있는 RFID 카드를 이용한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에서는 쓰레기 처리의 편이성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질에 대해서도 한번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분리수거가 잘 되지 않으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기 보다는, 그 이유가 뭔지 파악하고 도와줄 방법을 찾는 게 더 바람직하다. 규제 개혁이 꼭 기업을 위해서만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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