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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빚만 4383만원, 우리에게 '내일'이 있습니까

내가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1인 시위에 나선 이유

등록|2016.06.02 15:37 수정|2016.06.02 15:37

최저임금 1인 시위내가 지금까지 한 아르바이트 ⓒ 정은주


오늘(2일)부터 매주 목요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대다수 청년들의 급여는 최저임금이다. 당연히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회의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최저임금위원회 소속 한 사용자위원이 PC방에서 놀면서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들의 시급이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와 같은 급여를 받는 게 말이 되느냐며, 차등해서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는 기사를 봤다. 청년들의 현실을 잘 알면 조금이나마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서 피켓을 들고 오늘, 광화문 사거리에 섰다.

나의 이름은 알바생

올해 27살, 적지 않은 나이지만 휴학과 유예로 아직 대학생이다. 하지만 내 다이어리에 평범한 대학생과 같은 학교 수업이나 동아리, 과 행사는 없다. 그저 언제 아르바이트를 하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만 적혀 있을 뿐이다.

졸업을 하고 이미 번듯한 직장인이 되었어야 했지만 아직까지 대학생 신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학자금 빚 때문이며 둘째는 아직 사회로 나갈 경쟁력을 기르지 못한 탓이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잘 사는 집이 아니었기에 조금이라도 보태고자 시작한 아르바이트였다. 사실은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예쁜 옷도 사고 친구들과 함께 밥먹고 술마시고 동아리나 과 활동도 하려면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아르바이트

지금까지 내가 했던 아르바이트를 나열하면 이렇다.

뚜레쥬르, 스쿨룩스 교복점, 영어·수학 과외, 박물관 도슨트, EBSi 자막제작, 베스킨라빈스, 중학생 과학·수학 학원선생님, 세븐일레븐, 본죽, 올리브영, 일용직 식당서빙.

정말 많이 했을 때는, 오전에는 학교 근로장학생으로 근무를 하고 주중에는 학원 강사로, 주말에는 베스킨라빈스로 일하러 갔을 때였다. 그 돈으로 보증금을 약간 모아 자취방 이사를 했다.

하지만 들어오는 월급은 항상 자취방 월세, 휴대전화 요금, 교통비 등 명목으로 모래알처럼 빠져나갔다. 결국 내 손에 쥐어지는 것은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해왔지만, 나의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변변한 보증금조차 가지지 못한,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나가는 대학생이다. 조금밖에 안되는 월급과는 비교하지도 못할 빚-학자금이 동시에 늘어갔을 뿐이다.

머리를 한 번 하고는 다음 달 생활비가 모자라 후회를 한다. 스트레스를 받아 친구들과 술 한 잔을 하고는 체크카드 잔액을 보며 아낄 걸 그랬나,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영화는 어차피 보지도 못하는데 관심 가져서 뭐하나 싶어 최근 개봉하는 영화가 뭔지도 모른다.

책을 사서 읽을까 싶다가 그 돈이 아까워 중고서점에 가서 읽다가 나중에 또 보고 싶으면 사자는 생각에 이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다.

가장 비참했을 때는 모든 자취생들이 그러하듯 아팠을 때다. 그 날은 베스킨라빈스 아르바이트를 새로 시작해서 교육을 받으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음식을 잘못 먹었는지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교육을 받는 내내 배가 이상했지만 어찌됐든 돈은 벌어야 하고 아프다고 하면 왠지 날 써주지 않을 것 같아 애써 괜찮은 척 했다. 교육이 끝나고 근처 화장실에서 먹은 것을 다 토해내고 나서야 그날 상황은 끝이 났다.

앞으로 갚아야 할 학자금 4383만6500원

남은 학자금 대출4383만6500원. 남은 학자금이다. ⓒ 정은주


어느덧 취업준비는 하지도 못했는데 졸업이 눈앞에 닥쳤다. 졸업을 해도 되지만 학자금을 갚을 자신이 없어 유예를 택했다. 한 학기에 약 500만 원씩 늘어난 학자금은 지금 4383만6500원이다.

한 달에 50만 원씩 갚는다고 생각해도 7년이 넘게 걸린다. 애초 한 달에 50만 원씩 갚을 수 있기는 할까?

한 취업포털 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대졸자 1070명 중 74.5%가 학자금 대출을 받았으며 아직까지 1인당 평균 1445만 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매달 평균 24만 원의 대출금을 갚고 있으며, 10명 중 5명은 그마저도 갚지 못해 연체한 경험이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학자금 대출을 6개월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구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청년은 대략 2만 명에 달한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바란다

오늘은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있는 날이다. 최저임금위원들에게 바란다. 나는 지금의 최저임금으로는 미래를 꿈꿀 수조차 없다. 내 빚을 없애달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다만, 많은 청년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지 않고 빚을 갚을 수 있을 만큼의 최저임금은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는 최저임금이 돼야 한다. 2017년 최저임금이 결정될 때까지, 청년들의 직접 행동은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위키트리에도 함께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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