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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이 정의사회에 기여? "안 돼요!" 유엔 NGO 컨퍼런스

결과문서 초안에 새마을운동 미화 내용 실려... 국내 70개 사회단체, 입장 전달

등록|2016.05.11 10:56 수정|2016.05.11 10:56

▲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현장시찰 장면 ⓒ 민족문제연구소


다가오는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경북 경주에서 제66차 유엔 NGO 컨퍼런스(UN DPI/NGO conference)가 열린다. 유엔에서 주최하는 가장 큰 규모의 시민사회 회의이며 전 세계 약 10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하는 회의다. 한국 조직위원회 단체들은 이번 회의가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최초로 개최되는 회의이니 만큼 기대가 크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컨퍼런스 개최일이 다가오자 이전부터 유엔 NGO 컨퍼런스에 참가해 온 국제인권단체들로부터 문의 메일이 오기 시작했다. 유엔 NGO 컨퍼런스에서는 매번 회의시마다 결과물로 '선언문(Declaration)'을 채택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후속 방향을 논의하는데, 조직위원회에서 회람한 결과문서 초안에 한국 새마을운동을 미화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보아도 새마을운동이 이렇게만 평가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새마을 운동이 정의로운 사회에 기여"?

급하게 유엔 공식사이트에 올라온 결과문서 초안을 살펴보니 한국 새마을운동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었다.

"농·어촌과 도시 지역 간의 경제적 및 사회 기반적 격차를 줄이는 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모범적 시민 운동이었다. 이는 1970년대에 수십년 간의 국가성장을 촉발하는데 일조했으며,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에 강력히 기여했다. 세계시민성의 맥락에서 2030 의제를 달성하기 위하여, 우리는 새마을 운동을 빈곤퇴치와 개발의 모델로 제안한다."

유엔에서 공식적으로 채택될 문서에 새마을운동에 대한 이런 편향적인 내용이 들어가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새마을운동으로 인해 농촌 생활환경 개선 등 일부 농촌근대화를 이루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농촌의 국가의존성이 증폭되었고 현재에도 농촌 경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은 채 열악한 상황이란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 역시 존재한다. 또한 '시민운동'이었는가에 대해서도 국가와 관의 주도로 이루어진 강제적인 대중동원 사업이었으며 획일적인 국가주의와 집단주의 등을 강조하는 독재정권 유지를 위한 동원과 통제체체로 기능했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주도의 새마을운동이 '경제적 및 사회 기반적 격차를 줄이는 데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거나 '보다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1970년대부터 진행된 한국 사회의 급격한 산업화가 가져온 극명한 격차와 폐해, 이후 폭발적으로 진행된 한국의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을 부인하는 설명이라는 점에서 새마을운동에 대한 설명은 적절하지 않다.

라운드 테이블 세션에서도 '새마을운동 편향 평가'

▲ ⓒ 민족문제연구소


유엔 NGO 컨퍼런스의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주요 프로그램의 하나로 열리는 '빈곤없는 세상, 새마을 시민 교육과 개도국 농촌개발'이라는 라운드 테이블 스페셜 세션 역시 새마을 운동에 대한 편향적인 평가를 일방적으로 반영하고 있었다.

이 세션은 "새마을운동이라는 시민 운동이 한국적 맥락에서 어떻게 경제 개발과 인권 증진,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인식 제고에 기여했는지 소개하고 다른 국가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과연 균형잡힌 시각에서 새마을운동을 소개하는 것인지 의문마저 들게 하는 이 행사는 위에서 언급한 다른 한편의 비판과 평가는 외면한 채 오로지 새마을운동 세계화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 정부의 입장만을 반영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1970년대 독재정권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적용된 사례가 다른 개도국 농촌개발 사업에 일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해당 지역의 정치·사회·문화적·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의 모델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국제사회는 이미 경험으로써 배웠으며, 실제 새마을운동 ODA 사업의 추진과정과 효과성에 대한 현장전문가들의 비판이 일고 있다. 지역사회의 주도적 참여, 상황과 필요에 맞춘 준비와 계획, 현장 인력의 전문성, 지속가능성 등이 모두 미흡하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이를 국제적 차원에서 '모델'로 제시하는 것 또한 우려된다.

다행히 유엔 NGO 컨퍼런스 사무국은 결과문서 초안에 대한 의견을 지난 10일까지 온라인으로 받고 있다. 이에 70개 국내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새마을운동에 대한 편향적이고 일방적인 평가 부분을 결과 문서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사무국에 제출했다. 또한 이번에 유엔 NGO 컨퍼런스에 참가하는 국제단체들에게도 해당 의견을 전달했다.

참고로 이번 유엔 NGO 컨퍼런스를 후원하는 한국측 기관은 외교부와 교육부, 그리고 주최 도시는 경상북도와 경주시, 주관은 한동대학교, 한국NPO공동회의, 드림터치포올, 유엔 아카데미임팩트 한국협의회가 맡고 있다. 무려 70개나 되는 한국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제출한 새마을운동에 대한 의견이 최종 문서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유엔 사무국에 제출한 의견서 국/영문 전문 >> http://www.peoplepower21.org/International/1414354

* 70개 인권시민사회단체 명단 (가나다순)
ODA 워치,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국제민주연대,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서울인권영화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25개 단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구퀴어문화축제,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레주파, 망할 세상을 횡단하는 LGBTAIQ 완전변태, 무지개인권연대, 30대 이상 레즈비언 친목모임 그루터기,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사) 신나는센터, 언니네트워크, 이화 성소수자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정의당 성소수자 위원회,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행동하는 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외국인이주ㆍ노동운동협의회, 인권교육 온다, 인권단체연석회의 (42개 단체: HIV/AIDS인권연대나누리+,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광주인권운동센터,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주연대,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다산인권센터, 문화연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사회진보연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새사회연대, 서울인권영화제, 안산노동인권센터,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이주인권연대, 인권교육센터'들', 인권운동사랑방,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쟁없는세상,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주노동인권센터, 한국DPI,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ANOS,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한국교회인권센터,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 사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주평화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백가윤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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