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사고, 제조사 책임", '구글카 아버지' 대답은?
'인공지능 석학' 지적에 세바스찬 스런 회장 "교통사고 사망자 없어질 것"
▲ 구글 자율주행차를 개발한 '구글X' 출신인 세바스찬 스런 유다시티 회장(왼쪽)과 인공지능 교과서 <인공지능: 현대적 접근방식> 저자인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대학 컴퓨터과학 교수가 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서울디지털포럼 제공
인공지능이 '알파고'와 자율주행차를 넘어 인간적으로 교감하는 시대가 올까? 인공지능 시대에 인류는 어떤 문제와 맞닥뜨리게 될까?
인공지능(A.I.) 분야 세계적 석학과 개발자가 만났다. 인공지능 교과서 <인공지능: 현대적 접근방식> 저자인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대학 컴퓨터과학 교수와 구글 자율주행차 개발자 출신인 세바스찬 스런 유다시티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19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열린 서울디지털포럼(SDF 2016) 참석한 두 사람은 인공지능의 미래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 가운데 가장 현실에 가깝게 다가온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놓고 두 사람의 견해는 미묘하게 엇갈렸다.
"자율주행차 사고 100% 제조사 책임" 지적에 "사망자 0으로 줄 것"
스튜어트 러셀 교수는 이날 자율주행차 사고시 책임 소재에 관한 질문에 "100% 제조업체 책임"이라면서 "제조업체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입법자들이 자율주행차 판매를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셀 교수는 "아직 거리에 자율주행차가 없는 이유는 장애물 피하기, 노선 유지하기, 운전대 조작 같은 기술적 문제는 해결했지만 돌발적인 상황에 당황해 사람에게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면서 "자율주행차도 '알파고'와 같이 상황을 인지한 뒤 이후 상황을 미리 예측해서 최선을 선택하는 의사 결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러셀 교수는 "어려운 문제지만 5년 안에는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등을 개발한 구글 비밀연구소 '구글X'를 만들어 '구글카 아버지'라 불리는 세바스찬 스런 회장은 "자율주행 기술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발전했다"면서 "(구글 자율주행차는) 나나 다른 사람보다 운전을 잘해 사고 책임 문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스런 회장은 "매년 자동차 사고로 150만 명이 목숨을 잃는데 운전하면서 핸드폰 통화를 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방심하기 때문"이라면서 "(자율주행차 덕에) 자동차 사고 사망자가 0으로까지 줄면 법적 책임 문제도 해소되고 재산과 인명 피해도 줄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다만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소유 방식 등 자동차 문화 자체를 바꿔놓을 거라는 데는 견해가 일치했다.
러셀 교수는 이날 대담에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소유 방식은 다양한 모델이 공존하겠지만 자율주행차가 생기면 오히려 대중교통이 더 유용해질 것"이라면서 "주차가 필요가 없는 자율주행차 덕분에 버스정거장이나 지하철역 접근성이 더 좋아지고 (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자율주행차를 주문하면 30초 내로 집 앞에 도착해 도시 어디로든 데려다 줄 것"이라고 밝혔다.
스런 회장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자율주행차를 주문해 이용한 뒤 반납하고 다른 사람도 이용하게 만드는 교통수단 제공 서비스가 가능성이 높다"이라면서 "미국에서 평균 차량 이용 시간이 3%에 불과한데 자율주행차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면 주차 공간도 필요 없어 도시 구조도 바뀌고 교통이용 비용도 줄고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러셀 교수는 "자율주행차가 활성화되면 개인이 운전 능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면서 "비행기 기장도 자동비행 기능을 활용하면서 실제 조종 경험이 줄어 끊임없이 재교육해야 하는 것처럼 자동차 운전자도 특수한 상황에서 운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이 등장한다면... '로봇 윤리' 연구도
이처럼 러셀 교수는 인류보다 더 똑똑한 인공지능 등장이 가져올 부작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 반면 스런은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스런은 "난 좀 더 지금 상황에 집중하는 것뿐 러셀 교수와 이견은 없다"면서 "알파고는 체스를 못하고 자율주행차는 비행기 조종을 못하는 것처럼 오늘날 인공지능은 편협한 하나의 과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전반적으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는 AI는 아니어서 아직 인류에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스런은 "오히려 지금은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면서 "먼 미래에 다양한 과업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이 개발되면 인류에 위협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인공지능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해 인간의 삶은 더 낫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스런 회장은 현재 '러신 머닝(기계 학습)' 등 인공지능 개발 기술을 온라인으로 교육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러셀 교수도 이날 취재진에게 "기자회견 기사에 위협적인 터미네이터 로봇 사진은 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 '로봇 윤리' 연구자인 케이트 달링 MIT 미디어랩 연구원이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행사장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서울디지털포럼 제공
한발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인간과 교감하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를 대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로봇 윤리' 전문가인 케이트 달링 MIT미디어랩 연구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수준에 이르렀을 때 우리 인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로봇이 인간에게 해를 끼쳤을 때 책임 소재 등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인간이 로봇과 상호 작용에 더 익숙해져 과거 인간 관계를 대체하는 부정적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교육이나 의료, 노인 요양 등에서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달링 연구원은 "로봇이 애완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대체하는 수준까지는 발전했지만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대체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실제 인간을 대체할 수준으로 발전하더라도 진정한 인간 관계는 기술로 쉽게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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