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가입, 그렇게 잘못한 일입니까?"
현대차 사내 2차업체 '진우' 노동자들, 부당해고 주장하며 노숙농성
▲ 5월 15일(일) 7일차를 알리는 농성장 풍경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진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노숙농성중입니다. ⓒ 변창기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합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담벼락엔 붉은 장미꽃이 예쁘게 피어 있습니다. 이런 멋진 공장 담벼락 풍경과는 달리 현대차 정문앞은 노사분쟁으로 시끄럽습니다. 왜 그런지 궁금해서 가보기로 했습니다. 1박을 같이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5월 14일 어둠이 짙게 내린 늦은 시간에 정문 앞을 찾았습니다. 2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깔개 위에 앉아 이야기 하거나 누워 있기도 했습니다. 6일째 밤을 맞는다고 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그들 옆에 앉았습니다. 왜 노숙농성을 시작했는지 노동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우리는 '진우'에 소속된 조합원들입니다. 지난 3월 8일 현대차 안에 파견되어 일하는 진우사 70여 명이 모여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을 결의하고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내부 결속을 다지며 요구안을 만들어 업체 대표와 협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4월 7일 2직 근무 후 퇴근하려는 우리더러 모이라 해요. 가봤더니 출입증 반납 공문을 읽어준 후 출입증을 달래요. 그래서 모두 못 준다고 했죠. 4월 8일 출근하던 조합원 3명에 출입증을 경비가 달려들어 빼앗으려해서 몸싸움 하던중 부상을 입기도 했어요. 결국, 출입증을 모두 빼앗기고 출근정지를 당했지요. 그후 방문증으로 출입을 시작했구요. 그러다 15일경 끝까지 노조탈퇴를 하지 않은 조합원에 대해 무급자택 대기발령 문자를 보내고 출입을 막더라고요."
처음 당해보는 일이었습니다. 조합원들은 황당하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는건 대한민국 헌법에도 있는 노동자 권리인데 노동조합 가입했다고 출입증을 빼앗고 무급자택대기 발령을 내렸다"고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는 자동차 정문 앞에 있는 비정규직 해투위 사무실을 찾아가 대책을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회사 다닐 때 너무도 비인간적인 대우를 많이 받았었습니다. 일하다 다쳐도 자비부담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고, 1년 다녀도 10년 다녀도 최저시급 받고 일합니다. 이런 차별을 해소하고자 우리는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정규직 노조가 있고, 비정규직 노조도 있는데 이럴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지난 3월 21일. 10년 넘게 끌어오던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노사합의를 했습니다. 정규직 노조도 비정규직 노조도 노사합의가 끝났다며 무관심하게 대한다고 했습니다. 그냥 가만히 당하고만 있기에는 너무도 억울한 심정이었다고 했습니다.
"10년 넘게 일한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도 2차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헌신짝처럼 버려져야 합니까? 그것도 노동조합 가입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말입니다.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대책논의 후 정규직 노조도, 비정규직 노조도 자신들의 문제에 등한시 한다고 판단하여 행동 해야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지난 5월 9일 오후 2시 30분부터 24명의 조합원이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 모여 출근시위, 퇴근시위를 시작했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한 후 1직 출근시간이 06시부터 07시로, 2직이 오후 2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출퇴근 시간으로 잡아놓고 있었습니다.
▲ 현대차 정문앞에서 노숙농성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현대차 정문앞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노숙농성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 입니다. ⓒ 변창기
"우리는 그날 출퇴근 시간이 끝나는 오후 4시경부터 현수막 펼치고 하던 출근투쟁을 접고 그냥 정문앞에 주저 앉아 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오늘까지 이렇게 노숙농성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날 새벽에 바로 우리를 쳤습니다. 11일 새벽 2시경 모두 누워 잠들어 있는데 수백명의 경비들이 몰려나와 우리를 들어 큰 길 밖으로 내던졌습니다. 사고날 뻔도 했습니다. 아찔했어요. 우리도 못 나간다며 싸웠습니다. 20여명 밖에 안되는 조합원이 몇백명 되는 경비를 당해내겠습니까? 그날 6명이 부상을 당해 119에 실려 갔어요"
그날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12일 새벽 3시 40분경 현대차 경비들은 또다시 수백명 몰려나와 잠자고 있던 농성자들을 인도밖으로 내던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날은 승용차와 포터를 끌고나와 정문 앞을 막았다고 합니다. 그날도 4명의 조합원이 부상을 당해 119 구급차에 실려갔다고 합니다.
"처음 노숙농성을 해봐서 잘 모르잖아요. 그동안 비도 오고 밤에는 춥더라구요. 지금 깔고 있는 이 깔개도 처음엔 경찰이 와서 못깔게 했어요. 비올 땐 비닐로 위를 막으려 하니 그것도 못하게 막아요. 추워서 침낭을 가져다 덮으려 하니 그것도 시위용품 목록에 없다며 못하게 해요. 그래서 우린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야 했어요. 정말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찰 차량에도 보니 '사람이 우선입니다'라는 문구도 있더구만요."
밤이 깊어가니 춥습니다. 내일을 위해 모두 잠자리에 듭니다. 잠자리에 누우니 차가운 기운이 스멀스멀 뼈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습니다. 바로 큰길가라 밤새도록 차량 지나다니는 소리로 시끄럽습니다. 춥고 시끄러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밤새 그냥 눈만 감고 누워 있었습니다. 아침 먹으라고 누군가 깨웠습니다. 일어나니 누군가 수고한다며 주고 간 김밥이라며 먹으라고 줍니다. 김밥과 물을 아침으로 먹었습니다. 14일 저녁엔 '노숙농성 6일'로, 15일 아침엔 '노숙농성 7일'로 누군가 고쳐놓았습니다.
"우리는 사람답게 살아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습니다. 그게 출입증을 빼앗고 일터를 빼앗을 만큼 잘못된 일입니까?"
조합원들은 저에게 물어봅니다. 그 물음은 출근시간에 외치는 말이라고도 했습니다. 저도 그 질문에 대해 현대차와 현대차 정규직 노동조합, 비정규직 노동조합에 물어보고 싶은 말입니다. 저는 계속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노숙농성중인 비정규직 조합원을 지켜보려 합니다. 저도 그들의 문제가 어떻게 풀릴지 궁금해 집니다.
▲ 사람이 우선입니다?경찰차에 쓰여진 문구는 그런데 노동자에겐 적용이 안되는 문구 같습니다. ⓒ 변창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