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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성과 연봉제 강행... 조직은 초토화"

[이슈취재] 이래도 불법 저래도 불법... "직원들 모멸감 크다"

등록|2016.05.18 21:29 수정|2016.05.18 21:29

▲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 등촌동 KBS 스포츠 월드에서 열린 불법적 강압적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금융공기업지부 합동 대의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6.5.14 ⓒ 연합뉴스


금융공기업들의 성과 연봉제 강행을 두고 정부와 회사, 노조 간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암묵적 동의 하에 회사 쪽은 노사합의도 없이 이사회를 열어 날치기 식으로 안건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18일 오치화 금융노조 부장은 "금융공기업들은 성과 연봉제 도입을 위해 직원들에게 동의서에 강제로 서명을 하게 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했다. 오 부장은 "강제서명과 날치기 이사회 모두 불법이 아니냐"면서 "정부가 이런 절차까지 용인하는 분위기라 앞으로 금융공공기관장들은 노조의 동의없이 이사회를 열어서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강제로 동의서를 받는 것은 인권 유린 등의 문제가 있다"며 "정부에서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빨리 처리하려고 한다"고 했다. 오 부장은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윗선에 보고하면 부당행위 등에 대한 법률적 문제는 정부가 알아서 처리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기술보증기금,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은 회사쪽이 강제적으로 성과 연봉제 개별동의서를 요구했다. 그는 "이들은 날치기 이사회로 취업규칙 변경을 결정하는 등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최근 금융권을 대상으로  임금은 높은데 경쟁력이 너무 낮다며 성과 연봉제 도입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는 120개 공공기관 모두 성과 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해주길 바란다"며 "공공기관 정상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회사쪽 역시 정부와 행보를 같이 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9개 금융공공기관장들은 "조속히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동의서 강제로 찍는 분위기... 모멸감 크다"

이 같은 정부의 압박에 현장 분위기는 암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부장은 "사내에 성과 연봉제 동의서를 강제로 내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고 이에 따른 모멸감이 크다"며 "선후배 간의 다툼 등이 심해지고 조직 자체가 망가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대업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의 간담회에서 직원들의 심적 고통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회사쪽으로부터 성과 연봉제 동의서를 강요받은 한 직원은 집에 들어와서까지 몸이 덜덜 떨렸다고 했다"며 "금융공기업 현장에서 이런 일들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과 연봉제를 추진 중인 기업은행은 지난 13일 내부 게시판에 '성과주의 시행안' 설명 자료를 올렸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기업은행 관계자는 "성과주의 시행안에 대한 설명은 들었는데 (성과 연봉제 도입에 대한) 동의서는 들은 바는 없다"며 "(직원의 동의 없이)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6월에 정부에서 상여금을 받는데 이 금액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며 "현재 복지비도 깎인 상태"라고 전했다.

캠코의 경우 9개 금융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성과 연봉제를 도입했다. 이에 금융노조는 법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이달 초 캠코 노조가 실시한 성과 연봉제 도입에서 조합원의 80.4%는 반대했는데 캠코 이사회는 직원의 76%에게 개별 동의서를 받아 성과 연봉제 도입을 이사회 의결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오 부장은 "내부적으로 캠코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고, 추후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공기업 전체에 해당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법률투쟁에 나선다는 것이다. 

오 부장은 국회의 대응도 촉구했다. 그는 "불법이사회 부분이 노동계 전체에 연관이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이 부분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며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금융노조와의 간담회에서 성과 연봉제를 강요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과 인권유린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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