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아이들의 새 가족을 찾아라
봉사의 참된 의미, 진실된 마음... 30일 수원 반려동물 한마당 현장 이야기
유기견 새삶 대표 염수진(46)씨의 카카오스토리에는 이런 글이 있다.
'아이들은 산책이 오래되면 자기들도 힘들텐데 자기가 맡은 강아지를 덥썩덥썩 안아 올린다. 자기들이 힘들면 개도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에서 매번 봉사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되곤 한다. 봉사 신청은 어떻게보면 간단하지만, 실제로 신청된 봉사에서 활동하는것은 생각보다 무척이나 어렵다.
하지만 정말로 참된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봉사활동이라면, 어려워도 힘들어도 힘든 기억이나 어려웠던 기억보다는 그 속에서도 좋았고 행복했던 기억이 더 남곤 한다. 지난 4월 30일에 있었던 수원시 반려동물 한마당에서 청소년 동물사랑 실천단이 보였던 행동처럼.
입양 가능한 아이가 있습니다
그날 유기견 새삶과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이 준비한 부스는 유기견 무료분양 부스였다. 공고일을 지나고도 분양되지 않은 아이, 포기견 신청이 들어와서 하염없이 새 주인을 기다리던 아이, 뚜비와 토토가 바로 그 주인공이였다.
뚜비는 간단한 훈련도 돼 있고, 배변도 깨끗히 가렸으며 애교도 많은 성격이건만 좀처럼 입양이 되지 않아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아이였다. 토토는 '중국어로 훈련이 된' 독특한 아이였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분양받고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포기하고 간 아이였으니까.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1시간쯤 지나도 아무도 부스에 관심을 갖지 않자 모두들 조금 불안해졌다.
"이대로 아무도 입양해가지 않으면 어떡하나…."
새 주인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침부터 열심히 씻기고 단장시킨 아이들이었다. 예쁘기까지 해서 사랑받는 새 주인을 찾아갈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어째 반응이 영 없었다. 물론 행사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어쩌면 끝까지 이런 반응일지도 모른다고 다들 불안해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도 가보고 여러모로 고민해본 끝에 이 아이가 그냥 주인있는 개와 구분이 안 돼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리드줄에 '입양 가능'을 써 붙이고 부스 앞을 맴돌았다.
효과가 있었다. "이 아이가 입양 가능한 유기견이에요?"라는 반응부터 입양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까지도 나타났으니까. 조금만 입양할 듯하면 봉사자들은 대표님을 찾아 입양될 것 같다며 너무나 기뻐하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설명까지는 열심히 성의있게 설명했다. 그런 노력끝에 토토가 먼저 새 주인에게 갔다. 뚜비는 한참 동안이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오래 그러고 있자, 아이들은 또 다른 방법을 찾았다.
"입양 가능한 아이가 있습니다. 옆에서는 기부를 통해 핫바를 드리고 있습니다. 유기견에게 새 삶을 찾아주세요."
봉사자들이 행사장의 모든 사람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런 아이가 있다고, 새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이 아이에게도 새 삶을 달라고. 숫기가 없어서 조그맣게 소리를 지르는 아이도 있었고, 커다랗게 소리를 지르는 아이도 있었다.
모든 아이들이 갖고 있던 마음은 단 하나. '뚜비도 좋은 주인을 찾아갔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었다. 뚜비는 그렇게 봉사자들의 마음을 애타게 하고는 한참을 입양을 고민하던 아이의 새로운 친구가 됐다. 아이는 수줍게 아름이라고 이름을 짓고 싶다고 했다. '유기견' '포기견'이던 뚜비와 토토는 아름이와 둥이가 됐다.
작은 마음, 마주잡은 손, 하나의 목표, 하나의 바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듣는 봉사활동 교육에서는 한 가지만을 말한다. '시간을 위한 봉사활동이 아닌 진정한 봉사활동을 하세요'라고. 그렇게 말해도 아이들에게 어느 순간부터는 대학 진학을 위한 추가점수를 주는 존재로만 인식해 진정한 봉사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하지 않는다고 해서 수행평가처럼 심각한 불이익을 받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은 조금 달랐다. 매주 일요일에 산책봉사를 위해 주말 시간을 할애했고, 시험기간에도 시간을 쪼개서 나오는 사람도 많았다. 그 속에서 조금씩 쌓여가던 진정한 봉사라는것이 수원시 반려동물 한마당에서 예쁘게 피어났다.
"입양 가능한 아이가 있습니다."
"유기견에게 새 삶을 찾아줄 수 있는 기부하고 가세요."
행사장은 전 농촌진흥청이니만큼 크기가 컸고, 사람도 많았다. 누군가는 어차피 묻힐 것이라고 포기하고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부스에 남아있던 아이들은 그 '누군가'와는 달랐다. 자신들의 목소리로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소리를 높여 아이들을 홍보하고 새 주인을 찾아다 주는 것, 누군가가 입양해 갈 것 같으면 선생님께 뛰어가는 것. 이것이 우리가 그날 한 행동의 전부였지만, 우리는 이 작은 행동으로 두 아이에게 새 가족을 선물해줬다.
유기견 새삶과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은 힘든 나날을 함께해왔다. 힘들 때는 같이 힘들고, 웃을때는 같이 웃으며 하루하루 즐거운 봉사활동을 했다. 지나가던 누군가는 그 시간을 사람을 위해 쓰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개를 데리고 여기 들어온게 또 보이면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비난 속에서도 유기견 새삶과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은 꿋꿋하게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회식과 같은 자리에선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었지 하고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나쁜 말을 했던 사람보다는 좋은 말, 응원해줬던 사람의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내 웃게 된다.
"그래, 이렇게 좋은 사람도 우리랑 같이 해줬으니까 조금 더 해보자."
염수진 대표님이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하시는 대표님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하다. 너무나 예쁜 마음들이, 진심에서 나온 행동이 지금까지 우리의 활동을 지지하는 큰 힘이 됐다고.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면 속으로 울곤 한다.
"우리들이 하는 작은 행동도 뭔가를 할 수 있구나."
'유기견에게 새 삶을'이라며 산책봉사를 하다 보면 계속 헷갈리곤 한다. 정말로 이게 아이들에게 새 삶을 찾아줄 수 있을까? 우리가 하는 걸로 뭔가 바뀌고 있는걸까? 하지만, 그렇게 해서 아이들이 입양을 가고 입양을 위해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날 때면 '말로 우리가 가치있는 일을 하는구나' 하고 마음 한쪽이 뿌듯해지곤 한다. 과거에 우리 청소년 동물 사랑 실천단의 임은지(19)양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가 애들을 산책시킨다고 하는데, 사실 저희가 얘네한테 힐링받고 가는 게 더 커요."
힐링 받고, 마음 아파하고, 같이 기뻐해주고 슬퍼해주는 것. 거기서 우리는 성장하고 진정한 봉사활동을 깨닫는 존재로 성장하곤 한다.
'아이들은 산책이 오래되면 자기들도 힘들텐데 자기가 맡은 강아지를 덥썩덥썩 안아 올린다. 자기들이 힘들면 개도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에서 매번 봉사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되곤 한다. 봉사 신청은 어떻게보면 간단하지만, 실제로 신청된 봉사에서 활동하는것은 생각보다 무척이나 어렵다.
하지만 정말로 참된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봉사활동이라면, 어려워도 힘들어도 힘든 기억이나 어려웠던 기억보다는 그 속에서도 좋았고 행복했던 기억이 더 남곤 한다. 지난 4월 30일에 있었던 수원시 반려동물 한마당에서 청소년 동물사랑 실천단이 보였던 행동처럼.
▲ 동물 사랑 실천단 단체사진. ⓒ 한진숙
입양 가능한 아이가 있습니다
그날 유기견 새삶과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이 준비한 부스는 유기견 무료분양 부스였다. 공고일을 지나고도 분양되지 않은 아이, 포기견 신청이 들어와서 하염없이 새 주인을 기다리던 아이, 뚜비와 토토가 바로 그 주인공이였다.
뚜비는 간단한 훈련도 돼 있고, 배변도 깨끗히 가렸으며 애교도 많은 성격이건만 좀처럼 입양이 되지 않아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아이였다. 토토는 '중국어로 훈련이 된' 독특한 아이였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분양받고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포기하고 간 아이였으니까.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1시간쯤 지나도 아무도 부스에 관심을 갖지 않자 모두들 조금 불안해졌다.
"이대로 아무도 입양해가지 않으면 어떡하나…."
새 주인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침부터 열심히 씻기고 단장시킨 아이들이었다. 예쁘기까지 해서 사랑받는 새 주인을 찾아갈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어째 반응이 영 없었다. 물론 행사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어쩌면 끝까지 이런 반응일지도 모른다고 다들 불안해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도 가보고 여러모로 고민해본 끝에 이 아이가 그냥 주인있는 개와 구분이 안 돼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리드줄에 '입양 가능'을 써 붙이고 부스 앞을 맴돌았다.
효과가 있었다. "이 아이가 입양 가능한 유기견이에요?"라는 반응부터 입양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까지도 나타났으니까. 조금만 입양할 듯하면 봉사자들은 대표님을 찾아 입양될 것 같다며 너무나 기뻐하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설명까지는 열심히 성의있게 설명했다. 그런 노력끝에 토토가 먼저 새 주인에게 갔다. 뚜비는 한참 동안이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오래 그러고 있자, 아이들은 또 다른 방법을 찾았다.
"입양 가능한 아이가 있습니다. 옆에서는 기부를 통해 핫바를 드리고 있습니다. 유기견에게 새 삶을 찾아주세요."
봉사자들이 행사장의 모든 사람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런 아이가 있다고, 새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이 아이에게도 새 삶을 달라고. 숫기가 없어서 조그맣게 소리를 지르는 아이도 있었고, 커다랗게 소리를 지르는 아이도 있었다.
모든 아이들이 갖고 있던 마음은 단 하나. '뚜비도 좋은 주인을 찾아갔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었다. 뚜비는 그렇게 봉사자들의 마음을 애타게 하고는 한참을 입양을 고민하던 아이의 새로운 친구가 됐다. 아이는 수줍게 아름이라고 이름을 짓고 싶다고 했다. '유기견' '포기견'이던 뚜비와 토토는 아름이와 둥이가 됐다.
작은 마음, 마주잡은 손, 하나의 목표, 하나의 바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듣는 봉사활동 교육에서는 한 가지만을 말한다. '시간을 위한 봉사활동이 아닌 진정한 봉사활동을 하세요'라고. 그렇게 말해도 아이들에게 어느 순간부터는 대학 진학을 위한 추가점수를 주는 존재로만 인식해 진정한 봉사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하지 않는다고 해서 수행평가처럼 심각한 불이익을 받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은 조금 달랐다. 매주 일요일에 산책봉사를 위해 주말 시간을 할애했고, 시험기간에도 시간을 쪼개서 나오는 사람도 많았다. 그 속에서 조금씩 쌓여가던 진정한 봉사라는것이 수원시 반려동물 한마당에서 예쁘게 피어났다.
▲ 축제 홍보 현수막축제장 입구에 걸린 현수막이다. ⓒ 한진숙
"입양 가능한 아이가 있습니다."
"유기견에게 새 삶을 찾아줄 수 있는 기부하고 가세요."
행사장은 전 농촌진흥청이니만큼 크기가 컸고, 사람도 많았다. 누군가는 어차피 묻힐 것이라고 포기하고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부스에 남아있던 아이들은 그 '누군가'와는 달랐다. 자신들의 목소리로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소리를 높여 아이들을 홍보하고 새 주인을 찾아다 주는 것, 누군가가 입양해 갈 것 같으면 선생님께 뛰어가는 것. 이것이 우리가 그날 한 행동의 전부였지만, 우리는 이 작은 행동으로 두 아이에게 새 가족을 선물해줬다.
유기견 새삶과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은 힘든 나날을 함께해왔다. 힘들 때는 같이 힘들고, 웃을때는 같이 웃으며 하루하루 즐거운 봉사활동을 했다. 지나가던 누군가는 그 시간을 사람을 위해 쓰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개를 데리고 여기 들어온게 또 보이면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비난 속에서도 유기견 새삶과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은 꿋꿋하게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회식과 같은 자리에선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었지 하고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나쁜 말을 했던 사람보다는 좋은 말, 응원해줬던 사람의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내 웃게 된다.
"그래, 이렇게 좋은 사람도 우리랑 같이 해줬으니까 조금 더 해보자."
염수진 대표님이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하시는 대표님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하다. 너무나 예쁜 마음들이, 진심에서 나온 행동이 지금까지 우리의 활동을 지지하는 큰 힘이 됐다고.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면 속으로 울곤 한다.
"우리들이 하는 작은 행동도 뭔가를 할 수 있구나."
'유기견에게 새 삶을'이라며 산책봉사를 하다 보면 계속 헷갈리곤 한다. 정말로 이게 아이들에게 새 삶을 찾아줄 수 있을까? 우리가 하는 걸로 뭔가 바뀌고 있는걸까? 하지만, 그렇게 해서 아이들이 입양을 가고 입양을 위해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날 때면 '말로 우리가 가치있는 일을 하는구나' 하고 마음 한쪽이 뿌듯해지곤 한다. 과거에 우리 청소년 동물 사랑 실천단의 임은지(19)양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가 애들을 산책시킨다고 하는데, 사실 저희가 얘네한테 힐링받고 가는 게 더 커요."
힐링 받고, 마음 아파하고, 같이 기뻐해주고 슬퍼해주는 것. 거기서 우리는 성장하고 진정한 봉사활동을 깨닫는 존재로 성장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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