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경추와 요추가 같다는 보건복지부, 끝까지 간다"

'장애등급' 행정 소송 김지훈씨 "전문의 소견도 무시, 탁상행정 개선이 목표"

등록|2016.05.11 15:11 수정|2016.05.11 15:11

▲ 김지훈 씨(55, 대전 동구) ⓒ 심규상

"전문의는 '장애 5급'이라고 판단했는데 보건복지부는 탁상행정으로 '장애 6급'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지훈씨(55, 대전 동구). 그는 대전지방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해 대전 동구청을 상대로 항소 재판 중이다.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장애등급 판정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김씨는 장애등급 5급을, 보건복지부는 6급을 주장하고 있다. 장애 5급과 6급은 정부 혜택 등이 같다.

김씨는 "재판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정부의 장애 등급 혜택이 같아) 개인적 이득은 전혀 없다"면서 "환자의 상태와 전문의의 소견을 무시하고 서류만 뒤적이는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의 행태를 세상에 알려 개선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처음으로 장애를 입은 때는 지난 2012년 8월이다. 어느 날 새끼손가락이 저려왔다. '이러다 말겠지'하고 일을 계속하자 마비 증세가 겹쳤다. 병원진료 결과, 뒷목 아래 경추(목등뼈) 3, 4번과 6, 7번의 디스크가 터졌다. 막노동과 아버지 병시중으로 힘든 일을 해온 게 원인이었다.

혜택 같은 장애 5급, 6급... 그가 행정 소송까지 제기한 이유

수술을 받았지만, 후유증으로 지체장애(척추) 6급 판정을 받았다. 그는 기자와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간간이 말을 멈추고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전기가 오듯 순간 통증이 온다고 했다.

지난 2014년 10월. 이번에는 왼쪽 다리가 저려왔다. 발가락 끝까지 저려 걷는 것조차 불편했다. 이 일로 요추(허리뼈) 3, 4 고정유합술을 받았다. 힘든 일을 계속해온 게 원인이었다. 요추수술 후유증으로 양말을 신거나 속옷을 입는 일조차 불가능했다. 통증으로 허리를 숙이거나 옆으로 돌리는 일이 어려워진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국민연금공단에 장애등급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대전시 동구청장은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의 판단자료를 근거를 "경추와 요추는 동일부위"라며 "중복합산 예외 대상으로 '장애등급 6급'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앞서 국민연금공단 정형외과 자문의는 "경추와 요추는 동일부위로 중복합산 예외 대상"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또한 질의회신을 통해 "장애등급 판정 기준상 척추의 경우 경추와 요추는 한 추체로 동일부위에 해당한다"며 "각각을 개별적인 장애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이의신청에 이어 행정심판까지 청구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가 행정재판을 청구한 이유다.

전문의 "경추와 요추는 다른 부위"...보건복지부 "동일 부위"

▲ 김지훈 씨의 시술부위에 대한 엑스레이(X-ray) 영상. 윗쪽이 2012년 시술한 경추 3.4번과 6,7번이고, 아랫쪽은 2014년 시술한 요추 3.4,5번 영상이다. 전문의 대부분은 경우와 요추를 각각 별개의 부위로 후유증세도 다르다고 판단한 반면 보건복지부는 지체척추장애 판정기준에 의거 동일 부위로 판단했다. ⓒ 김지훈


반면 김씨의 경추를 시술한 연세대 의과대학 신경외과 전문의는 "경추와 요추 부위는 그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약 30cm) 동일 부위로 보기 어렵다"며 "중복합산 예외대상으로 본 것은 부적당해 보인다"고 밝혔다. 김씨의 요추를 시술한 충남대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도 "경추 부위 수술 이후 요추부 시술이 추가되면서 장애가 악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추와 요추는 동일 부위 장애로 판단되지 않는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순천향대 정형외과 전문의는 법원의 신체감정촉탁회신을 통해 "경추부 운동범위와 요추부 운동범위 감소는 서로 연관이 없다"며 "각각의 부위에 대해 장애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이어 "중복장애 등급은 5급으로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3곳의 전문의가 모두 경추와 요추를 다른 부위로 보고 장애등급을 조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 법원은 '보건복지부' 견해 인용

사건의 쟁점은 경추와 요추를 동일부위로 볼 것인가 여부로 좁혀진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대전 동구청, 즉 보건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2일 판결에서 "동일부위에 해당, 중복합산 예외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보건복지부의 "경추와 요추는 위치만 다를 뿐 서로 연결돼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신체 부위"라는 회신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김씨는 1심 판결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질의회신문을 그대로 인용, 요약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추 시술 후 방바닥에 앉아 양말조차 신지 못하고 있는데 경추와 요추가 같은 기능을 하는 동일부위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의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1심 판결 직후 곧바로 항소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