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열개라도 할 말 없다"... 하천덮은 '알콜폼'
[보도후] SC엔지니어링 대표 "유해성 없으나 유출책임 통감, 재발방지 약속"
▲ 중흥산단에서 스미토모세이카폴리머스 코리아 공장을 건설중인 SC엔지니어링 윤형근 대표가 하천으로 유출된 알콜폼 사고를 사과하며 알콜폼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 심명남
전남 여수산단내 중흥국가산업단지(이하 중흥산단)에서 하천으로 흘러내린 정체모를 거품은 '알콜폼'으로 밝혀졌다.
지난 24일 오전 10시경 흥국사 입구에 위치한 중흥산단에서 스미토모세이카폴리머스 코리아에서 하얀 거품이 흘러나와 하천을 뒤덮었다. 이같은 소식은 <오마이뉴스>의 첫보도로 알려졌다(관련기사: 정체 모를 거품, 여수 하천 뒤덮어). 이 거품은 물과 섞인 알콜폼 3% 계면활성제였다. 유류탱크에 불이 났을 때 화재 진압용으로 사용하는 일반 소화약제다.
이 공장은 5월 말 준공을 앞두고 20일 소방완공검사를 받기 위해 소방서 담당공무원이 성능시험을 실시했다. 담당공무원은 탱크 안으로 쏠 수 없기에 폼챔버를 반대로 돌려 분사시험을 실시했다. 그 여파로 소화액이 주변으로 비산됐다. 약재와 섞인 대부분의 물은 방류벽에 채워졌으나 주변에 흘러내린 알콜폼이 24일 갑자기 내린 비로 아스팔트에 모여 지대가 낮은 하천으로 흘러내린 사고였다.
"유해성 없지만 유출된 건 사실"
▲ 20일 소방완공검사를 받기 위해 소방서 담당공무원이 성능시험을 실시했던 아크릴산 탱크의 모습. 노란 배관이 화재진압용 알콜폼을 쏘는 소화장비다. ⓒ 심명남
이곳 중흥산단은 여수시가 재작년 일본의 한 화학기업으로부터 1000억 원 규모 투자를 제안 받고 중흥지구 내 공장 설립을 추진한 곳이다. 기존 개발 계획상 규제로 인해 공장을 지을 수가 없자 여수시 공무원들은 지역 주민과 환경 단체, 국토부를 설득해 화학 공장에 대한 입지 제한을 풀고, 또 산업입지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해당 업체가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투지를 유치했다.
이후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규제를 해제해 외자를 유치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게 된 여수시를 모범 사례로 들며 "여수시 공무원들처럼 일하라"라며 인센티브 제공을 지시해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곳이다.
이 회사는 아크릴산을 원료로 기저귀나 생리대 안에 들어가는 고흡수성수지를 생산하는 국내 최초 공장이다. 일본에는 11개가 있다. 연간 5만9000톤을 생산 예정이다. 작년 3월 착공해 오는 31일 기계적 준공을 마치고 8월부터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사고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턴키방식으로 시공을 책임지고 있는 SC엔지니어링 대표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27일 SC엔지니어링 대표와 스미토모세이카폴리머스 코리아 관계자가 서울에서 여수공장으로 내려와 이를 보도한 기자에게 직접 상황설명을 했다.
SC엔지니어링 윤형근 대표는 "유해성이 없더라도 유출된 것이 사실이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일단 그에 대해 최대한 후속조치를 취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다"라고 사과했다. 상업운전후 인수받는 발주처인 스미토모세이카폴리머스 코리아는 현재로서는 책임소재가 없다.
작은 폭우에도 하천유출... 재발 방지대책 세워야
▲ 20일 소방완공검사를 위해 성능시험을 실시했던 알콜폼은 24일 폭우로 가장 낮은 지대를 타고 내려와 공장 팬스 밖으로 유출되었다. ⓒ 심명남
다음은 SC엔지니어링 관계자와 나눈 인터뷰다.
- 거품이 섞인 폐수가 하천으로 흘러나왔다. 유출수는?
"화재진압으로 쓰이는 물과 섞인 알콜폼 3%인 계면활성제다"
- 유출 경위는?
"20일 소방완공검사를 받기 위해 한국소방산업기술원 담당공무원 입회하에 분사시험을 했다. 분사시험 과정에서 분사된 알콜폼이 방호벽에 갇혀있었고 일부는 밖으로 유출되었다. 그런데 24일 갑자기 내린 비와 섞이다 보니 볼륨이 커졌다. 당시 하천으로 흐르는 최종 방류관을 잠가놨지만 비가 많이 와서 넘친 물이 아스팔트를 통해 하천으로 흘러 예상치 못한 사고가 났다."
- 유출량은 얼마나 되나.
"시험 당시 물 3톤에 폼약제는 200kg을 섞었다. 이중 없어진 약제는 50kg인데 약제 5kg이 밖으로 흘러 나간 것이다. 사고당일 여수시청이 샘플링 해서 갔고, 우리도 같은 성분을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 유해성은 어떤가.
"MSDS상 무해하다고 나와 있다. 폼은 퐁퐁이나 샴푸에 들어있는 계면활성제 성분이다. 소방차가 불을 끌 때 넣고 다니는 폼 소화약제인데 화학공장에 불이 나면 기름 탱크의 불을 끌 때 화재 진압용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물을 버릴 때는 신고절차를 거친 후 시험성적서를 받아 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데 사고로 일부가 유출됐다."
▲ 아크릴산을 원료로 기저귀나 생리대 안에 들어가는 59,000톤의 고흡수성수지를 생산 예정인 스미토모세이카폴리머스 코리아 건설현장의 모습 ⓒ 심명남
- 스미토모 코리아 담당자는 성분이 뭔지 모른다며 성의 없게 인터뷰에 응했다.
"원래 스미토모가 발주처고 시공사는 건설사인 SC(세원셀론텍)엔지니어링이다. 상업운전이 완료 전까지 모든 책임은 SC엔지니어링에 있다. 그들과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우리에게 연결해 줬으면 좋았는데 그 직원이 잘 몰라서 그렇게 말한 것 같다."
- 이런 사고가 또 일어날 개연성이 있나.
"성능시험시 폼챔버 노즐을 반대로 돌려 쏴서 일부가 방류벽 밖으로 나온게 화근이다. 화재가 나지 않는 이상 그럴 경우는 없다. 공장이 아직 가동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로서는 좀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추후 사소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조치하겠다."
- 지역민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유해성이 없더라도 유출된 것이 사실이니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다. 일단 그에 대해 최대한 후속조치를 취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다. 아울러 여러번 거품물이 나왔다고 하는데 성능시험을 위해 단 한번 밖에 테스트 하지 않았는데 여러번 봤다는 것은 맞지 않다. 또 언론에서 제기한 흙탕물은 우리사와 무관하다. 공장 안 모든 곳이 아스팔트로 되어 있기 때문에 흙탕물이 나올 수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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