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채용한다더니 차별 채용... 이상한 신한은행
[집중취재] 특성화고교 채용 불공정 논란…특정학교에만 추천서 배당, 합격시켜
▲ 지난 3월 20일, 한 시민이 신한은행 본점 앞을 지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억울해요. 추천을 받은 친구들이 서류 전형에 합격한 것을 보니 무의미한 지원을 한 것 같기도 하고, 밤을 새면서 준비했는데…. 눈물이 나네요."
김민지(가명) 학생은 수화기 너머로 울먹였다. 이 학생은 인천 지역에 있는 특성화고등학교인 A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27일 김민지 학생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신한은행은 가장 입사하고 싶었던 은행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2학년 때는 신한은행의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영업점 창구체험을 했고 지난 3월에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신한은행의) 채용설명회에서 상담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4월 신한은행(조용병 은행장) 리테일서비스(Retail Service·RS)직 공개채용에 지원했다. RS직은 입출금에 대한 창구 업무와 환전 등을 맡는다. 신한은행은 RS직군에서 특성화고 특별전형을 실시했다. 자격요건은 해당고교 졸업예정자(2017년 2월)라고만 돼 있다.
김민지 학생이 다니는 A학교는 상업계 고교로 등록돼 있다. 이 학교는 금융권과 회계법인 등의 취업인력 양성을 목표로 해왔고, 그동안 매년 금융권에 학생들이 취업해왔다. 이번 신한은행 특별전형에도 20여 명의 학생이 지원했다. 하지만 서류 통과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작년엔 아예 한 명도 없었다.
이유는 신한은행 쪽에서 이미 특정 학교를 상대로 학교장 추천 인원을 배정해놨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입사 원서를 낸 대부분의 특성화 고교 학생들은 서류전형 문턱 조차 넘지 못했다. 하지만 뒤늦게 신한은행의 이 같은 전형 사실이 학생과 교사들 사이에서 알려지면서, 불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겉으론 열린 채용... 들여다보니 '차별 채용?'
▲ 2016년 상반기 신한은행의 채용 공고문. ⓒ 신한은행
같은 학교 정인희(가명) 학생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신한은행의 서류 합격자 발표 이후 추천 인원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과 전화를 하다가 알게 됐다"라면서 "7명의 추천 인원을 받은 학교는 5명이 서류 전형에 합격했고 4명을 받은 곳은 4명이 붙었다고 들었다"라고 전했다.
이 학교 취업담당인 신아무개 교사는 "교사들끼리는 '추천 인원을 받으면 99% 이상 서류가 통과되고 추천서가 없으면 합격률이 5%도 안 된다'는 말을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신 교사는 기자에게 다른 은행과 금융 공기업 등에서 온 공문을 보여줬다.
이 공문들은 모두 '학교장 추천'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신 교사는 이 내용에 일일이 밑줄을 그어 놨다. 그는 "다른 곳들은 학교장 추천을 진행할 때 (일부 학교에만 공문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교에 공문을 보낸다"라고 했다. 신 교사는 "신한은행에 전화를 했더니 '관행으로 이렇게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라고 전했다.
신 교사는 "추천서를 받지 못한 학생들은 사실상 들러리"라면서 "아이들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겪는 상실감이 엄청나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학생들이 일부 학교에만 추천 명단을 배정한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설마'했다"라면서 "예전에 면접을 봤던 한 학생은 면접관으로부터 추천도 없이 어떻게 면접까지 올라왔냐는 말도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학교 이아무개 교사는 "학생들이 다른 학교 친구들과 합격에 대한 정보 공유를 하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울분을 토하면서 항의 전화를 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KB국민·NH농협·우리은행 등은 교육청을 통해 공문을 보내거나 직접 모든 학교를 통해 채용을 진행하기 때문에 떨어져도 공정하다고 느꼈다"라며 "신한은행은 출발점부터 달랐다"고 분개했다.
추천인원 배정받고 '최종 합격'... "가산점 있는 것 같다"
실제로 각 학교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인천지역의 B·C고등학교에는 각각 4명의 추천인원이 배정됐다. A학교와는 달리 최종 합격 인원도 나왔다. B학교 쪽은 "학교장 추천으로 4명을 받았으며 2014년과 2015년의 합격자들은 모두 추천을 받은 자"라고 말했다. B학교 출신 학생들은 작년에 1명, 재작년에 2명이 최종 합격했다.
C학교도 비슷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작년에 학교 추천 인원으로 4명을 받았고 재작년에도 비슷하게 나왔다"며 "추천을 통해 지원을 하면 은행에서 가산점을 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2014~2015년에 각각 1명씩 최종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 쪽은 특정 학교를 상대로 추천 학생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 이 같은 전형 방식은 지난 2011년부터 해왔다고 밝혔다. 추천 인원을 배정받은 학교와 그렇지 못한 곳의 합격자 비율, 특정 학교만 선별한 기준 등에 대해서는 "내부적인 사안"이라면서 공개를 거부했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역별로 채용 인원의 배분을 감안해 일부 학교에만 추천 인원을 배정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천 명단의 경우 정성평가에서 일부 항목에만 반영되며 (최종 합격의) 당락을 결정짓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