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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정원 직원, 기자 고소... 전 검찰총장 변호사 선임

국정원 관련 '댓글부대' 의혹 제기한 <경향> 기자 상대 '명예훼손' 고소

등록|2016.06.01 21:50 수정|2016.06.01 21:53
전 국가정보원(아래 국정원) 직원이 국정원 관련 '댓글부대' 의혹을 제기해온 현직 기자를 '허위 내용을 보도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으로 지난달 말 고소했다. 이 직원은 또 과거 "종북 세력 척결"을 내세웠던 전직 검찰총장 한상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소인은 국정원 출신인 김흥기 전 카이스트 겸직교수다. 고소를 당한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현 논설위원)는 지난달 28일 본인 페이스북에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국정원 출신의 김모씨 대리인으로 선임계를 냈다, 그리고 1년 6개월 동안 국정원 댓글부대 의혹 기사를 추적 보도해온 저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한다"고 썼다.

이와 관련 김 전 교수는 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본인이 잘못한 게 있고 상대(저)가 억울하니 고소했겠지"라면서도,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가 맞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해 고소사실을 인정했다.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오늘 측은 "한상대 변호사와 저희가 같이 진행하고 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니 검찰에서 곧 연락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한 고소인 측 주장은 보도 내용이 '허위'라는 것이다. 특히 강진구 기자가 작년 10월~12월께 <경향신문> 등에 '국정원 댓글부대로 의심받아온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용역업체 회장으로 국정원 간부 출신인 고소인(김흥기씨)이 영입됐다' 등 내용을 보도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강 기자는 근 2년간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용역팀의 '댓글부대' 의혹을 20건 넘게 집중 보도했으며(관련 기사: 대선 후 초고속 부상한 김흥기 스토리, '가짜 수료증' 장사에 장·차관 동원한 국정원 출신 '댓글부대' 회장의 힘 등), 이로 인해 작년에도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됐다.

그는 관련해 "서울서부지검이 이를 수사기록 1만 쪽이 넘도록 조사했으나 결국 무혐의로 결론 났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또 앞서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소송대리인 한상대 변호사(전 검찰총장)와 관련해 "보통 (변호사가) 피고소인 대리인으로 변호하는 게 일반적인데, 여기엔 고소인 대리인으로 참여했다"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고소가 돼서 죄를 면하기 위한 것이면 몰라도, 전직 검찰총장까지 동원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김 전 교수는 이 외에도 <경향신문> 통신원 등 2명을 더 고소했으며, 이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에 배당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 변호사는 과거 서울중앙지검 지검장을 지내기도 했다.

강 기자는 "제 보도는, 공공기관에 용역팀으로 위장한 조직이 국가 공식예산지원을 받아가며 2017년 대선에 맞춰 빅데이터 활용 자동댓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추적보도"라며 "김 전 교수는 '댓글부대' 의혹과 자신이 무관하다고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상대 전 검찰총장은 이명박 정부 말인 2011년 8월 취임하면서 "종북 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2012년 뇌물수수와 성 추문 등 잇따른 검찰 내부 비리와 항명이 불거진 상황에서, 대검 중수부장과 대립하다가 결국 2012년 12월 초 "검찰총장으로서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불명예 퇴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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