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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도 깡통전세 '속출', 세입자 재산권 '빨간불'

소유주 부도 땐 전세보증금 떼일 위험

등록|2016.05.20 11:28 수정|2016.05.20 11:28
지방중소도시인 전남 순천의 일부 아파트단지에서 전세보증금이 매매가격을 넘어서는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 전세가격이 매매가를 넘어서는 역전현상을 보이는 아파트단지가 적지 않지만 순천시 관계부서에서는 현황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4월 29일 순천시 연향동의 A아파트로 전세 입주한 신아무개 씨. 아이들이 크면서 종전에 거주하고 있던 조례동의 아파트가 비좁아 면적이 더 넓고 화장실이 두 개 있는 A아파트로 입주했다. 아파트가 팔리면서 이사날짜가 잡혀 급하게 집을 알아보다가 연향동의 A아파트 28평형(전용면적 84㎡) 아파트를 계약했다.

공인중개사의 소개 때문에 믿고 가계약을 했는데, 계약과정에 알아보니 아파트 소유주는 인천에 거주하며 40채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전세보증금 1억 1500만 원에 입주 계약을 했는데, 매매시세는 1억 원 안팎이라는 것이었다. 가계약 당시만 해도 아파트 소유주는 아파트 소유권 등기를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신씨에게서 받은 전세보증금을 이전 소유주에게 주고서야 소유권 이전등기를 했다. 전세보증금을 보장받을 수 있을 지 걱정한 신씨는 전세권 설정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확정일자만 받고 전세권 설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신씨는 "가계약을 하고 보니 계약금을 포기할 수 없어 전세보증금을 내고 입주했다"며 "일단 입주했으니 2년 후에 나갈 때 얼굴 붉히지 않고 나갈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걱정"이라고 한다.

신씨의 사례와 같은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넘어선 역전현상은 순천의 다른 아파트에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주택 실거래가 공개시스템(http://rt.molit.go.kr)을 통해 지역별 아파트단지의 매매가와 전세가 실거래가를 공개한다. 이 자료를 보면 신씨가 입주한 순천시 연향동의 A아파트의 경우 1992년에 지어졌는데, 28평형의 올해 1분기 거래가를 보면 매매가는 1억 5000만 원에서 1억 1500만 원 범위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전세가는 1억 2000만 원이다.

같은 시기에 지어진 순천시 조례동의 B아파트는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매매는 9500만 원~1억 1500만 원 범위에서 거래되는데, 전세가는 1억 1500만 원이었다.

순천시 용당동의 C아파트도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매매가는 8900만 원에서 1억 1500만 원인데, 전세가는 1억 원이었다. 왕지동의 D아파트 25평형(전용면적 76㎡)는 매매가는 1억 2300만 원인데, 전세가는 1억 3500만 원이나 되었다.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넘어서 거래할 경우 자칫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을 수 있다. 건물주의 부도로 경매에 넘겨질 경우 매매가 이하로 낙찰되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순천시에서는 전세가 역전현상에 대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세입자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전남 순천시 건축과 조준익 과장은 "(전세가 역전형상에 대해)몰랐다"며 "지자체에서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순천광장신문에도 함께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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