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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정치 시작된 곳"... 문재인의 '조용한' 안동 방문

27일 도산서원과 임청각·내성천 등 찾아... 반기문 의식한 듯 '비공개' 행보

등록|2016.05.27 21:50 수정|2016.05.27 21:50

▲ 27일 안동을 방문한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가 이날 오후 6시부터 1시간 30분동안 안동시 옥동의 한 식당에서 당원 및 지지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눴다. 문 전 대표가 막걸리잔을 들고 함께 건배를 하고 있다. ⓒ 조정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7일 경북 안동을 찾았다. 문 전 대표는 안동 방문을 두고 '야당의 험지를 묵묵히 지켜온 낙선자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문을 이틀 앞두고 행해진 방문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6시쯤 안동시 옥동에 있는 '행복한집' 식당을 찾아 지지자들과 함께 홍어 안주에 막걸리를 마시면서 약 1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오중기 경북도당위원장을 비롯해 30여 명이 함께했다.

문 전 대표가 찾은 이 식당은 지난 1980년 광주 5.18민주화운동 당시 여고생으로서 처음 마이크를 들고 계엄군이 시내로 들어왔다고 알렸던 차명숙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차씨는 문 전 대표를 지난 5.18 행사 당시 만나 초대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 출마했던 후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막걸리를 따라주며 위로했다. 회의는 비공개로 이뤄졌지만, 간혹 건배 소리와 박수 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지난 총선과 관련해 각자 소회를 말하고 서로 위로하는 자리였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고 전했다. 당원과 지지자들을 위로하는 자리였다는 설명이다.

반기문 의식한 방문?... "원래 잡혀 있었던 일정, 관계 없다"

▲ 안동을 방문한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가 27일 오후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인 차명숙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지지자가 건넨 책 '운명이다'의 표지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 조정훈


▲ 안동을 방문한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가 27일 오후 안동시 옥동의 한 식당에서 지지자가 가져온 책에 사인을 한 후 함께 사진을 찍었다. ⓒ 조정훈


문 전 대표의 방문을 알고 찾아온 지지자들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가지고 온 책에 사인을 받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기분이 좋은 듯 두세 잔의 막걸리를 마시고 입가에 웃음을 머금기도 했다.

하지만 안동을 방문한 동기와 소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의식한 방문이 아닌지 등의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다물고 즉답하지 않았다. 이날 "방문 자체가 비공식적"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문 전 대표는 이에 앞서 오전엔 도산서원을 찾았고,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냈던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인 임청각도 방문했다. 이어 더민주 경북지역 위원장 및 환경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내성천을 둘러보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임청각을 찾은 뒤 "석주 선생께서 항일운동을 하셨는데 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하신 것"이라며 "안동은 보수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독립운동이 활발했다, 일종의 혁신 유림이라고 할 수 있다"라는 발언을 했다.

내성천을 찾은 문 전 대표는 직접 바지를 걷어 올린 채 맨발로 걸어보기도 했다. 문 전 대표의 안내를 맡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영주댐으로 인해 내성천의 모래가 쓸려나가고 죽어가고 있다"라면서 보존대책을 강구해줄 것을 요청했다.

▲ 27일 안동을 방문한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가 안동시 옥동의 한 식당에서 당원 및 지지자들과 식사를 한 후 떠나기 앞서 차에 타 손을 흔들고 있다. ⓒ 조정훈


이날 문 전 대표의 안동 방문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안동 방문 예정일인 29일보다 이틀 앞서 이뤄져 관심을 모았다. 반 사무총장이 대권 출마를 시사한 직후라 야권의 지지기반을 넓히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가 "석주 선생께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하신 것"이라고 말하고, 퇴계 선생을 추모하는 시사단을 둘러보고 "이곳이 정조의 개혁정치가 시작된 역사적인 현장"이라고 말한 것도 영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일정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반 사무총장의 일정이 알려지기 한 달 전부터 계획했던 일정이라면서 "지역 당원들을 위로하고 개혁정치의 현장을 찾는 순수한 목적"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문 전 대표는 오는 28일 더민주 부산시당이 주최하는 산행대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산행은 부산 범어사를 출발해 금정산 동문으로 내려오는 일정으로 부산지역 당선인을 비롯해 지역위원장, 당원, 지지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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