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4.3 폄훼... <동아>는 새마을운동 홍보
6월 2일 민언련 오늘의 신문보도
민언련 오늘의 나쁜 신문 보도(6월 2일)
- 조선일보 <4·3 보고서는 진상 규명 외면한 정치 문서>(6/2, 21면, 이선민 선임기자, http://me2.do/5Lt9XuJY)
조선일보 문화면에는 제주출신 소설가 현길언씨의 제주4·3항쟁 폄훼 목소리를 담은 책 소개가 실렸다. 현씨는 2013년 자신이 발행하는 잡지 <본질과 현상> 여름호를 통해 '과거사 청산과 역사 만들기 -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중심으로' 제하의 글에서 "제주4·3은 의로운 저항이 아니라, 남로당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할 목적으로 일으킨 반란"이라며 진상조사보고서가 이를 왜곡했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이번에 출간되는 그의 저서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조선일보는 그의 저서를 소개하면서 "대통령 공식 사과와 각종 추념 사업의 근거가 된 4·3보고서의 작성 배경과 과정, 내용을 종합적으로 비판"하는 책이라고 평했다. 이어 현 작가의 목소리를 빌어 노무현 정부가 보고서 작성 이전에 "4·3사건의 실상과 그 주역인 남로당의 무장 반란 등에 대한 진상 규명"에 나서지 않았으며 특별법 시행을 주관하는 조직의 민간 참여자들은 "대부분 진보좌파 인사"로 구성되면서 "인적 구성의 편향성은 조사와 보고서 작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이어 "4·3사건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거부하는 반란이므로 국가 보위의 책임을 진 대통령은 당연히 진압의 책임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4·3사건의 전개와 진압 과정에서 많은 피해자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쌍방에서 발생했"는데도 "보고서는 진압군에 의한 피해만 강조하고 무장대에 의한 피해는 도외시했다"는 지적도 소개됐다. 조선일보는 현 교수의 "이제라도 4·3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보고서를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제주 4·3사건은 해방 후 좌우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 일어난 소요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군경 토벌대들이 무고한 지역주민들을 희생시킨 사건이라는 것이 역사적 진실이다. 이 사건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는 계엄령 이후에 벌인 초토화 작전에서 발생했으며, 해당 작전이 빨치산과 충돌이 없던 장소에서 민간인들을 상대로 실시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씨의 주장과는 달리 이는 정부에 의한 명백한 '학살 사건'이다. 제주도민 8분의 1이 죽거나 행방불명된 이 사건을 '쌍방과실'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끔찍한 역사 왜곡이다.
무엇보다 현씨의 주장은 (사)제주4·3연구소와 (사)제주민예총, 제주4·3도민연대로부터 이미 "4·3의 역사적 사실이나 과정의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졸문이며, 의도적 곡필이자 악필"이라는 규탄을 받은 바 있다. 또한 김대중 정부부터 진행된 4·3진상조사보고서 작성사업이 노무현 정부 들어 과거사 청산 차원에서 추진됐다고 주장하는 등 팩트 자체가 잘못된 부분도 상당하다. 증거라고 내세운 문건들이 4·3무장봉기 이후에 이를 추인하는 정치적 문건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런 인사의 주장을 검증도 없이, 마치 '늘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주는 인물'이라도 되는 양 서적 소개를 빙자해 지면에 내놓은 조선일보의 '꼼수'가 한심하다.
- 동아일보 새마을운동 홍보 기획
<"잘살아보자" 100여개국 '새마을 인연'…지구촌 빈곤퇴치 이끈다>(6/2, 20면, 이권효 기자, http://me2.do/5tomQJEg), <"새마을세계화는 지구촌 가난 이겨내는 모델">(6/2, 20면, 이권효 기자, http://me2.do/G8YyBsuQ), <'새마을학' 키우는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6/2, 20면, 장영훈 기자, http://me2.do/G3br78rZ)
그간 꾸준히 새마을운동 홍보 기사 작성에 힘을 쏟아온 동아일보가 급기야 새마을운동을 위한 기획특집을 내놨다. 한 지면을 털어 내놓은 이 기획은 총 3개의 기사로 구성되어 있다.
머리기사인 <"잘살아보자" 100여개국 '새마을 인연'…지구촌 빈곤퇴치 이끈다>는 66차 유엔 비정부기구(NGO) 콘퍼런스의 새마을 세션 참가자들의 새마을 운동에 대한 '찬양'을 열거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새마을운동은 전통적 공동체가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바꾸고 있"으며 앞으로도 보다 "활발하게 보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촌에 스며드는 '새마을운동(SMU)'> <유엔 '지속가능 개발목표'(SDGs)의 본보기>라는 식의 부제도 빠지지 않았다. <"새마을세계화는 지구촌 가난 이겨내는 모델">에서도 새마을운동에 대한 찬양은 계속 이어졌다. 해당 기사에서 이지하 새마을세계화재단 대표는 "새마을 세계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지구촌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새마을 세계화가 국제사회의 신뢰 속에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새마을학' 키우는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에서는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을 "새마을 세계화를 '새마을학'이라는 학문적 차원에서 활발하게 추진하는 곳"이라 소개하며 각국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을 거쳐 "모국에서 새마을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과거 한국의 개발독재 시절 획일적이고 국가주의적 정신개조 운동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새마을운동을 어떤 검증이나 평가도 없이 세계로 보급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일보는 어떠한 문제의식도 없이 정부 정책 홍보 '나팔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새마을운동의 '찬양'에 나선 사이 제66차 유엔 비정부기구(NGO) 콘퍼런스는 회의 결과를 담은 '경주행동계획'에서 새마을운동 평가 부분을 제외하고 발표를 진행했다. 새마을운동은 군사독재 정부가 주도한 개발프로그램으로 NGO활동과 무관하다는 국내외 시민단체들의 반발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내용은 동아일보가 그려낸 제66차 유엔 비정부기구(NGO) 콘퍼런스 풍경에는 담기지 않았다.
민언련 오늘의 비추 신문 보도들(6/2)
- 동아일보 <총선 민심 외면한채… "야당이 꼼수" "이게 협치냐" 힘겨루기>(6/2, 4면, 길진균·이재명·한상준 기자, http://me2.do/53kZHlxA)
야권이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을 20대 국회 개원 즉시 처리하고 4개 현안의 상임위 청문회(가습기 살균제 피해,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 '정운호 게이트' 관련 법조 비리, 농민 백남기 씨 과잉진압 논란)를 열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새누리당은 '야권 야합'이라 반발하고 협상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국민의당 측이 "야당이 하는 일은 모두 여당의 결재를 받으란 말이냐"며 새누리당에 반발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이를 두고 "새누리당의 협상 보이콧을 '몽니'로 규정한 것"이라 지적하고 나섰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20대 국회에서도 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의장 자유투표나 무소속 의원 복당 문제 등에서 정당별로 의견이 갈리는 것 역시 '구태'의 징후로 풀이됐다. 그러나 합의 가능한 사안에 각 정당이 뜻을 함께하는 것과 이견이 있는 사안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밝히는 것이 대체 왜 구태라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대신 기사는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총선을 앞두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실천을 약속했으나 아직도 "당 차원의 결의 움직임"이 없다거나,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자리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식의 층위가 다른 '트집'을 잡으며 20대 국회 전반을 싸잡아 비판하며 마무리됐다. 20대 국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언론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그러나 무작정 "싹수가 노랗다"거나 "민의를 배신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은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보도 태도다.
-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 야당은 이번에 맞아야 할 매를 맞지 않았다>(6/2, 30면, 양상훈 논설주간, http://me2.do/GLfgNz2V)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주간은 "총선 몇 달 전만 해도 유권자들 사이에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비슷했"다고 주장했다. 양 주간은 이어 야당에 대해서 "매를 맞게 돼 있었는데 남이 엉뚱한 짓을 하는 바람에" "종아리가 멀쩡"해진 상황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이 저지른 잘못에 비해 '처벌'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양 주간은 야권의 지난 4년간 모습을 "무책임한 발목 잡기"로 규정한 뒤 "맞아야 할 매를 맞지 않은 아이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며 "반성과 성찰이 없는 야당이 집권까지 하게 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구조 개혁엔 고통이 따"르는데 "야당은 '고통'만 대변한다면서 구조 개혁을 막아왔"음에도 "그것으로 벌을 받아야 했는데 상을 받았으니 집권 후엔 어떻게 할까"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정부의 구조개혁안이 제대로 된 것이었는지에 대한 성찰은 어디에도 없다. 양 주간의 칼럼만 본다면 마치 정부의 개혁안은 '완벽'한데 야권이 '이미지 관리'를 위한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야권이 정부의 구조개혁안에 비판적 태도를 유지해 온 것은 정부가 제대로 된 청사진이나 사회적 합의 없이 그저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 주간의 황당한 주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최근 우리 사회에선 여러 이상(異常)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며 "정신병자의 범죄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이것이 크든 작든 붐을 이루는 것"을 그 예시로 제시했다. "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사건·사고에도 과도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으며 이 분위기에 정치인들이 편승하면서 "점점 큰 바람"을 만들어낼 것 같아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병자'라는 용어는 장애인 비하의 의미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미 2014년 '장애인 비하 법령용어 개선을 위한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등 일부개정령안'을 통해 '정신질환자'로 일괄 정비됐다. 인권보도 준칙에서도 정신병자를 비하 용어로 규정하고 '정신장애인' 등의 표현으로 순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조현병'도 '정신질환자' 도 아닌 '정신병자'라는 비하적 표현을 사용하고, 여성 혐오 범죄에서 여성 혐오라는 맥락을 제거하지 말라는 목소리를 '이상 현상'이자 '과도한 반응'이라며 폄하한 것은 양 주간의 낮은 인권 감수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 중앙일보 <GM 2009년 파산 땐 노조가 급여 삭감 수용 폴크스바겐 1993년 경영난에도 고용 보장>(6/2, 8면, 김유경 기자, http://me2.do/F87rQucq)
2009년 제너럴모터스(GM)는 파산했다. 그러나 "GM은 이를 비웃듯 4년 만에 법정관리에서 졸업"했다. 이를 두고 중앙일보는 "자칫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노조가 급여 삭감, 생계비 보조 중단 등을 받아들인 덕분"이라 해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소개한 노사 간 협력으로 구조조정을 성공시킨 미국·유럽 자동차 업계의 사례를 근거로 한 해석이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해당 보도에서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한겨레 <한-미 너무 다른 '구조조정 풍경'>(이정훈 기자, http://me2.do/5oAWd0YI)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구제금융 기금을 조성할 당시 정치권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으며. 미국 의회는 2008년 11월 청문회를 열어 자금 지원을 요청한 지엠(GM)의 경영진을 출석시켜 책임을 추궁했다.
이듬해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은 지엠에 압력을 넣어 왜고너 회장을 사임시켰다.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국은 부실기업 구조조정 전반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조차 없이 기업 부실의 원인과 책임조차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양보'와 '협조'를 했기에 공멸을 막을 수 있었다는 중앙일보의 '단순한' 설명은, 기업 부실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희생을 강요하는 논리를 뒷받침하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언련 오늘의 좋은 신문 보도(6/2)
- 경향신문 <무너지는 민생, 사라진 정부> | <사라진 정부>(6/2, 1면, 구혜영·최인진·이주영·김기범 기자, http://me2.do/FanmoZe2), <안전 사각지대 내몰린 하청… 지하 15m서 쾅 가스 폭발>(6/2, 2면, 최인진·김형규·이혜인 기자, http://me2.do/5jqsMY9v), <서울메트로 용역업체 장악한 '메피아'>(6/2, 2면, 김원진·이유진 기자, http://me2.do/xvPQgE1X), <수출 부진에 살얼음판 걷는 불황형 흑자… 출구가 안 보인다>(6/2, 3면, 이주영 기자, http://me2.do/xvPQgLy3), <미세먼지 저감 대책 경유값 인상만 요란>(6/2, 3면, 김기범 기자, http://me2.do/FfzjkWWo), <사설/정부는 국정에 손뗐나, 정책 난맥인데 컨트롤타워가 없다>(6/2, http://me2.do/FvCSf7zZ)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를 시작으로 2일자 지면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사회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음에도 '경제', '안전', '환경'에서 '정부가 사라졌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먼저 안전 부문에서는 "성장에 정책기조를 맞춘 정부의 공기업 경영효율화, '안전의 외주화'"로 인해 "하청에서 재하청으로 이뤄지면서 안전보다는 공사비가 우선되는 구조"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환경 부문에서는 "미세먼지가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졌지만"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석탄화력발전소를 늘려 미세먼지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등에 대해서는 부처간 논의조차 진행되고 있지 않음을 지적했다.
경제 부문에서는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들고"있음에도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을 실시해 기업들의 배당이 늘어나는데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부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책임회피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 성과만 선전"하고 있음을 꼬집었다. 경향신문의 표현대로 '무능한 정부는 얼마나 위험할 수 있을까?' 이 기사들을 통해 확인해보자.
민언련 오늘의 강추 신문 보도들(6/2)
- 중앙일보 <단독/스크린도어 수리 194건 중 48건 혼자서 작업했다>(6/2, 1면, 조한대 기자, http://me2.do/xJ08AaOq)
중앙일보는 최판술 서울시의원에게서 입수한 '은성PSD의 수리 및 교체 작업확인서·작업사진보고서'를 근거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전동차 진입으로 숨진 김모(19)씨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은성PSD가 "'2인1조' 작업 원칙을 최소 1년 전부터 지키지 않"아 "스크린도어 관련 작업 중 약 4분의 1"이 사실상 "'나홀로 작업'"이었음을 단독 보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확인서 중에는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의심되는 내용도 있"다. 언제 누구에게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던 셈이다.
- 한겨레 <청와대 "한-일 양국 첨예한 대립" 법원 답변서>(6/2, 8면, 이제훈 기자, http://me2.do/5sSRl3k2)
한겨레는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양국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견해를 담은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한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런 인식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한국-일본 정부의 12·28 합의는 '외교 현안으로서 위안부 문제의 타결'이라는 정부의 공식 견해와 충돌"하는 것이다. 이어 한겨레는 "한-일 양국 정부가 '12·28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전제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호언하면서도, 합의문서조차 내놓지 못한 배경엔 이런 '첨예한 입장 대립'이 깔려 있었던 셈"이라 지적했다.
- 한겨레 <여혐 대책은 '구색맞추기'>(6/2, 9면, 황보연 기자, http://me2.do/GQo2sNm6), <'엄벌과 배제'로는 여성혐오 범죄 못 막는다>(6/2, http://me2.do/5yLdVB2M)
정부가 1일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과 관련한 '여성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 없는 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에는 여성 상대 범죄자에 대해 법정 최고형 구형이나 여성대상 강력 범죄자에 대한 가석방 심사 강화, 정신질환자에 대한 응급입원조치, 행정입원 요청 등이 포함됐다. 이에 한겨레는 <여혐 대책은 '구색맞추기'> 보도를 통해 "이미 추진하고 있던 내용이거나 기존에 시행해오던 정책을 강화한 수준의 것들이 대부분"인데다가 "이번 사건의 근본 배경으로 지목된 우리 사회의 광범위한 혐오와 차별을 근절하는 방안에 대해선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정부의 종합대책안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도 "정부 대책은 여성 혐오로 인한 범죄를 또 다른 혐오와 배제로 돌려막으려는 시도일 뿐"이라며 특히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발상과 강제입원으로 격리한다는 처방"과 "선고된 형을 다 마친 뒤 다시 구금하는 것은 이중처벌"이며 인권유린이라 지적했다. "혐오를 또 다른 혐오로 덮으려는 통제와 처벌 위주의 단발 대책 말고, 사회적 인식 변화와 범죄 예방의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사회정책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정부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는데 그쳤으며, 한국일보는 이중처벌 논란 등이 있었음을 언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경향신문은 한겨레처럼 별도의 기사와 사설을 내놓는 대신, 관련 기사 말미에 정부 대책에 대한 미흡함을 지적하는 여성계와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담았다.
- 한국일보 <"증세없는 복지 실현하자 정부가 시기해">(6/2, 14면,http://me2.do/FPMzWB9B)
행정자치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재정 개편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와중, 한국일보는 <지방재정개편, 단체장에게 듣는다> 기획을 내놨다. 시리즈로 연재될 해당 기획의 첫 인터뷰 대상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방재정 개편안은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한 유능한 지자체를 시기한 끝에 화풀이를 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이 시장의 목소리를 빌려 이번 정부 개편안을 "명분상 옳다고 믿는 사람"들에 대한 입장부터 중앙정부의 '지방 길들이기'의 이유와 개선방안까지를 일문일답을 통해 전달했다. 대체 지자체 단체장들은 왜 입을 모아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 개편 움직임을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을까? 한국일보의 이번 기획에 주목해보자.
민언련 오늘의 병맛 신문 보도들(6/2)
- 동아일보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기린 다리'와 '키스'>(6/2, 33면, 이승재 기자, http://me2.do/xtX8G4hF)
동아일보 이승재 기자는 사람들의 환호에 답해주지 않고 차에 숨은 연예인의 사례를 들어 "자기도 놀랄 만큼 갑자기 떴거나, 안 뜰 애가 재수 좋게 떴거나, 안 떴는데도 떴다고 착각하거나, 이미 가라앉고 있는데도 이걸 부인하고 싶어 하는 배우들이 주로 이런 눈꼴사나운 모습을 보인다", "원래 예쁜 여배우는 예쁜 티 안 내지만, 성형 엄청나게 한 여배우들이 더 여성스러운 체, 까다로운 체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폭언을 쏟아낸 뒤, 배우에겐 겸손과 인성이 전략임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조인성의 '자연산 코'를 만져본 사례와 전도연의 '진짜같은 키스'에 대한 인터뷰 사례를 소개하며 "간절함을 잃고 비싼 체하는 순간 '훅' 간다. 싸구려만이 비싼 체를 한다"는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성형한 연예인들에 대한 편견, 자신의 무례를 '돌직구'로 포장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노출 된 이 '꼰대스러운' 기사를 '병맛' 보도가 아니면 대체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 모니터 대상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종이신문에 한함)
- 조선일보 <4·3 보고서는 진상 규명 외면한 정치 문서>(6/2, 21면, 이선민 선임기자, http://me2.do/5Lt9XuJY)
조선일보 문화면에는 제주출신 소설가 현길언씨의 제주4·3항쟁 폄훼 목소리를 담은 책 소개가 실렸다. 현씨는 2013년 자신이 발행하는 잡지 <본질과 현상> 여름호를 통해 '과거사 청산과 역사 만들기 -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중심으로' 제하의 글에서 "제주4·3은 의로운 저항이 아니라, 남로당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할 목적으로 일으킨 반란"이라며 진상조사보고서가 이를 왜곡했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이번에 출간되는 그의 저서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조선일보는 그의 저서를 소개하면서 "대통령 공식 사과와 각종 추념 사업의 근거가 된 4·3보고서의 작성 배경과 과정, 내용을 종합적으로 비판"하는 책이라고 평했다. 이어 현 작가의 목소리를 빌어 노무현 정부가 보고서 작성 이전에 "4·3사건의 실상과 그 주역인 남로당의 무장 반란 등에 대한 진상 규명"에 나서지 않았으며 특별법 시행을 주관하는 조직의 민간 참여자들은 "대부분 진보좌파 인사"로 구성되면서 "인적 구성의 편향성은 조사와 보고서 작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이어 "4·3사건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거부하는 반란이므로 국가 보위의 책임을 진 대통령은 당연히 진압의 책임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4·3사건의 전개와 진압 과정에서 많은 피해자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쌍방에서 발생했"는데도 "보고서는 진압군에 의한 피해만 강조하고 무장대에 의한 피해는 도외시했다"는 지적도 소개됐다. 조선일보는 현 교수의 "이제라도 4·3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보고서를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제주 4·3사건은 해방 후 좌우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 일어난 소요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군경 토벌대들이 무고한 지역주민들을 희생시킨 사건이라는 것이 역사적 진실이다. 이 사건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는 계엄령 이후에 벌인 초토화 작전에서 발생했으며, 해당 작전이 빨치산과 충돌이 없던 장소에서 민간인들을 상대로 실시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씨의 주장과는 달리 이는 정부에 의한 명백한 '학살 사건'이다. 제주도민 8분의 1이 죽거나 행방불명된 이 사건을 '쌍방과실'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끔찍한 역사 왜곡이다.
무엇보다 현씨의 주장은 (사)제주4·3연구소와 (사)제주민예총, 제주4·3도민연대로부터 이미 "4·3의 역사적 사실이나 과정의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졸문이며, 의도적 곡필이자 악필"이라는 규탄을 받은 바 있다. 또한 김대중 정부부터 진행된 4·3진상조사보고서 작성사업이 노무현 정부 들어 과거사 청산 차원에서 추진됐다고 주장하는 등 팩트 자체가 잘못된 부분도 상당하다. 증거라고 내세운 문건들이 4·3무장봉기 이후에 이를 추인하는 정치적 문건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런 인사의 주장을 검증도 없이, 마치 '늘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주는 인물'이라도 되는 양 서적 소개를 빙자해 지면에 내놓은 조선일보의 '꼼수'가 한심하다.
- 동아일보 새마을운동 홍보 기획
<"잘살아보자" 100여개국 '새마을 인연'…지구촌 빈곤퇴치 이끈다>(6/2, 20면, 이권효 기자, http://me2.do/5tomQJEg), <"새마을세계화는 지구촌 가난 이겨내는 모델">(6/2, 20면, 이권효 기자, http://me2.do/G8YyBsuQ), <'새마을학' 키우는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6/2, 20면, 장영훈 기자, http://me2.do/G3br78rZ)
그간 꾸준히 새마을운동 홍보 기사 작성에 힘을 쏟아온 동아일보가 급기야 새마을운동을 위한 기획특집을 내놨다. 한 지면을 털어 내놓은 이 기획은 총 3개의 기사로 구성되어 있다.
머리기사인 <"잘살아보자" 100여개국 '새마을 인연'…지구촌 빈곤퇴치 이끈다>는 66차 유엔 비정부기구(NGO) 콘퍼런스의 새마을 세션 참가자들의 새마을 운동에 대한 '찬양'을 열거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새마을운동은 전통적 공동체가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바꾸고 있"으며 앞으로도 보다 "활발하게 보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촌에 스며드는 '새마을운동(SMU)'> <유엔 '지속가능 개발목표'(SDGs)의 본보기>라는 식의 부제도 빠지지 않았다. <"새마을세계화는 지구촌 가난 이겨내는 모델">에서도 새마을운동에 대한 찬양은 계속 이어졌다. 해당 기사에서 이지하 새마을세계화재단 대표는 "새마을 세계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지구촌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새마을 세계화가 국제사회의 신뢰 속에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새마을학' 키우는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에서는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을 "새마을 세계화를 '새마을학'이라는 학문적 차원에서 활발하게 추진하는 곳"이라 소개하며 각국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을 거쳐 "모국에서 새마을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과거 한국의 개발독재 시절 획일적이고 국가주의적 정신개조 운동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새마을운동을 어떤 검증이나 평가도 없이 세계로 보급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일보는 어떠한 문제의식도 없이 정부 정책 홍보 '나팔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새마을운동의 '찬양'에 나선 사이 제66차 유엔 비정부기구(NGO) 콘퍼런스는 회의 결과를 담은 '경주행동계획'에서 새마을운동 평가 부분을 제외하고 발표를 진행했다. 새마을운동은 군사독재 정부가 주도한 개발프로그램으로 NGO활동과 무관하다는 국내외 시민단체들의 반발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내용은 동아일보가 그려낸 제66차 유엔 비정부기구(NGO) 콘퍼런스 풍경에는 담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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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비추 신문 보도들(6/2)
- 동아일보 <총선 민심 외면한채… "야당이 꼼수" "이게 협치냐" 힘겨루기>(6/2, 4면, 길진균·이재명·한상준 기자, http://me2.do/53kZHlxA)
야권이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을 20대 국회 개원 즉시 처리하고 4개 현안의 상임위 청문회(가습기 살균제 피해,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 '정운호 게이트' 관련 법조 비리, 농민 백남기 씨 과잉진압 논란)를 열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새누리당은 '야권 야합'이라 반발하고 협상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국민의당 측이 "야당이 하는 일은 모두 여당의 결재를 받으란 말이냐"며 새누리당에 반발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이를 두고 "새누리당의 협상 보이콧을 '몽니'로 규정한 것"이라 지적하고 나섰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20대 국회에서도 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의장 자유투표나 무소속 의원 복당 문제 등에서 정당별로 의견이 갈리는 것 역시 '구태'의 징후로 풀이됐다. 그러나 합의 가능한 사안에 각 정당이 뜻을 함께하는 것과 이견이 있는 사안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밝히는 것이 대체 왜 구태라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대신 기사는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총선을 앞두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실천을 약속했으나 아직도 "당 차원의 결의 움직임"이 없다거나,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자리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식의 층위가 다른 '트집'을 잡으며 20대 국회 전반을 싸잡아 비판하며 마무리됐다. 20대 국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언론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그러나 무작정 "싹수가 노랗다"거나 "민의를 배신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은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보도 태도다.
-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 야당은 이번에 맞아야 할 매를 맞지 않았다>(6/2, 30면, 양상훈 논설주간, http://me2.do/GLfgNz2V)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주간은 "총선 몇 달 전만 해도 유권자들 사이에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비슷했"다고 주장했다. 양 주간은 이어 야당에 대해서 "매를 맞게 돼 있었는데 남이 엉뚱한 짓을 하는 바람에" "종아리가 멀쩡"해진 상황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이 저지른 잘못에 비해 '처벌'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양 주간은 야권의 지난 4년간 모습을 "무책임한 발목 잡기"로 규정한 뒤 "맞아야 할 매를 맞지 않은 아이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며 "반성과 성찰이 없는 야당이 집권까지 하게 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구조 개혁엔 고통이 따"르는데 "야당은 '고통'만 대변한다면서 구조 개혁을 막아왔"음에도 "그것으로 벌을 받아야 했는데 상을 받았으니 집권 후엔 어떻게 할까"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정부의 구조개혁안이 제대로 된 것이었는지에 대한 성찰은 어디에도 없다. 양 주간의 칼럼만 본다면 마치 정부의 개혁안은 '완벽'한데 야권이 '이미지 관리'를 위한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야권이 정부의 구조개혁안에 비판적 태도를 유지해 온 것은 정부가 제대로 된 청사진이나 사회적 합의 없이 그저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 주간의 황당한 주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최근 우리 사회에선 여러 이상(異常)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며 "정신병자의 범죄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이것이 크든 작든 붐을 이루는 것"을 그 예시로 제시했다. "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사건·사고에도 과도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으며 이 분위기에 정치인들이 편승하면서 "점점 큰 바람"을 만들어낼 것 같아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병자'라는 용어는 장애인 비하의 의미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미 2014년 '장애인 비하 법령용어 개선을 위한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등 일부개정령안'을 통해 '정신질환자'로 일괄 정비됐다. 인권보도 준칙에서도 정신병자를 비하 용어로 규정하고 '정신장애인' 등의 표현으로 순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조현병'도 '정신질환자' 도 아닌 '정신병자'라는 비하적 표현을 사용하고, 여성 혐오 범죄에서 여성 혐오라는 맥락을 제거하지 말라는 목소리를 '이상 현상'이자 '과도한 반응'이라며 폄하한 것은 양 주간의 낮은 인권 감수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 중앙일보 <GM 2009년 파산 땐 노조가 급여 삭감 수용 폴크스바겐 1993년 경영난에도 고용 보장>(6/2, 8면, 김유경 기자, http://me2.do/F87rQucq)
2009년 제너럴모터스(GM)는 파산했다. 그러나 "GM은 이를 비웃듯 4년 만에 법정관리에서 졸업"했다. 이를 두고 중앙일보는 "자칫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노조가 급여 삭감, 생계비 보조 중단 등을 받아들인 덕분"이라 해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소개한 노사 간 협력으로 구조조정을 성공시킨 미국·유럽 자동차 업계의 사례를 근거로 한 해석이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해당 보도에서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한겨레 <한-미 너무 다른 '구조조정 풍경'>(이정훈 기자, http://me2.do/5oAWd0YI)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구제금융 기금을 조성할 당시 정치권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으며. 미국 의회는 2008년 11월 청문회를 열어 자금 지원을 요청한 지엠(GM)의 경영진을 출석시켜 책임을 추궁했다.
이듬해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은 지엠에 압력을 넣어 왜고너 회장을 사임시켰다.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국은 부실기업 구조조정 전반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조차 없이 기업 부실의 원인과 책임조차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양보'와 '협조'를 했기에 공멸을 막을 수 있었다는 중앙일보의 '단순한' 설명은, 기업 부실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희생을 강요하는 논리를 뒷받침하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언련 오늘의 좋은 신문 보도(6/2)
- 경향신문 <무너지는 민생, 사라진 정부> | <사라진 정부>(6/2, 1면, 구혜영·최인진·이주영·김기범 기자, http://me2.do/FanmoZe2), <안전 사각지대 내몰린 하청… 지하 15m서 쾅 가스 폭발>(6/2, 2면, 최인진·김형규·이혜인 기자, http://me2.do/5jqsMY9v), <서울메트로 용역업체 장악한 '메피아'>(6/2, 2면, 김원진·이유진 기자, http://me2.do/xvPQgE1X), <수출 부진에 살얼음판 걷는 불황형 흑자… 출구가 안 보인다>(6/2, 3면, 이주영 기자, http://me2.do/xvPQgLy3), <미세먼지 저감 대책 경유값 인상만 요란>(6/2, 3면, 김기범 기자, http://me2.do/FfzjkWWo), <사설/정부는 국정에 손뗐나, 정책 난맥인데 컨트롤타워가 없다>(6/2, http://me2.do/FvCSf7zZ)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를 시작으로 2일자 지면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사회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음에도 '경제', '안전', '환경'에서 '정부가 사라졌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먼저 안전 부문에서는 "성장에 정책기조를 맞춘 정부의 공기업 경영효율화, '안전의 외주화'"로 인해 "하청에서 재하청으로 이뤄지면서 안전보다는 공사비가 우선되는 구조"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환경 부문에서는 "미세먼지가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졌지만"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석탄화력발전소를 늘려 미세먼지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등에 대해서는 부처간 논의조차 진행되고 있지 않음을 지적했다.
경제 부문에서는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들고"있음에도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을 실시해 기업들의 배당이 늘어나는데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부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책임회피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 성과만 선전"하고 있음을 꼬집었다. 경향신문의 표현대로 '무능한 정부는 얼마나 위험할 수 있을까?' 이 기사들을 통해 확인해보자.
민언련 오늘의 강추 신문 보도들(6/2)
- 중앙일보 <단독/스크린도어 수리 194건 중 48건 혼자서 작업했다>(6/2, 1면, 조한대 기자, http://me2.do/xJ08AaOq)
중앙일보는 최판술 서울시의원에게서 입수한 '은성PSD의 수리 및 교체 작업확인서·작업사진보고서'를 근거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전동차 진입으로 숨진 김모(19)씨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은성PSD가 "'2인1조' 작업 원칙을 최소 1년 전부터 지키지 않"아 "스크린도어 관련 작업 중 약 4분의 1"이 사실상 "'나홀로 작업'"이었음을 단독 보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확인서 중에는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의심되는 내용도 있"다. 언제 누구에게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던 셈이다.
- 한겨레 <청와대 "한-일 양국 첨예한 대립" 법원 답변서>(6/2, 8면, 이제훈 기자, http://me2.do/5sSRl3k2)
한겨레는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양국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견해를 담은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한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런 인식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한국-일본 정부의 12·28 합의는 '외교 현안으로서 위안부 문제의 타결'이라는 정부의 공식 견해와 충돌"하는 것이다. 이어 한겨레는 "한-일 양국 정부가 '12·28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전제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호언하면서도, 합의문서조차 내놓지 못한 배경엔 이런 '첨예한 입장 대립'이 깔려 있었던 셈"이라 지적했다.
- 한겨레 <여혐 대책은 '구색맞추기'>(6/2, 9면, 황보연 기자, http://me2.do/GQo2sNm6), <'엄벌과 배제'로는 여성혐오 범죄 못 막는다>(6/2, http://me2.do/5yLdVB2M)
정부가 1일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과 관련한 '여성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 없는 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에는 여성 상대 범죄자에 대해 법정 최고형 구형이나 여성대상 강력 범죄자에 대한 가석방 심사 강화, 정신질환자에 대한 응급입원조치, 행정입원 요청 등이 포함됐다. 이에 한겨레는 <여혐 대책은 '구색맞추기'> 보도를 통해 "이미 추진하고 있던 내용이거나 기존에 시행해오던 정책을 강화한 수준의 것들이 대부분"인데다가 "이번 사건의 근본 배경으로 지목된 우리 사회의 광범위한 혐오와 차별을 근절하는 방안에 대해선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정부의 종합대책안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도 "정부 대책은 여성 혐오로 인한 범죄를 또 다른 혐오와 배제로 돌려막으려는 시도일 뿐"이라며 특히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발상과 강제입원으로 격리한다는 처방"과 "선고된 형을 다 마친 뒤 다시 구금하는 것은 이중처벌"이며 인권유린이라 지적했다. "혐오를 또 다른 혐오로 덮으려는 통제와 처벌 위주의 단발 대책 말고, 사회적 인식 변화와 범죄 예방의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사회정책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정부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는데 그쳤으며, 한국일보는 이중처벌 논란 등이 있었음을 언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경향신문은 한겨레처럼 별도의 기사와 사설을 내놓는 대신, 관련 기사 말미에 정부 대책에 대한 미흡함을 지적하는 여성계와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담았다.
- 한국일보 <"증세없는 복지 실현하자 정부가 시기해">(6/2, 14면,http://me2.do/FPMzWB9B)
행정자치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재정 개편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와중, 한국일보는 <지방재정개편, 단체장에게 듣는다> 기획을 내놨다. 시리즈로 연재될 해당 기획의 첫 인터뷰 대상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방재정 개편안은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한 유능한 지자체를 시기한 끝에 화풀이를 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이 시장의 목소리를 빌려 이번 정부 개편안을 "명분상 옳다고 믿는 사람"들에 대한 입장부터 중앙정부의 '지방 길들이기'의 이유와 개선방안까지를 일문일답을 통해 전달했다. 대체 지자체 단체장들은 왜 입을 모아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 개편 움직임을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을까? 한국일보의 이번 기획에 주목해보자.
민언련 오늘의 병맛 신문 보도들(6/2)
- 동아일보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기린 다리'와 '키스'>(6/2, 33면, 이승재 기자, http://me2.do/xtX8G4hF)
동아일보 이승재 기자는 사람들의 환호에 답해주지 않고 차에 숨은 연예인의 사례를 들어 "자기도 놀랄 만큼 갑자기 떴거나, 안 뜰 애가 재수 좋게 떴거나, 안 떴는데도 떴다고 착각하거나, 이미 가라앉고 있는데도 이걸 부인하고 싶어 하는 배우들이 주로 이런 눈꼴사나운 모습을 보인다", "원래 예쁜 여배우는 예쁜 티 안 내지만, 성형 엄청나게 한 여배우들이 더 여성스러운 체, 까다로운 체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폭언을 쏟아낸 뒤, 배우에겐 겸손과 인성이 전략임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조인성의 '자연산 코'를 만져본 사례와 전도연의 '진짜같은 키스'에 대한 인터뷰 사례를 소개하며 "간절함을 잃고 비싼 체하는 순간 '훅' 간다. 싸구려만이 비싼 체를 한다"는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성형한 연예인들에 대한 편견, 자신의 무례를 '돌직구'로 포장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노출 된 이 '꼰대스러운' 기사를 '병맛' 보도가 아니면 대체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 모니터 대상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종이신문에 한함)
덧붙이는 글
민언련 활동가 배나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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