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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쳤던 박근혜, 유재석·진돗개로 '친한 척'

정진석 '팔씨름', 우상호 '시인', 박지원 '달인'... 인물별 특징 언급도

등록|2016.05.13 20:54 수정|2016.05.13 23:24

▲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원내 지도부 회동에서 여야 원내지도부와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근혜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 "근데 유재석씨와 비슷하게 생기셨나요?"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 "그렇게 말씀들을 하십니다."

 대통령 : "지역구에서?"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 "맞습니다."

박 대통령 : "유재석씨가 참 진행을 매끄럽게 잘하고 인기도 좋은데... 정책을 이끌어가는 것도 매끄럽게 잘해주시기를 바랍니다."

13일 오후 3시께, 박근혜 대통령이 3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 뜬금 없이 방송인 유재석씨의 이름이 튀어 나왔다. 누리꾼 사이에서 '유재석 닮은꼴' 정치인으로 알려진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의 특징을 짚어 인사말을 건넨 것이다. 이날 3당 원내 지도부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인사 각각에게 인물별 특징 또는 장점을 콕콕 짚으며 친근감을 형성하려고 애썼다.

여소야대 지형이 탄생한 4.13 총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대(對)국회' 제스처는 한결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간 야권으로부터 '불통 대통령', '일방통행 국정 운영' 등의 비판을 줄곧 받아 온 박 대통령이었다. 총선 전엔 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안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를 벌인 일을 두고 공식회의 석상에서 책상을 탕탕 내리치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역정을 냈던 대통령이었다.

더민주에겐 "시적인 정치하라", 새누리엔 "잘 버텨라"

박 대통령 : "안녕하세요. 국회에서는 막 이렇게 싸우시는데 실제론 시인이시라고. 맞지요?"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 "네. 연세대 국문과를 나왔습니다."

박 대통령이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넨 인사는 제1당이 된 더민주의 우상호 원내대표였다. 박 대통령은 국문학과를 나온 우상호 원내대표를 '시인'이라 칭하며 "정치도 좀 시적으로 하시면 어떨까"라고 조언했다. 싸우지 말고, '시적인 정치'를 하라는 충고성 당부였다. 덧붙여 "대변인도 여러 번 하셨다고 하던데, 그래서 말씀을 굉장히 잘하신다"라고 치켜 세웠다. 이어 우 원내대표는 "잘하진 못하는데, 정직하게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박 대통령 : "아유, 오랜만에 뵙습니다. 안녕하셨어요? 국회에서 세 번째로 원내대표 맡으신 거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 "3수 했습니다." (일동 웃음)

박지원 원내대표에겐 감탄사 섞인 반가움을 전했다. '정치 고수' 박 원내대표를 대하는 박 대통령의 제스처는 '치켜 세우기'였다. 박 대통령은 박 원내대표에게 "정책을 풀어 가시는 데 달인처럼 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경륜도 풍부하시니 어려운 일을 잘 풀어 일하는 국회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박 대통령 : (웃음) "저도 국회에서 그 비상위원장을 맡았잖아요. 참 고되고 힘든 자리인데. 뭐 팔씨름도 왕이시라고. (일동 웃음) "무술 유단자시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 "아 네."

박 대통령 :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잘 버텨내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겐 충고 대신 응원이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겸한 점을 언급하며 "잘 버텨내시라" 힘을 실었다. 자신이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천막 당사' 시절을 회고하듯 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역할을 '고되고 힘든 자리'라고 표현했다. 정 원내대표가 "총의를 모아 잘 극복해 내겠다"라고 다짐하자 박 대통령은 "꼭 그렇게 해주시리라 믿는다"라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 : "뵙기에는 정책 연구만 열심히 하시는 거 같은데 진돗개를 대단히 사랑하신다고." (웃음)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 "네."

박 대통령 : "어떻게 그렇게. 저도 진돗개 좋아하거든요?"

총선 참패로 2당이 된 새누리당을 향한 박근혜 대통령의 응원은 함께 자리한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받았다. 진돗개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김 위의장에게 "어깨가 무거우시다"라면서 "정책 전문가이시니 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시리라 생각한다"라고 믿음을 표했다. 

3당 원내 지도부 만난 박근혜 대통령 "국회와 협력하겠다" 

20대 국회의 3당 원내 지도부를 맞는 박근혜 대통령은 시종일관 부드러운 톤을 유지하며 긍정의 언어를 구사하고자 했다. 19대 총선 이후 '협치'와 '대화', '소통'을 강조하기 시작한 박근혜 대통령의 자세 전환이 3당 원내 지도부 회동에서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이날의 모습만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협치 제스처'가 지속될 것이라 단언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선 후 국회를 국정 운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야권의 비판을 줄곧 받아왔던 박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불과 3주 전인 지난달 26일에도 언론사 편집·보도 국장 오찬에서 새누리당 총선 참패의 원인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 있다는 지적에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며 "국회와의 관계에서 되는 것도 없고, 경제를 살릴 수 있겠다고 호소도 하고, 국회를 찾아가서 말씀도 나눠봤지만 뭔가 되는 것 없었다"면서 그 책임을 '발목 잡는' 국회로 돌린 바 있다.

한편, 이날 회동 분위기에 대한 야당 원내대표들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회동을 다녀온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제일 앞장 서서 비난했다'"고 전했더니 박 대통령이 '소통하겠다. 국회와 협력하겠다. 민의를 존중하겠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여섯 사람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서 덕담을 해줬다"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전체적으로 차분한 대화가 오갔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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