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정 못해"... 미 공화당 분열 위기
공화당 주요 인사들, 트럼프 지지 거부... '대선 빨간불'
▲ 공화당 지도부의 도널드 트럼프 반대 여론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후보 지명을 둘러싸고 미국 공화당이 몸살을 앓고 있다.
공화당 경선 선두 주자 트럼프는 최근 2, 3위 주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패배를 공식 인정하면서 최종 승리를 확정했다. 트럼프는 오는 7월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지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지도부와 전직 대통령·대선 후보 등 주요 인사들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갈길 바쁜 공화당이 둘로 갈라진 것이다.
공화당 서열 1위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7일(한국시각) CNN과 한 인터뷰에서 "아직 트럼프를 지지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며 "트럼프가 당을 화합할 수 있는 지도력을 보여준다면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화당이 매번 링컨이나 레이건 같은 훌륭한 후보를 배출할 수는 없다"라며 "하지만 트럼프가 공화당의 핵심 가치를 존중하는 최고 권위자가 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한 공화당 출신의 부자(父子) 대통령 조지 H. W. 부시와 조지 W. 부시도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 부시 가문은 차남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이번 경선에 출마했다가 탈락하면서 더욱 심기가 불편하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전당대회에 불참하는 것으로 트럼프 지지를 거부했다. 공화당의 대표적인 온건파인 롬니는 '트럼프 때리기'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롬니는 지난 3월 연설에서 트럼프를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사기꾼"이라고 깎아내렸다. 이에 트럼프도 "롬니가 이번 경선에도 출마하려고 했지만 내가 무서워서 포기한 것"이라고 받아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인 바 있다.
대선 앞두고 분열... 위기의 공화당
트럼프는 이번에도 가만있지 않았다. 곧바로 성명을 통해 "나도 라이언 의장을 지지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며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할 수 있지만, 먼저 화합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레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이 "우리끼리 싸우는 것은 민주당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라이언 의장과 트럼프의 대화를 주선하겠다"라고 중재에 나섰다.
이와 달리 민주당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사실상 패배가 확정됐음에도 경선을 완주하겠다며 버티고 있지만, 최종 결과에 승복하고 클린턴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내 갈등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막말과 기행을 일삼는 트럼프의 경선 승리를 막지 못한 공화당이 정권 탈환은커녕 내부 분열이라는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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