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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현직 대통령 최초로 히로시마 간다

아베 총리와 동행... 백악관 "원폭 투하 사과 아냐"

등록|2016.05.11 07:30 수정|2016.05.11 07:30

▲ 백악관은 10일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함께 히로시마에 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화 회담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 NHK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현직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피폭지' 일본 히로시마를 공식 방문한다.

미국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6~27일 일본에서 개최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역사적인(historic) 히로시마 방문을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함께 히로시마에 갈 것"이라며 "이번 방문은 '핵무기 없는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추구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끊임없는 노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이후 전직 대통령의 피폭지 비공식 방문은 있었지만, 현직 대통령의 공식 방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제로 비핵화를 촉구하는 연설을 했고,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의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위령비 헌화를 알리는 일본 외무성 공식 트위터 갈무리. ⓒ 일본 외무성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지난달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외무장관 회의 참석 후 미국 현직 각료로서 처음으로 히로시마를 방문해 "전 세계 모든 지도자가 히로시마에 와야 하며, 미국 대통령도 그중의 한 명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예고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결정이 발표되자 곧바로 "진심으로 환영한다"라며 "모든 원폭 희생자를 미국과 일본 정부가 함께 추모하는 기회로 만들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두 번 다시 이런 비참한 경험을 누구라도 겪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다짐으로 핵무기 폐기를 일관적으로 호소해왔다"라고 강조했다.

백악관 "오바마, 원폭 투하 재평가하지 않을 것"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으로 일본이 전쟁 가해국으로서의 잘못과 책임을 희석하고, 오히려 피해국으로서 미국의 사과를 받는다는 의미로 활용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여론도 높다.

미국은 원자폭탄 투하를 전쟁 종식을 위한 선택으로 규정하는 만큼 공식 사과로 오해할 것을 우려해 케리 국무장관 이전까지 역대 현직 대통령은 물론이고 각료도 히로시마를 방문하지 않았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전쟁을 끝낸 핵무기 사용을 재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전쟁으로 희생당한 모든 무고한 사람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미국과 세계 주요국의 안보 정책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약속을 강조할 것"이라며 "다음 세대를 위한 개방적 역사 인식을 공유하고, 미래 지향적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히로시마의 마쓰이 카즈미 시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성과 양심에 근거한 방문 결정을 환영한다"라며 "국제사회가 '핵무기 없는 세계'로 가는 역사적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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