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100일, 우리만 피해 봤다
북한 1분기 중국 교역액, 개성공단 1년 총임금보다 많아 '제재 실효성 의문'
가동 중단 100일, 피해 눈덩이처럼 늘어
개성공단 2차 가동 중단 사태가 5월 20일로 100일을 맞았다. 우리 정부는 올해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월 7일 장거리로켓(=광명성 4호) 발사 후 2월 10일 대북 제재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북한은 다음 날 개성공단 폐쇄와 공단 내 남쪽 인력 추방으로 대응했다.
북한은 지난 3월 10일 개성공단 남한 기업 재산을 완전 청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제 가동 중단 100일이 됐다. 하지만 남북 대화는 여전히 꽉 막혀 있다. 남북이 합의해 개성공단을 조성하고 기업을 유치해놓고, 대화를 단절하면서 기업만 피해를 입고 있다.
개성공단에 있는 남한 기업들의 재산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기업들과 종사자들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2013년 1차 가동 중단 사태 때보다 중단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2013년 가동 중단 사태 때 입주기업들이 통일부에 신고한 피해액은 현지 투자액(5437억 원)과 원청업체 납품 채무(2427억 원), 재고 자산(1937억 원) 등을 합쳐 1조 566억 원이었다. 중단 기간이 길어질수록 피해규모는 커지기 마련이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돈줄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른바 대북 제재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도 차단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개성공단으로 북한에 유입된 자금이 핵 개발비로 실제 사용됐을 경우 우리 정부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한 것이라는 해프닝으로까지 비화됐다.
그러는 사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는 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공단 폐쇄에 따른 피해 규모를 최소 8152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체는 124개고, 협력업체는 약 4000개에 달한다.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는 입주기업에 속한 노동자 2000여 명 중 80%가 직장을 잃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는 입주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면 고용유지 지원금 월 129만 원과 남북협력기금 월 65만 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약 80%가 직장을 잃은 상태라,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가동 중단과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피해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결국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ㆍ이하 비대위)는 지난 9일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비대위는 "헌법소원은 정부의 조치가 적법한 절차를 위반하고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임을 확인하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동안 북한에 개성공단을 법치주의에 따라 운영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정부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위헌 소송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108개, 개성공단 영업기업 37개, 개성공단 협력업체 18개 등, 모두 163개가 참여했다.
우리 기업들은 손해, 중국은 이득
정부는 대북 제재를 강조했지만, 실효성은 낮아 보인다. 중국 해관총서는 올해 1~3월 북한과 교역액이 총77억 9000만 위안(약 1조 39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증가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거둬들인 외화(=인건비)는 2014년 기준 약 8840만 달러다. 이는 북한 대외무역 규모(약 70억~80억 달러)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2014년 기준 개성공단의 연간 생산액 4억 6997만 달러의 18.8%에 불과하다. 입주기업이 인건비를 제외한 원자재와 부품 대부분을 남쪽에서 가져다 쓰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5년에 개성공단에서 북한으로 1억 2000만 달러(약 1430억 원)가 유입됐다고 했다. 그런데 북한과 중국의 교역액은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1574억 원 늘었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실효성이 의문인 것이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는 우리 기업들이 입고 있다. 개성공단이 우리 경제에 미친 계측자료(=한국은행ㆍ한국산업단지공단 2014)를 보면, 부가가치 생산액은 2.6조~6조 원, 생산유발액은 3.2조~9.4조 원이다.
북한이 지난해 개성공단에서 임금으로 1억 2000만 달러를 벌었다면, 남한은 최소 15배인 약 18억 달러를 벌어들이게 돼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우리 기업들이 손해를 보는 사이 중국이 이득을 보고 있고, 북한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중국으로 편중될수록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은 더욱 요원해지고 마는 것이다.
"20대 국회, 개성공단 재가동 시동 걸어야"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회로 바뀌면서 개성공단 재가동 기대치가 높다. 야 3당 모두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 이행과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통일ㆍ안보 분야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소야대로 바뀌자 총선 이튿날 주식시장에서 개성공단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하며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가동 중단 100일이 됐어도 야권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20일 논평을 발표해 "야권은 선거 전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했고, 재가동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우선 피해 보상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한다. 나아가 20대 국회가 공단 재가동에 즉각 나서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피해 기업과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실패한 대북 제재 정책을 중단하고 실익 있는 대북정책으로 선회해야한다. 가장 근본적인 피해 대책은 개성공단 재가동이다"라고 덧붙였다.
▲ 12일 오후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25m 떨어진 경기도 파주 JSA 경비대대 오울렛 초소에서 바라본 개성시 기정동 마을과 개성공단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개성공단 2차 가동 중단 사태가 5월 20일로 100일을 맞았다. 우리 정부는 올해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월 7일 장거리로켓(=광명성 4호) 발사 후 2월 10일 대북 제재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북한은 다음 날 개성공단 폐쇄와 공단 내 남쪽 인력 추방으로 대응했다.
북한은 지난 3월 10일 개성공단 남한 기업 재산을 완전 청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제 가동 중단 100일이 됐다. 하지만 남북 대화는 여전히 꽉 막혀 있다. 남북이 합의해 개성공단을 조성하고 기업을 유치해놓고, 대화를 단절하면서 기업만 피해를 입고 있다.
개성공단에 있는 남한 기업들의 재산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기업들과 종사자들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2013년 1차 가동 중단 사태 때보다 중단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2013년 가동 중단 사태 때 입주기업들이 통일부에 신고한 피해액은 현지 투자액(5437억 원)과 원청업체 납품 채무(2427억 원), 재고 자산(1937억 원) 등을 합쳐 1조 566억 원이었다. 중단 기간이 길어질수록 피해규모는 커지기 마련이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돈줄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른바 대북 제재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도 차단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개성공단으로 북한에 유입된 자금이 핵 개발비로 실제 사용됐을 경우 우리 정부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한 것이라는 해프닝으로까지 비화됐다.
그러는 사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는 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공단 폐쇄에 따른 피해 규모를 최소 8152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체는 124개고, 협력업체는 약 4000개에 달한다.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는 입주기업에 속한 노동자 2000여 명 중 80%가 직장을 잃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는 입주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면 고용유지 지원금 월 129만 원과 남북협력기금 월 65만 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약 80%가 직장을 잃은 상태라,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가동 중단과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피해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결국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ㆍ이하 비대위)는 지난 9일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비대위는 "헌법소원은 정부의 조치가 적법한 절차를 위반하고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임을 확인하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동안 북한에 개성공단을 법치주의에 따라 운영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정부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위헌 소송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108개, 개성공단 영업기업 37개, 개성공단 협력업체 18개 등, 모두 163개가 참여했다.
우리 기업들은 손해, 중국은 이득
▲ 개성공단 중단 100일을 맞아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노총,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평화300 등은 19일 오전 정부종합청사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정책 전환과 개성공단 재가동'을 정부에 촉구했다. ⓒ 최윤석
정부는 대북 제재를 강조했지만, 실효성은 낮아 보인다. 중국 해관총서는 올해 1~3월 북한과 교역액이 총77억 9000만 위안(약 1조 39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증가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거둬들인 외화(=인건비)는 2014년 기준 약 8840만 달러다. 이는 북한 대외무역 규모(약 70억~80억 달러)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2014년 기준 개성공단의 연간 생산액 4억 6997만 달러의 18.8%에 불과하다. 입주기업이 인건비를 제외한 원자재와 부품 대부분을 남쪽에서 가져다 쓰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5년에 개성공단에서 북한으로 1억 2000만 달러(약 1430억 원)가 유입됐다고 했다. 그런데 북한과 중국의 교역액은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1574억 원 늘었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실효성이 의문인 것이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는 우리 기업들이 입고 있다. 개성공단이 우리 경제에 미친 계측자료(=한국은행ㆍ한국산업단지공단 2014)를 보면, 부가가치 생산액은 2.6조~6조 원, 생산유발액은 3.2조~9.4조 원이다.
북한이 지난해 개성공단에서 임금으로 1억 2000만 달러를 벌었다면, 남한은 최소 15배인 약 18억 달러를 벌어들이게 돼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우리 기업들이 손해를 보는 사이 중국이 이득을 보고 있고, 북한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중국으로 편중될수록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은 더욱 요원해지고 마는 것이다.
"20대 국회, 개성공단 재가동 시동 걸어야"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회로 바뀌면서 개성공단 재가동 기대치가 높다. 야 3당 모두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 이행과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통일ㆍ안보 분야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소야대로 바뀌자 총선 이튿날 주식시장에서 개성공단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하며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가동 중단 100일이 됐어도 야권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20일 논평을 발표해 "야권은 선거 전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했고, 재가동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우선 피해 보상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한다. 나아가 20대 국회가 공단 재가동에 즉각 나서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피해 기업과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실패한 대북 제재 정책을 중단하고 실익 있는 대북정책으로 선회해야한다. 가장 근본적인 피해 대책은 개성공단 재가동이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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