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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장르 예술가나 선후배간 교류공간 되길"

인천 남구 도화동에 문 연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

등록|2016.05.18 16:39 수정|2016.05.18 16:39
인천에 공연예술가들을 위한 연습공간이 생겼다고 해, 지난 11일 그곳을 찾았다. 남구 수봉도서관 입구에 있는 옛 상수도가압펌프장 건물이다. 경인전철 제물포역·도화역·주안역 인근에 있어 접근하기 편리한 좋은 지리적 요건에도 운영이 중단돼 방치된 건물이 최근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인천시로부터 임차해 리모델링했고, 인천문화재단이 운영을 맡았다. 개관을 앞두고 지난 9일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한 이곳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인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 공간사업팀 김병훈 팀장과 김승근 차장에게 부탁했다.

연습 공간 부족한 인천에 단비 같은 곳
   

▲ 인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 공간사업팀 김병훈 팀장(왼쪽)과 김승근 차장. ⓒ 김영숙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2014년 '공연예술종합공간 설계 및 연습공간 설치 리모델링 사업'을 공모해 사업비 10억여 원으로 대규모 공연연습이 가능한 연습실을 설치하거나 리모델링하는 것을 지원했다. 현재 전국에 5곳(서울·대구·부산·청주·춘천)에 공연예술연습공간이 운영 중이며, 올해 3곳(인천·부천·전주)이 새로 문을 열었다.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은 6월 4일까지 4주간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개관을 앞두고 이용자 중심의 공간 활용성을 점검하고 공간의 내실을 다지고자 시범적으로 운영해보는 것이다. 이 기간에는 대관료를 받지 않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공고가 떠서 인천시에서 신청했습니다. 사실은 인천문화재단이 인천시 담당부서에 제안했어요. 몇 년전, 시에 원도심 개발 관련 예산이 있어서 저희도 예전 건물을 개조해 공연장으로 유치할 계획이 있었는데, 잘 안 됐거든요. 그게 무산된 때쯤에 이 공고가 떠, 시 문화예술과에 제안한 거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시 소유의 옛 상수도가압펌프장 건물을 임차해 리모델링했고, 운영주체로 인천문화재단을 지정했다.

"인천은 국립 예술기관이 전무한 도시예요. 전국 광역시·도 중 시립미술관이 없는 곳이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시민회관 등의 공공건물을 만들어놓고도 활용을 잘 못했는데 지금은 없어서 못 쓰고 있죠.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을 대관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상 쉽지 않아요. 이런 도시에 공연예술연습공간이 만들어지면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고 더불어 예술도 활발해지지 않겠어요?"

김병훈 팀장의 말이다. 김 팀장은 이곳이 활성화돼 전문예술인들의 예술 활동에 도움이 많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예술인을 위한 공간임을 명확히

▲ 다목적실 내부 모습. 왼쪽 아래에 가압펌프가 작품처럼 자리하고 있다. ⓒ 김영숙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창작연습실이 두 개 있었다. 부평아트센터 앞에 있는 공간(부평아트하우스)과 중구 옛 인천여자고등학교 자리에 있는 중구창작연습실이었다. 중구창작연습실은 건물이 노후해 사용이 중단됐고, 부평아트하우스는 건물 운영권이 부평구로 이전돼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연습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차에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이 생긴 것이다.

"오전·오후·야간으로 나눠 대관하려합니다. 사용률이 얼마나 될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분명한 건 이곳은 전문예술인 중심의 건물입니다. 인천문화재단의 의지라기보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그런 취지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는 생활문화운동 활성화를 위해 시에서 이미 공간 4개 정도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아트플랫폼에 생활문화센터가 만들어졌습니다. 남구에 있는 학산소극장을 생활문화센터로 확대했고, 다른 두 곳에도 생활문화센터가 만들어질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술 동아리나 아마추어들이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이 생긴 겁니다."

작은 공연장으로서 역할도 가능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은 대연습실과 중연습실 각 1개와 다목적실로 구성했다. 대연습실의 면적은 172㎡이다. 유무선 마이크 시설과 음향, 조명 시스템을 갖췄으며, 특이하게 '덧마루'가 있다.

"덧마루를 쌓아서 무대로 만들 수도 있어요. 단순한 연습공간만이 아니라, 쇼케이스나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 공연도 가능하게끔 공간을 꾸몄습니다. 천장에 보시면 바(Bar)가 있는데 조명을 설치할 수 있게 만들었고, 특히 대연습실은 천장이 높아요. 공연장에 가면 천장이 높잖아요.

비슷한 상황에서 연습할 수 있으니까 소리를 조절하거나 무용을 할 때도 높이 뛸 수 있죠. 예술가들이 연습하기에는 최적의 공간인 거죠. 리모델링할 때 무대장치를 만들면서 다른 연습장과 차별성 있게 만들었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좋습니다."

연습공간 곳곳을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하는 김승근 차장에게 대공연장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물으니, 4m나 된다고 했다. 다목적실은 말 그대로 여러 가지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분위기 좋은 카페나 라운지 같다. 김 차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리딩룸이라고 대본을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영사기와 스크린 시설도 완비했고 칠판도 있어서 세미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유리로 된 리딩룸의 문을 열어젖히면 무대로 활용할 수도 있고요. 다목적실에는 기존에 있던 가압펌프를 옮길 수 없어 그걸 활용했는데 나름 설치미술 같기도 하죠?(웃음)"

면적이 80.6㎡인 중연습실도 대연습실과 마찬가지로 마이크와 음향, 조명장치가 완비됐다. 원목 마루에 댄스 플로어를 깔 수도 있고, 한 쪽 벽면에는 전신거울이 있다. 이중커튼이 있어, 외부의 빛을 완전히 차단할 수도 있다.

예술가들의 네트워크 공간이길
   

▲ 대연습실 내부 모습. 천장이 높고 덧마루가 있어 예술가들이 사용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 김영숙


"공간을 활용하다보니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가압펌프가 있으니까 일반 연습실처럼은 못 만들게 됐죠. 연습장을 이용하는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네트워크를 형성해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연스레 선후배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면서 후배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출하고, 선배들이 협업하면 서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게 돼 생각들이 달라지지 않겠어요? 다목적실은 다양한 것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영화 관람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김 팀장은 문화예술을 접하는 시민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고도 했다.

"과거에는 연주회장에 가서 보면 아무 때나 박수를 치는 실수를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여러 군데서 공연장 예절 등을 가르칩니다. 공연의 성패는 60% 이상 관객에 의해 결정됩니다. 예술이 대중화와 고급화됐어요. 공연자와 관객이 같이 상생해야 합니다."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은 다른 연습공간에 비해 대관료가 저렴하다. 한 타임(4시간) 당 1만 원 내지 2만 원으로 책정했다. 민간시설보다 이용시간이 길고 비용은 싸다. 대관료로는 공간을 운영할 수 없지만, 이게 공공기관의 역할이라고 김 팀장은 말했다.

"향후 이곳을 예술가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자 책임이죠. 요즘 공연예술은 콜라보(콜라버레이션: 협업)를 많이 합니다. 예술가들이 이 연습장을 오가면서 네트워크가 된다면, 콜라보 공연이 많이 활성화되지 않을까요?"

인터뷰 내내 예술가들의 네트워크를 강조한 김 팀장은 "이 연습공간이 활성화돼, 인천에 권역별로 더 만들어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시사인천>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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