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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만난 유승민 "돌아가면 '보수혁명' 할 것"

[현장]거부권 행사·노동 4법 추진 비판 등 거침없는 소신발언, "여당 이대로면 외면 받는다"

등록|2016.05.31 20:56 수정|2016.10.10 10:36

학생들 앞에서 강연하는 유승민지난 4·13총선 새누리당 공천 파동으로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유성호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국민 입장에서 궁금한 것을 알리는 창구는 국회 청문회뿐이다. 그런 차원에서 국회가 청문회를 많이 하는 것은 국회가 일하는 국회로 가기 위한 것이므로, (청문회 상시법을) 찬성했다."

20대 국회로 생환한 유승민 의원(무소속)의 소신 행보는 여전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유 의원은 31일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주최로 열린 '경제 위기와 정치의 역할' 특강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청문회 상시법을 찬성한 이유를 위와 같이 밝혔다.

청문회 상시법은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를 거치지 않고도 상임위 의결로 청문회를 열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으로, 지난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재의를 요구한 바로 그 법안이다(관련 기사 : 박근혜 견제할 '상시 청문회', 친박계가 자초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부터 경제 살리기 주력 법안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개혁 4법(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파견법 개정안)에서도 비판점을 짚었다. 그는 "유연성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고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불평등,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입법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강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노동문제가 악화된 데 기존 새누리당이 기여한 부분이 많다"는 한 학생의 지적에 "우리나라 보수 세력도 생각을 바꿔서 고리타분한 기득권을 지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제대로 된 정치, 능력 있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인과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보수혁명, 거기에 복당 이후의 내 역할이 있다"

강연하는 유승민 "보수혁명이 필요"지난 4·13총선 새누리당 공천 파동으로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비판의 칼끝은 정부·여당을 향하고 있었지만 '친정'인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는 변함없었다. 여권발 정계개편 진원지로 떠오른 싱크탱크 '새 한국의 비전' 참여 가능성도 일축했다.

그는 "당장 거기(새 한국의 비전)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면서 "정치적 해석이 많은데, 복당 신청을 한 (그때 마음과) 같다"고 강조했다. 윤상현 의원과 자신을 제외한 일부 탈당 인사에겐 복당이 허용됐다는 언론 보도에는 "결정은 당이 하는 것으로, 어떻게 결정하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유승민표 '보수 혁신'은 새누리당 '밖'이 아닌 '안'에서 구현하겠다는 얘기였다. 유 의원은 "제가 새누리당에 돌아가려는 이유도, 현 보수 세력이 그간 붙잡고 있던 가치들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국민한테 계속 외면받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면서 "보수 정당이 시대적 문제를 해결해서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는 보수 혁명을 해야 하는데, 제가 당에 돌아간다면 그 역할이 거기에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날 열린 특강에서 재차 반복한 명제 역시 '보수 혁명'이었다. 그 근거로는 한국의 현 사회·경제적 위기를 열거했다. 그는 저성장, 양극화로 인한 불평등, 불공정과 부정부패 등 한국 사회에 만연한 비관적 경제 위기론과 기득권층에서 불거진 악습들을 세계 유명 경제학자, 정치학자의 입을 빌려 설명했다.

유 의원은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정치적 평등은 항상 경제적 불평등으로부터 위협받는다"라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는 한 결과의 불평등은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보수라는 사람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많이 주장하는데, 저는 불평등을 방치한 채 기회 평등을 담보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대로 가면 정말 희망이 없다"면서 "대한민국 공동체가 내부로부터 붕괴할 위험해 처해있고, 이렇게 된다면 헌법 1조 1항이 말하는 민주공화국의 공화국이 아니게 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이 이제 '성장'보다 '평등'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유 의원은 "보수는 성장, 진보는 분배와 평등이라는 논리는 낡아빠진 진영 논리"라면서 "지금은 (보수에 대해) 재벌과 대기업 편들고 불공정을 내버려둔 불평등과 부패한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이런 보수를 계속하면 이번 총선보다 더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가 사회주의자?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

강연하는 유승민 "결국 정치가 중요하다"지난 4·13총선 새누리당 공천 파동으로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당신의 형제 중 (중략) 어느 한 사람이라도 교육받은 자들 사이에서 교육받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는 한, 어느 한 사람이라도 일할 수 있고, 또 일하고자 하는데도 일자리가 없어 가난 속에서 하는 일 없이 지내야 하는 한, 당신에게 당신이 가져야만 하는 그러한 조국은 없다. 모두의, 그리고 모두를 위한 바로 그 조국을 당신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주세페 마치니

유 의원은 이를 위해 진정한 의미의 '공화주의'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탈리아 공화주의 정치가 주세페 마치니의 글을 인용했다. "공공선을 담보하는 법 지배 안에서 시민이 자유를 누리며 정치 질서를 세우는 것"을 주도하는 것이 진짜 보수의 역할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5.16 쿠데타 이후 군사 정권이 만든 정당 이름이 공화당이라서 '공화'에 대한 참뜻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꼬집었다.

"보수 혁명이 필요하다"라고 적힌 글귀로 강연을 마무리하면서도 공화주의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기기만 하면 자기 멋대로 하는 식을 벗어나 (국민을 위하는) 공화주의로 가야 하고, 보수와 진보 모두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 의원은 자신을 '사회주의자'로 지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저보고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적 경제를 주장한다고 사회주의자라고 하는데, 이건 뭘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면서 "따뜻하고 정의로운 건 무조건 진보가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경제로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사회적 경제가 자본주의 시장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 괜찮은 옵션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대표 발의하니 또 사회주의자라고 하던데, 저는 사회주의를 잘 모른다"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유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도 그 법안을 낼 건데, 통과될진 모르겠지만 절대 포기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시민 전 의원 강의와 비슷하다"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사진 찍는 유승민지난 4·13총선 새누리당 공천 파동으로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뒤 학생들의 요청으로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 유성호


싸인해 주는 유승민지난 4·13총선 새누리당 공천 파동으로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뒤 학생들의 싸인 요청에 응하고 있다. ⓒ 유성호


200여 석의 강의실을 가득 메운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강 후엔 줄지어 유 의원과 '셀카'를 찍거나 자신의 전공 책을 꺼내 들어 사인을 부탁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사인 끝에 "힘내세요!"라고 덧붙였다. 한 학생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유시민 전 의원도 강연을 왔었는데 (유승민 의원의 강의가) 왠지 유 전 의원의 강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생각했던 보수의 이미지와 유 의원이 생각하는 보수의 개념이 달라서 놀랐다"는 소감도 있었다. 이에 유 의원은 "그 고정관념 안에 정치인을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2011년 전당대회에 출마할 때 언론들이 '좌클릭'이라고 하던데... 전 욕 먹는 보수가 되면, 그 정당과 나라에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꾸 바뀌자고 주장하고, 우리가 해결하자고 하는 거다. 학생이 생각하는 보수라는 고정관념 안에 저나 동료 의원 중 그런 의견을 가진 정치인들을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편, 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특강을 두고 '대권 행보'로 해석한 것에 대해 '과잉 해석'으로 선을 그었다. 그는 "(새누리당에) 차기 대권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빠른 복당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대권 행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보수당이 혁신과 변화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것이지, 그 이상은 없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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